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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정준양,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1975년 포항제철 입사해 첫 직장에서 외길인생으로 성공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9/02/22 [21:06]
'산업의 쌀' 철을 생산·공급해 한국 제조업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포스코. 세계 2위의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한국경제가 만들어낸 기적을 이야기할 때 삼성전자, 현대중공업과 함께 늘 가장 먼저 언급되는 회사이다.
 
1968년 정부주도 하에 포항종합제철(주)라는 이름의 공기업으로 시작한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수장이 교체되는 비운(?)을 맞이했지만 그때마다 끈끈한 조직문화를 보여주면서 혁신과 도전의 기조만은 굳건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역대 회장들 중에 김만제(1994∼1998) 전 재무부장관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낙하산'을 수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또한 황경노 회장(1992∼1993)을 빼면 역대 회장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은 '포스코 회장' 자리의 신성함(?)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이번에 이구택 회장의 뒤를 이을 새 사령탑으로 내정돼 2월27일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 승인을 앞두고 있는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포스코 상임이사 겸임)은 포스코의 이렇듯 강건한 기업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사건의내막>은 정준양 회장(이하는 회장으로 표기)의 인생스토리를 통해 포스코가 걸어온 혁신과 도전의 길을 회고해 보았다.
 
德將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성공 풀 스토리
 
1948년 2월3일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업교육과를 졸업한 정준양 회장은 사회생활의 첫 직장으로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을 선택해 지금까지 34년째 포스코에만 몸을 담아오면서 포스코의 성공신화에 한 몫을 했다.
 
정 회장의 이력 사항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에 하나는 1999년 2월의 순천대학교 대학원 금속학과 졸업. 1999년 4월 eu사무소장으로 발령 받기 전까지 제강부와 생산기술부 부장, 기술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한 것을 감안하면 학업과 업무를 병행한 것이다.
 
한 달에 5권 이상의 역사, 과학, 문화 관련 책을 읽는 소문난 독서광(狂) 정 회장은 자투리 시간까지도 독서나 어학공부에 쏟는 등 자기계발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그는 엔지니어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예술, 역사, 철학 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해박한 지식은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항상 풍부한 화제와 유머로 만남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능력으로 발휘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렇듯 자기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하고 부지런한 반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옆집 아저씨 같이 편안하게 직원들을 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따뜻하고 온화한 성격, 친근한 화법으로 직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1975년 포항제철 입사, 첫 직장에서 외길인생으로 성공
세계 철강 역사 새로 쓴 파이넥스 공법고안자 '기술 맨'


혁신 주도 현장 엔지니어
 
▲ 정준양 포스코 회장 후보     ©포스코 제공
정 회장의 회장후보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이성웅 광양시장이 환영과 축하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러한 측면을 잘 보여준다.
 
이 시장은 정 회장에 대해 '덕장'이라며 "광양 명예시민인 정준양 회장 후보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 회장에게는 이밖에 10여년 전 노사문제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명 한 명 살폈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회사 경영진으로서 그의 이러한 인간미와 노력이 포스코가 현재 이룩하고 있는 안정적인 노사문화 형성에도 일조 했다는 평이다.
 
부드러운 인상과 인간적인 면모가 정 회장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는 철강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제강부장, 제철소 부소장, 제철소장에 이어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총괄하는 생산기술부분장 (coo)을 역임하는 등 철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2004년 광양제철소장 시절부터 6시그마, qss(quick six sigma) 등 활동을 생산현장에 확대하며 혁신 조업기술 개발 및 고부가가치 전략제품의 생산기반 마련 등 글로벌 기술리더십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혁신 활동은 통해 포스코가 2006년부터 매년 1조원 수준의 도전적인 원가절감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기여했다.
 
특히 그가 생산기술부문장으로 재직 시 포항 및 광양 양 제철소에 이러한 혁신 활동뿐 아니라 공정간, 부서간 벽을 제거하는 활동을 추진해 원가는 물론 기술경쟁력을 한층 더 향상시킨 '선이 굵은 현장 엔지니어'로 평가받고 있다. 정준양 회장의 평소 지론은 "신기술개발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
 
생산기술부문장 재임시절 지금 당장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기술 개발에 대해 경영진들이 망설이고 있을 때 "신기술은 분명히 우리회사가 중국과 차별화하고 일본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익과 관계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설득했다는 일화는 신기술개발에 대한 그의 신념과 열정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또한 2007년 세계 철강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은 파이넥스 준공 이후 과감한 추진력과 치밀함으로 생산 정상화를 조기에 달성하고 파이넥스 조업 표준을 마련한 것도 정 회장이다. 
 
온화한 성격·친근한 화법으로 '옆집 아저씨' 이미지
문화·예술·역사·철학 등 다양한 지식 해박한 리더

 
시련과 도약
 
정 회장의 직장생활에서 최대 시련은 1999년 제강부장·기술연구소 부소장에서 eu(유럽연합) 사무소장으로 발령을 받은 것이었다. 생산·기술 부문에서만 근무하던 그에게 생소한 업무가 주어진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토사구팽' 당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러한 시련을 오히려 현장 엔지니어로서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회로 활용했다. 국제철강협회 근처에 있는 eu사무국에 근무하며 세계 철강기술의 원천지 유럽의 철강기술을 습득하고 각 국 철강사들과의 교류를 활발히 한 것이다.
 
이렇게 일찍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게 된 정 회장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기술부문장 재직 시 글로벌 r&d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일본, 중국, 프랑스 등 8개국 13개 사와 다양한 기술교류를 이끌어냈다.
 
정 회장에게 찾아온 두 번째 시련이자 두 번째 기회는 지난해 11월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선임된 것이었다.
 
2003년 3월 eu사무소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광양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으로 활동을 시작한 정 회장은 1년 뒤에 전무 승진과 동시에 소장으로 승급하고, 다시 2년 뒤에는 생산기술부문장으로서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면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러던 정 회장이 지난해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선임된 배경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되는 시각이 존재했다.
 
비리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의 후임으로 정 회장이 선임되자 차기 회장으로 가기 위한 경영수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분석과 동시에 반대쪽에서는 이구택·윤석만·정준양의 3인 대표체제에서 정 회장이 외각으로 밀려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임한 3개월 동안 포스코건설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오면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증명했고 이러한 성과는 이번에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는 과정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 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시도한 혁신 활동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비주얼플래닝(일명 vp) 활동. 직원들이 자신의 이름표가 붙은 게시판에 평상시 업무를 △계획 업무 △개선 업무 △돌발 업무 등으로 꼼꼼히 기재하도록 한 것이다.
 
'vp활동'은 개개인의 업무계획을 정량화하고 공식화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를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잘못된 업무 관행과 비효율적 업무처리 방식, 지시·보고·회의 등의 낭비를 없애고 가치 있는 업무로 채우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정 회장은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미에루카 경영전략>과 <도요타제품 개발의 비밀>이라는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미에루카'는 도요타의 생산현장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문제점을 보이게 하라"는 뜻. 20세기 후반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이뤄냈던 혁신의 방식들을 배워 우리만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자는 그의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으로, vp활동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나온 것이라 할 것이다.
 
새로운 미래 
 
포스코 관계자는 "정준양 사장은 34년간의 철강산업 경험과 빠르고 치밀한 업무추진력을 바탕으로 제품별, 공장별 제품 믹스의 전략적 운영과 경제적 조업 패턴 확립을 통해 현재의 급박한 시황 변화, 경기침체를 타계해 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 회장은 철강기술분야 최고 전문가답게 포항과 광양 신제강공장, 광양 후판공장 등 포스코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사상최대 규모의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는 동시에 월드 퍼스트, 월드 베스트 제품 기술과 전략공정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포스코 정준양 체제의 앞에 놓여있는 대내외적 환경은 만만치 않은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른 외풍보다 더 크고 어려운 과제는 미국발 불황으로 인해 그 끝을 모를 시련의 시기를 시작한 세계경제의 파고를 넘어서는 것이다.
 
지난 시기 포스코는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 2위의 철강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품질 면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구택 전 회장을 비롯해 전임 회장들이 이뤄낸 성과가 빛나는 만큼 그 뒤를 잇는 정준양 회장의 어깨에 얹어진 책임감의 무게 또한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 마인드와 인간미를 동시에 겸비한 신개념 ceo 정준양 회장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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