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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용어/'닉슨 쇼크(Nixon shock)'

금본위제 폐지와 달러화 시대의 끝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9/02/20 [14:28]
▲ 희대의 도청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     © 백악관 공식프로필

 
희대의 도청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1971년 8월 달러와 금의 교환정지(금본위제 완전 폐지)를 포함한 신경제정책을 발표했고, 그로 인해 세계경제가 받은 충격과 변화를 일컬어 '닉슨 쇼크'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세계 공통화폐는 '금'이었는데, 1944년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 확립을 위해 미국 브레튼우즈에 44개국 대표가 모여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설립을 비롯한 새로운 국제통화 체제를 만들었다.

'브레튼우즈체제'라고 불리는 이 국제통화체제는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설정하고, 각국 통화는 달러화에 기준환율로 고정시켜 환율을 안정시킴으로써 국제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타국의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화에 대해서는 미 연방준비은행(frb)에 예치된 금으로 언제든 바꿔주겠다는 지급보증(금 태환)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약속이 가능했던 것은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의 포화에서 비껴나면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미국이 전 세계의 금을 빨아들임에 따라 전 세계를 상대로 은행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베트남전쟁으로 미국의 재정 지출이 확대되고 국제수지가 계속 악화되면서 전체 달러화 발행량에 비해 frb에 예치된 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졌고 결국 1971년의 금본위제 완전폐지 선언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닉슨의 발표는 중남미 국가들에게서 나타났던 국가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세계최강대국 미국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달러화는 폭락하지 않고 국제통용화폐로서의 지위를 고스란히 유지했다.

여기에는 이미 국제통용화폐로서의 미국 달러화에 길들여진 세계 각국의 경제 무역 시스템에도 이유가 있지만 1971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수출대금을 미국 달러화로만 받겠다고 선언한 것이 보다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달러화와 석유의 결합은 20세기 후반의 초장기 호황시대를 유지하는 동력의 하나였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특히 후세인 체제의 이라크가 달러화 결제를 벗어나려고 한 것이 이라크 전쟁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나, 노무현 정부 시기 한국은행의 '보유외환 다양화' 방침 발표로 국제 외환시장이 출렁였던 사실 등을 감안하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세계의 불안한 시선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인 동시에 이제 그 영향력이 끝을 맺을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와 중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달러화 시대 이후를 대비하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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