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은 작가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출간...“유럽 골목길을 거닐다!”

일생 벗했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조용히 걸어 본 유럽여행

김수종 작가 | 기사입력 2022/05/14 [16:19]


▲ 고희은 작가 쓴 '고독한 책' 표지.     ©브레이크뉴스

멍하게 바라보기 좋은 한 폭 동양화 앞에 선 듯, 깊은 여운을 남긴 고희은 작가가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호메로스 출판사)를 들고 섰다. 전작 <이런 나여도 괜찮아>가 사유와 여백, 의식의 흐름을 공유하게 만들었다면, 신작은 여기에 ‘여행’이라는 양념을 올려 유럽을 불러왔다.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시간,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겼던 유럽 골목길. 고 작가가 떠난 여행 중심은 유럽이라는 공간이 아니다. 프롤로그에서 “책으로, 그림으로, 일생 벗했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조용히 걷는 것이 여행지에서 나의 주된 일”이라고 밝혔다.

 

유럽이라는 시간과 공간 속을 살았던 지극히 외롭고 쓸쓸했던 사람들과 그 고독함으로 창조된 세계를 만나고자 함이다. 절필한 뒤 문단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20여 년을 오로지 사유하는 존재로서 고독하게 살았던 폴 발레리.

 

손가락 관절이 완전히 마비된 후에도 붓을 팔에 묶고 활기 넘치는 그림을 그렸던 르누아르를 말하고 있다. 일생 자유롭기를 꿈꾸었지만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출구”라고 한 카프카. 나치 망명객으로 세계 각처를 전전하며 글을 쓰다 폭풍에 쓰러진 나무에 맞아 사망한 호르바트.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처럼 모든 것을 잃고 생을 마감한 오스카 와일드. 부패하는 것, 타락하는 것, 죽어가는 것들을 인간과 이 세상의 본질이자 예술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던 누드화가 에곤 실레까지.

 

예술가의 삶이, 작품 속 인물이 이리도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은, 유럽이라는 공간 때문이 아니라 예술가의 고독에 오롯이 귀를 기울이는 작가의 태도 때문이리라. 유럽 골목에서 마주한 그들은 여전히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지나고 나서야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은 쓸쓸하면서도 벅찬 일이다.

 

유럽 8개국 17개 도시가 배경이라고 해서, 도시 곳곳을 직접 찍은 사진이 등장한다고 해서 고희은 작가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지 않는다. 그저 여전히, 묵묵히 앞서 걸어가다 잠시 쉬며 사방을 둘러본다.

 

패키지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자유여행 동반자라고나 할까? 그저 먼저 와 본 동반자의 여유를 지닌 채 두리번거리는 동행인에게 미소 짓는 것이다. 마치 “여기까지는 내가 저번에 와 본 곳이야, 우리 이번에는 저 골목으로 한 번 가보지 않을래?”라고 말하는 것처럼.

 

로마, 무성한 잡초와 고양이들, 귀퉁이만 남은 처마를 위태롭게 이고 있는 기둥, 여기저기 나뒹구는 건축물들의 잔해, 머리가 없는 조각상, 초라한 카이사르의 무덤, 폐허라기엔 여전히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공공 광장. 찬란했던 옛 로마의 흔적들 앞에서 아득한 감흥에 빠졌다.

 

피렌체라는 이 도시는, 단테와 마키아벨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첫사랑과도 같은 곳이다. 잊고 살기엔 너무 아름답다는 뜻이다. 버리기엔 너무 다정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결국, 운명적이고 시적이라는 뜻이다.

 

라부 여관의 3층 다락. 조그만 침대와 의자 하나가 전부인 그의 마지막 방.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쏘고도 바로 죽지 못했던 그 방. 가쁜 숨소리와 비릿한 피 냄새로 가득했을 그곳의 귀퉁이에 앉아 초라한 철제 침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파리의 거리를 걷는다는 건,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이들의 숨결을 느낀다는 것이다. 다리 밑과 뒷골목을 산책하며 영감을 떠올렸던 보들레르. 때로는 손수레 하나로 충분한 짐을 끌고 더 싼 방을 찾아 이사 다녔을 그의 모습.

 

달콤한 삶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수수께끼와 매혹과 어둠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나의 힘이자 긍지이며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다.

 

외롭고 절망적으로 서서 저 멀리 솟은 성을 바라보던 소설 속 K. “K가 이 지방을 찾아온 것은 애당초 명예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책 속의 구절처럼, 어쩌면 나의 인생도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문득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 속에 서 있는 경험. 어쩌면 모든 여행이 그러할 것이고, 더 넓게는 일생을 뒤바꿀 단 한 번의 변곡점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떠났다고 해서 모두가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끝내려면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어야만 하고,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결국 돌아가는 것이다. 또다시 조금은 외롭고 담담한 정물화 같은 삶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내가 떠난 뒤에도 나를 기억하는 이들로 인해 존재할 그 공간을 응시하고 지키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일 수 있다는 것.

 

좁고 추운 파리의 빈민 아파트 5층 방에서 글을 쓰며 세상의 절망과 싸운 말테는,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책의 끝부분에 나오는 탕자의 이야기.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며 신에 이르는 길이라는 깨달음은 천천히 찾아오지만, “그를 사랑할 수 있는 한 분이 아직 그를 사랑하려 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구절로 모든 것은 또 다른 시작이자 질문으로 남게 되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아서 궤도를 벗어나도 끝나는 법이 없다. 방황하는 이에게 어디부터가 그의 땅인지를 물을 필요가 없듯이, 길을 걷는 이에게 어디까지가 그의 여정인지를 물을 필요도 없다.

 

느리고 느리게 여행을 하던 시절엔 길 위에서의 모든 과정이 바로 여행이었다. 창밖의 세상을 응시하며 온갖 공상에 빠져 있는 동안, 목적지에 쉬이 닿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었다. 덜컹거리는 차창 밖으로 부서지던 햇살. 들판의 그 환한 빛과 낯선 풍경 속의 사람들.

 

베네치아의 뒷골목을 헤매면서, 길을 잃는다는 것이 때로 이토록 인간의 감각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민감하게 열리던 눈과 귀. 오래된 집에 매달린 주홍빛 전등의 포근함과 좁은 골목길을 떠도는 바람에 간지럼 타던 피부. 찰싹대는 물결의 속삭임. 그리고 깨달았다.

 

신작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의 저자인 고희은 작가는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원 예술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영화와 공연, 지역 문화콘텐츠 기획 작업을 한다. 어느 해 생일에 여행을 시작해 10년 넘게 틈틈이 세상 구경을 하고 있다. 피로와 불면에 괴로워하면서도 오래된 도시의 이야기를 따라 종일 걷는 것을 여행의 낙으로 여긴다.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과 스포츠 경기를 좋아한다. 딥 퍼플, 메탈리카의 사인 LP와 이종범, 이대진 선수의 사인볼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지은 책은 <뮤지컬 배우 20인에게 묻다>(공저), <이런 나여도 괜찮아>가 있다. daipapa@hanmail.net

 

*필자/김수종

 

김수종 작가는 소백산과 태백산이 만나는 양백지간(兩白之間)에 자리한 영주시에서도 안정면 대룡산에서 1968년 유난히 햇살이 좋은 가을 벼 베는 날 태어났다. 그래서 조부께서는 “평생 아무 일 안 해도 밥은 굶지 않고 살겠다”고 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와 독서`글쓰기`이바구를 좋아하여 놀면서 잡다한 책만 읽었다. 영주중앙초등`대영중`영광고를 졸업했다.

 

스무 살부터 여기저기 떠돌며 살다가 십여 년 전부터 서울 성북구에 정착해 사진 찍는 아내 신상아와 대학생인 아들 연우와 살고 있다. 대학에서 종가학문인 철학을 공부한 덕에 같은 줄기인 문학과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사실 전공 공부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잡학인간이라 건축`사회학`일본어`미학`경영학`언론`광고`홍보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사는 편이다.

 

주로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물 유적과 지역을 둘러보면서 연구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있다. 그동안 <열정과 집념으로 승부한다> <영주를 걷다> <역사 그리고 문화, 그 삶의 흔적을 거닐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등을 집필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daipapa@hanmail.net

 

Go Hee-eun Writer 'City of Lonely People' Published... “Walking the European Alleys!”

Traveling in Europe quietly walking in the footsteps of lifelong friends

-Writer Kim Soo-jong

 

Artist Koh Hee-eun, who left a deep impression as if standing in front of an oriental painting that is good to stare blankly, stood with <City of Lonely People> (Homeros Publishing House). If the previous work <It's OK to be like this> made me share thoughts, space, and stream of consciousness, my new work brought Europe with the seasoning of 'travel'.

Time accumulated over a long period of time, a European alleyway where we just walked silently. The center of travel that Koh left for is not Europe. In the prologue, he said, "My main job while traveling is to quietly walk in the footsteps of lifelong friends with books and pictures."

The purpose is to meet the extremely lonely and lonely people who lived in the time and space of Europe and the world created by their loneliness. Paul Valery, who lived in solitude as a being who only thought for 20 years before returning to the literary world after writing a desperate book.

Speaking of Renoir, who, even after his knuckles were completely paralyzed, tied his brushes to his arms and painted lively. Kafka, who dreamed of being free all his life, said, "The problem is not freedom, it's the exit." Horbart, a Nazi exile, was struck by a tree that fell in a storm and died while he was writing while traveling around the world.

Oscar Wilde, who lost everything and died because of his love, as in his fairy tale <The Happy Prince>. Even the nude artist Egon Schiele, who thought that decaying, degrading, and dying were the essence of humans and the world and the reason for the existence of art.

The reason the artist's life and the characters in the work come so clearly is probably not because of the European space, but because of the artist's attitude to listen to the artist's solitude. They were still sadly beautiful, who met in the alleys of Europe. It is lonely and overwhelming to fall in love more after it has passed.

Just because it is set in 17 cities in 8 European countries, and the appearance of photos taken directly from various places in the city, does not change the flow of artist Koh Hee-eun. He does not beckon readers to follow. Just still, silently walking ahead, resting for a while, looking around.

Not a package tour guide, but a free travel companion? He simply smiles at the companion who has come before him, looking around with his leisurely pace. It's like saying, "This is the place I've been to before. Why don't we go down that alley this time?"

Rome, overgrown weeds and cats, the pillars jeopardizing the corner eaves, the ruins of buildings scattered here and there, the headless statues, the shabby tomb of Caesar, the public square that still feels overwhelming for a ruin. In front of the splendid traces of old Rome, I fell into a distant thrill.

The city of Florence is like first love, as it was to Dante and Machiavelli. It means too beautiful to be forgotten. It means being too sweet to throw away. So, in the end, it means fateful and poetic.

The 3rd floor attic of Labu Inn. His last room with only a small bed and one chair. The room where he shot himself in the chest and didn't die right away. I sat on the corner of the place that must have been filled with the sound of breath and the smell of fishy blood, staring endlessly at the shabby iron bed.

When you walk through the streets of Paris, you feel the breath of so many people who have passed through this place. Baudelaire was inspired by walking under the bridge and alleys. Sometimes he would have moved around in search of a cheaper room, pulling enough luggage with one cart.

There is no sweet life anywhere. But the fact that I am alive in all these riddles, fascinations and darkness is my strength and my pride and my qualification to love you.

K. in the novel, standing alone and desperately looking at the castle towering in the distance. Like the verse in the book, “K came to this province not to gain an honorable and free life in the first place.” heard.

One day, the experience of standing in an unfamiliar world out of the perfectly structured daily life. Perhaps every trip will be like that, and more broadly, it will be a single inflection point that will change your life. But leaving doesn't mean everyone can stay.

To end it, nobody had to love me, and nobody had to remember me. So it will eventually come back. It may be a little lonely and calming life like a still life again, but it can also be meaningful to gaze at and protect the space that will exist because of those who remember me after I leave.

Malte, who struggled with the despair of the world while writing in a room on the fifth floor of a narrow and cold Parisian apartment complex, is nothing but the image of all of us living today. The story of the prodigal son at the end of the book. The realization that only love that sets each other free is true love and the way to God comes slowly, but with the last phrase “one who could love him has not yet tried to love him,” everything remains as another beginning and a question.

Walking on the road is like living life, and it never ends even if you go off track. Just as there is no need to ask a wanderer where his land is from, so there is no need to ask a person walking on the road where his journey is.

In the days of slow and slow travel, every process on the road was a trip. While staring at the world outside the window and immersed in all sorts of fantasies, he was not anxious even if he could not easily reach his destination. The sunlight shattered outside the rattling car window. The bright light of the field and the people in the unfamiliar landscape.

As I wandered through the back alleys of Venice, I thought about the fact that getting lost can sometimes awaken the human senses so much. Eyes and ears that were sensitively opened in the dark. Skin that was tickled by the warmth of the scarlet light hanging from the old house and the wind wandering through the narrow alleyways. The whispers of the rippling waves. and realized

Author Koh Hee-eun, author of the new work <City of Lonely People>, graduated from Chung-Ang University's Department of Creative Writing and Arts Management at the same graduate school. She works on film, performance, and local cultural content planning. He started traveling one year on his birthday and has been exploring the world in his spare time for over 10 years. Although he suffers from fatigue and insomnia, he considers it a pleasure to travel all day long, following the stories of the old city. He likes almost all genres of music and sports. He cherishes Deep Purple and Metallica's signed LPs, as well as the signed balls of Lee Jong-beom and Lee Dae-jin. In the meantime, he has written <Ask 20 Musical Actors> (co-authored) and <It's OK to be like this>. daipapa@hanmail.net

*Writer/Kim Soo-Jong

Writer Kim Soo-jong was born on a particularly sunny autumn day in 1968 at Daeryongsan Mountain, Anjeong-myeon, in Yeongju-si, which is located between Yangbaekji Mountain and Taebaeksan Mountain. So his grandfather said, "I will live without starving for food for the rest of my life, even if I do nothing." Since childhood, he has loved reading and writing with his friends, so he only read miscellaneous books while playing. He graduated from Yeongju Central Elementary School 'Daeyeong Middle School' Young Advertising.

He has been wandering around since the age of 20, and has been living in Seongbuk-gu, Seoul for about ten years, living with his wife Shin Sang-ah, who takes pictures, and his son Yeon-woo, a college student. He is also interested in literature and history, which are the same stems, thanks to his study of philosophy, a scholarly discipline at university. In fact, he is a mischievous person who is more interested in other things than studying his major, so he reads a lot of books about architecture, sociology, Japanese, aesthetics, business administration, media, and advertising.

He mainly researches, takes pictures, and writes while visiting relics and sites related to history and culture. In the meantime, he has written and published books such as <Compete with Passion and Perseverance> <Walk the Youngju> <Walk through history and culture, the traces of its life> and <Republic of Korea lives only when the provinces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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