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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연 “전경련 대졸초임 삭감근거 황당”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과 일본의 대졸초임 비교' 발표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9/03/05 [10:51]
한국-일본 대졸초임 비교 논란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지독한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 (“there are three kinds of lies: 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 벤자민 디즈레일리.

최근 경제불황과 실업대란과 관련해 각급 경제단체들이 다양한 해법과 분석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해법의 경우 통계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근거함으로 인해 현실과 동떨어진 해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 2월25일 발표한 '고용안정을 위한 재계 발표문-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나누기 사업 추진'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경련 발표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전경련은 대졸초임을 삭감하는 근거로 '한국의 대졸초임이 일본보다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2007년 대졸초임(월급여)은 198만원으로 일본의 162만원보다 높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본지는 김유선 소장의 발표문을 요약하고, 이와는 별도로 <통계의 거짓말>이라는 책을 통해 한일 양국의 대졸초임을 수평 비교하는 일의 더욱 본질적 문제에 대해 짚어보았다.
 
▲ 2월25일 여의도 kt빌딩 전경련에서 30대그룹 채용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고용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 회의'를 마친 후 결의 내용을 발표하는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 전경련 제공


전경련 “경쟁국보다 과도하게 높은 대졸초임 합리적 조정”

김유선 “韓 대졸초임 日보다 낮고 그 격차 확대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2월25일 "경쟁국보다 과도하게 높은 대졸초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면서, 대졸초임이 2600만원이 넘는 기업은 최대 28%까지 대졸초임을 차등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이 예시한 대졸초임 삭감률은 임금구간 2600만∼3100만원 사이는 0∼7%, 3100만∼3700만원 사이는 7∼14%, 3700만원 이상은 14∼28%를 각각 삭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졸초임 비교: 전경련의 황당한 대졸초임 삭감근거'라는 자료를 통해 "전경련은 2월25일 대졸초임 삭감방침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졸초임이 일본보다 높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경총이 조사한 대졸초임과 전경련이 제시한 대졸초임 삭감기준은 상여금을 포함한 월임금총액 기준인데 비해 일본 경단련과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대졸초임은 정액급여 기준으로, 일본의 대졸초임 '정액급여 2600만원'을 '월임금총액 2600만원'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총과 일본 경단련의 2008년 대졸초임이 이미 공표되었음에도 전경련은 2007년 자료를 사용했고, 이는 예외적으로 낮았던 2007년 환율을 적용해야 그나마 '한국의 대졸초임(월임금총액)이 일본의 대졸초임(정액급여)보다 높다'는 주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졸초임(정액급여)을 비교하면 전경련의 주장과 반대로 한국의 대졸초임이 일본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경총의 대졸초임은 2007년 138만원, 2008년 142만원인데, 일본 경단련의 대졸초임은 2007년 162만원, 2008년 223만원"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대졸초임 격차가 2007년 24만원에서 2008년 81만원으로 확대된 것은 환율 변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동부의 대졸초임은 2007년 143만원인데, 일본 후생노동성의 대졸초임은 2007년 155만원, 2008년 214만원이었다.
 

 “경총과 일본 경단련의 2008년 대졸초임이 이미 공표되었음에도 전경련은 2007년 자료를 사용했고, 이는 예외적으로 낮았던 2007년 환율을 적용해야 그나마 ‘한국의 대졸초임(월임금총액)이 일본의 대졸초임(정액급여)보다 높다’는 주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경련 제시 근거와 그 허구성
 
전경련이 대졸초임 삭감기준을 2600만원으로 정한 종합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2008년 우리나라 100인 이상 기업 대졸초임 : 2441만원(경총 2008.12. 임금조정 실태조사 결과, 기본급+제수당+고정상여금)

②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두 배 높은 일본의 2008년 대졸초임 : 2630만원(일본후생노동성 2008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결과, 2008년 평균환율 100엔=1098.72원 적용)  

③ 2007년 1인당 gdp 대비 임금수준 : 일본 72%, 우리나라 128%(경총 2008.11. 주요국의 대졸초임 비교와 정책적 시사점)

이에 대해 김유선 소장은 "전경련은 ①·②·③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일본의 2008년 대졸초임 2630만원(②)을 유일한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는 대졸초임을 한국의 정액급여(또는 통상임금) 기준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대졸초임을 '조사를 실시한 해에 채용해서 6월 30일 현재 취업중인 신규대졸자의 소정내급여액에서 통근수당을 제외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소정내급여는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지불하는 임금으로 기본급과 제수당은 포함하고, 초과근로수당과 특별급여는 제외한 것인데, 2008년 6월 일본의 대졸초임(정액급여)은 19만8700엔으로, 2008년 평균 환율 100엔=1076.63원을 적용 환산하면 월 214만원, 연 2567만원이다.

전경련이 제시한 대졸초임 삭감근거에서 ①경총이 조사한 100인 이상 기업의 대졸초임 2441만원은 상여금을 포함한 월임금총액 기준이고, ②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10인 이상 기업의 대졸초임 2630만원(정확히는 2567만원)은 정액급여 기준이다.

김 소장은 "전경련이 대졸초임 삭감기준으로 제시한 2600만원은 근거 ①에서 월임금총액(기본급+제수당+고정상여금)을, 근거 ②에서 2600만원을 따서 짜깁기 한 것"이라며, "이는 한국 노사관계와 전경련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서글픈 코미디"라고 강조했다.
 
▲ 전경련은 2월 25일 여의도 kt빌딩 전경련에서 30대그룹 채용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고용안정을 위한 경제계 대책 회의'를 마친 후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전경련 제공
 
한국과 일본의 대졸초임 비교
 
김유선 “전경련, 일본 정액급여를 월임금총액으로 바꿔치기”
“2008년 말 환율을 적용하면 대졸초임 일본이 한국의 두 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한일 대졸초임 비교(2007∼2008년)'에서 경총의 대졸초임은 상여금을 포함한 월임금총액 기준이지만 일본 경단련의 대졸초임은 정액급여 기준이다.

정액급여 기준으로 2007년 대졸초임을 비교하면 한국은 138만원으로 일본의 162만원보다 24만원 적고, 2008년 대졸초임(정액급여 기준)은 한국이 142만원으로 일본의 223만원보다 81만원 적다.

일본의 대졸초임은 2007년 20만5075엔에서 2008년 20만6969엔으로 1895엔(0.9%) 증가했는데, 엔화(100엔) 환율이 2007년 790원에서 2008년 1077원으로 상승했으니까 일본의 대졸초임을 원화로 환산하면, 2007년 162만원에서 2008년 223만원으로 61만원(37.6%)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연말기준 환율(1394원)을 적용하면 2008년말 일본의 대졸초임은 288만원으로 한국의 대졸초임 142만원보다 두 배나 많다.

김 소장은 또한 "경총의 '임금조정실태조사'와 일본 경단련의 '신규학졸자결정초임급조사'는 사용자단체가 임의로 조사하는 것이어서 대표성을 갖는 자료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매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에서 대졸초임(정액급여)을 발표하고 있는데, 2007년 대졸초임은 19만5800엔이고 2008년은 19만8700엔으로, 연평균 환율을 적용해서 원화로 환산하면 각각 155만원과 214만원이다.

일본 경단련이 조사한 대졸초임은 2007년 20만5074엔, 2008년 20만6969엔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각각 162만원과 223만원으로, 일본 경단련 조사결과가 후생노동성보다 8000∼9000엔(7∼9만원) 높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한국 노동부는 매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최근에는 '사업체근로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대졸 등 신규 대학졸업자 초임을 따로 발표하고 있지 않다.

노동부가 발표한 '한국의 신규대졸자 초임(2007년 6월) 표는 노동부의 '사업체근로실태조사(2007년 6월)'에서 대졸초임을 계산한 결과로, 대졸초임은 '2007년에 입사한 대졸자로서 만22∼27세인 자의 정액급여'로 정의했다.

2007년 대졸초임은 129만원이며, 10인 이상 사업체 대졸초임은 143만원인데,. 경총의 2007년 대졸초임(정액급여 기준) 138만원과 차이가 크지 않다.

한국과 일본의 대졸초임(정액급여)을 비교하면 2007년에 한국은 143만원이고 일본은 155만원으로, 한국의 대졸초임이 일본보다 낮지만 그 격차가 12만원으로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환율이 예외적으로 낮았던 2007년 환율을 적용한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2008년에는 환율이 크게 올라 일본의 대졸초임(정액급여)가 155만원에서 214만원으로 59만원 증가했기 때문에 한국의 대졸초임보다 60∼70만원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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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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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희 2009/09/10 [17:29] 수정 | 삭제
  • 어차피 일본은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율도 높고 물가도 높으니까... 비슷한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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