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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멤버십-42장] 에필로그

모세원 박사 | 기사입력 2023/10/27 [09:45]

▲ 모세원     ©브레이크뉴스

모르고 하는 행동은 하나님께 용서받을 수 있지만, 알고도 하는 행위는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는 위선이다. 아무리 내게 득이 되는 일일지언정,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눈물 흘리는 위선자는 되기 싫었다. 그리하여 나는 까무러친체하여 장례에 가지 않고 누워 천장만 쳐다본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 귀속으로 파고든다. 

눈을 감으니 절로 서글퍼진다. 

  

그대 떠난 이곳에 

나만 홀로 누워있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베아트리체 발길 따라 

기쁜 맘으로 천성 가려네 

  

이때 하늘빛 속에서 한 소리 있어, 내 맘에 희망과 용기가 솟아올랐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희를 지키리라!” 

나는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기도실로 들어간다. 무릎 꿇고 감사 기도를 드린다. 

“가난한 자를 돌보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하시며, 재앙의 날에 그를 도와주시겠다고 하신 하나님, 영희를 살려 보내 주시옵소서! 그녀가 지금 어디 있던지 주께서 보살펴 주실 줄로 굳게 믿고 감사드립니다. 악인의 손에 선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세상이 정녕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이옵니까? 그것이 하나님의 정의이오니이까? 

하루속히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아 주시옵고, 하나님의 정의를 나타내 주시옵소서! 아멘.” 

  

이렇게 기도를 드리고도 믿음이 약한 탓에 아픈 마음 가눌 수 없어, 학교 뒷산에 오른다. 저 멀리 청산은 중중하고 장송은 울울한데 두견새는 슬피 울어예고, 작은 호수 위에 오색구름은 자욱하다. 갑자기 바람이 일어 꾸짖는 소리가 귀청을 찢는다. 

 

“내가 너희를 지켜주겠다고 했거늘, 무얼 걱정하고 있느냐!” 

“아 하나님, 알았습니다!” 

 

나는 그길로 한 천호 수안그룹 회장과 조영준 평창그룹 회장을 부른다. 

노을이 짙게 깔릴 무렵 두 회장이 허겁지겁 달려온다. 

 

“아버님, 매형! 무슨 급한 일 있으십니까?” 

“우리 희망을 버리지 말고 기다리세. 언젠가 기쁜 소식이 있을 것이야!” 

“무슨 조짐이라도 느끼셨습니까?” 

“의로우신 하나님은 반드시 정의를 실현해 주실거야! 악인을 징계하시고, 선을 이루실거야, 내 확신하네.” 

 

그때 서무과장이 상기된 얼굴로 들어온다. 

“총장님, 방금 급전이 왔는데, 저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어디 봅시다.” 

 

전보를 펴 보니 ‘Tolstoy’라고 딱 한 단어만 씌어 있었다. 

자리에 있는 우리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내가 제안한다. 

 

“전보 내용은 내가 밤새 연구해 볼 테니, 우선 우리의 앞일에 대해 논의해봅시다.” 

“그리 하십시다.” 

“한 회장, 회사에 어려운 일 있어요? 운영자금 문제라든가...”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 때문에, 사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웬일인지 우리 경쟁회사들은 연일 파티를 열고 있다는 정봅니다.” 

“조 회장은 할 말씀 없어요?” 

“저희 회사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요? 그럼 이렇게 하시면 어떨까요. 액면 100억 수표를 드릴 테니, 시티은행에서 인출 해 쓰세요. 거기서 전 직원에게 위로금 조로 특별보너스를 지급하세요. 어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평상시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세요. 그리고 우울한 내색은 절대 하지 마시고요, 아셨지요?” 

“네, 잘 았았습니다.” 

“이번 일은 참으로 어리석은 자들의 어리석은 행위였어요. 지금 우리의 수사력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어요. 더욱이, 어머님은 미국에서도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상황인데 CIA나 FBI에서 수수방관 하겠습니까? 저들은 이 사건이 세상에 살인이 알려지면,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될까 봐 부와 권력을 동원하여 보도를 막았지만, 뉴욕타임스는 즉시 보도하지 않았습니까? 이로 미루어 이미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매형은 그걸 어떻게 알아내셨습니까?” 

“굳이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는 상황아닙니까? 조 영희 회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어떤 집단의 소행이 분명하지요. 그들이 살인 청부를 주었을 겁니다! 그러면 청부업자는 누굴까요? 수안그룹과 평창그룹에 척을 진 집단은 다 일망타진 되고, 한 도당만 남아 있지요.” 

“매형, 그 도당이라면 우리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뉴욕으로 도주한 서 일남 일족 말씀이지요?” 

“그래 맞아요. 아들 일남이가 뉴욕에서 붙잡혀 무기징역형을 받은 것이 조 여사 때문이라며, 이를 갈고 있는 서 재명이 바로 청부업자입니다.” 

“아버님, 저도 들은 얘깁니다만, 이리 깡패 두목이라는 그 작자 말씀이에요?” 

“그래, 바로 그 사람이지! 내 자신하는데, 머잖아 기쁜 소식이 있을 걸세!” 

“아, 가만있자......말하는 중에 퍼뜩 머리에 떠올랐어.” 

“예? 어떤 생각이요?” 

“Tolstoy, 그 낱말 말이야!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Revival)을 의미하는 것이야! 

맞다! ‘나는 부활했다’는 메시지가 틀림없어! 이제 안심하고 일들이나 하시게! 그리 

고, 이런 메시지가 온 사실은 당분간 절대 비밀로 해주게.” 

  

8월 30일. 

  

서울 경찰청장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조영희 여사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혔다. 

  

서 재명 일당이 2008년 8월 9일 오전 11시쯤 신탄진로 현도교를 지나던 조영희 여사를 살해할 목적으로 여사의 승용차를 덤프트럭으로 금강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까지도 여사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철저한 수사 결과 H 건설, D 건설, S 건설 등 건설업계 관계자와, K 학원등 학원 관계자, L 병원 등 의료업계 관계자 30여명을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하였음을 밝힌다. 그리고 청부업자 서 재명 등 일당 5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혐의자 모두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므로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2008년 11월 25일 주모자 15명에게는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관련 업계는 비로소 이기적 기업경영을 뉘우친 듯, 수안건설과 평창건설을 반면교사로 삼아 겉으로나마 ‘부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9년 2월 23일, 인천공항에는 내외신 기자들의 플레시가 불꽃놀이 하듯 터졌다. 

조영희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시내로 들어오는 차 안에서 영희가 털어놓은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8월 8일 밤, 기도실에서 기도를 드리는데, 정면의 십자가에 불빛이 반짝하면서 이런 음성이 들렸다. “내일 조심하거라!” 

9일 11시쯤 현도교를 반쯤 건너는데, 앞길에 도로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고, 도로 공사 인부 옷을 입은 3명이 깃발을 흔들며 차를 세웠다. 그때 뒤따라오던 덤프트럭이 운전대 쪽을 밀어 강으로 빠뜨렸다. 강물에 떨어지자, 웬일인지 운전대 창문이 스르르 열렸다. 나는 수영에 능숙할 뿐 아니라, 2분가량은 물속에 있을 수 있는 훈련을 쌓은 터였으므로 물살을 따라 2km쯤 가다가 강가 모래밭에 도달했다. 

그때 낚시질하던 동네 목사가 200m 떨어진 교회로 나를 안고 갔다. 나는 목사에게 한국경찰에는 알리지 말고, 미국 뉴욕 FBI에 전화를 걸어달라고 전화번호를 주었다. 

전화를 받은 뉴욕 FBI는 즉시 오산 비행대에 연락하여, 헬리콥터로 나를 비행장까지 호송했다. 오산에서 미 공군기로 뉴욕 케네디 공항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한국 경찰과 합동으로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FBI는 신고를 받은 즉시 78년 말의서 길남 사건 파일을 열어보고, 서 길남의 잔당 짓임을 눈치챘다. 

  

2009년 2월 25일 정동진 호텔에서는 성대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영희의 가족과 친지, 혜주와 미령이 부부, 세영교회 양희창 목사와 목회자, 수안그룹과 평창그룹의 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모두 기쁨에 겨워 어린 예수의 탄신을 경축하며, 조영희 부활의 기적을 축하했다. 

  

새벽이 희끄무레 밝아오면서 붉게 물든 태양이 펜트하우스의 통유리를 두드린다. 

떠오르는 해님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두 사람의 희미한 실루엣이 행복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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