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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원수는 국정감사장에서 만난다?!

2008 국정감사장엔 이런 일들이…질긴 정치 인연, 에피소드 3토막

설원민 기자 | 기사입력 2008/10/14 [15:38]
▲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왼쪽)이 지난 6일 국방부 감사장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김상문 기자
 
국정감사장에 나오는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원의 입장은 미묘하다. 피감기관원들은 국회의원이 마치 자신의 알몸을 위아래로 훑는 느낌이라고 전한다. 그런데 과거 인연을 맺은 이와 국감장에서 마주섰다면 어떨까? 더구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원수를 국감장에서 만난다면, 18대 첫 국정감사장에서 의원과 피감원으로 만난 원수(?)들을 살펴봤다.
 
에피소드 1. 별의 별(★) 恨

지난 10월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육사 선후배가 만났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육사 36기)과 이상희 국방부 장관(육사 26기)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6년 김 의원은 사단장인 이 장관 휘하의 제30기계화보병사단장 작전참모(중령)였다. 명령에 죽고 사는 군대의 상하관계였지만 10년이 지나 국감장에서 둘의 관계는 역전돼 있었다. 더구나 김 의원이 지난 2006년 6월 '스타'를 달지 못하고 예편했는데 원인 제공자가 다름 아닌 이 장관이었으니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뒤 자신이 '스타'로 진급하지 못한 이유가 당시 사령관인 이 장관이 근무평점을 낙제점인 ‘c’를 줬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고 한다. 반면 이 장관은 제3군사령관, 합참의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에까지 승승장구하며 올라왔으나 국감장에서 이 의원을 만나게 된 것이다.  

김성회 vs 이상희
김 성회 의원 별 못 달고 예편
이상희 장관이 근무평점 야박
의원 vs 장관 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만났지만…오해 미리 풀어


그러나 국감에서 김 의원과 이 장관은 원수라기보다 동지에 가까웠다. 김 의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군필자 가산점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장관이 “군필자 가산점제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국방부는 이를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화답’한 것이다. 알고 보니 김 의원이 이 장관에게 과거 근무평점을 나쁘게 준 것과 관련해 진상을 확인하고 서로간의 앙금을 풀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에게 확인해본 결과 이 장관이 당시 김 의원의 근무평점 때 c를 줬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a를 줬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란 후문이다.

한편 김 의원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록 장군이 되지는 못했지만 진급에서 누락됐기 때문에 ‘선량’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장관과는 서로 오해를 풀었고 이제는 국방부 장관과 국회의원으로서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민주당 박지원 의원      ©김상문 기자

에피소드 2. 피고와 검사 그후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송두환 헌법재판관이 지난 10월7일 국감장에서 만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감에 앞서 의원들과 헌법재판관들의 상견례에서 만난 이 둘은 5년 만이었다.
 
지난 2003년 특별검사와 피고인으로 만난 후 처음이었다. 당시 송 재판관은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맡아 박 의원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박 의원으로서는 악연을 국감장에서 만난 것이다.  

박지원 vs 송두환
대북송금 사건 연루된 피고와
수사하던 특별검사 5년 만에
의원 vs 헌법재판관으로 재회
그러나 서로 악수 나누며 격려


그러나 박 의원과 송 재판관은 깊게 악수를 나누며 “축하한다”, “오랜만이다. 축하한다” 등 깊게 악수하며 인사말을 건넸다.

박 의원은 “저는 개인적으로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노무현 정권에서 징역을 살았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이어 “그분(박 의원)이 특검이 연장되면 수표를 추적해 (진위를) 밝힐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피고인이 고생을 했다고 한 (송 재판관)말을 전해 들었다”며 “그분(송 재판관)을 존경한다”며 송 재판관과의 인연을 밝혔다. 또 “언론이 (송 재판관에 대해) 물었을 때 비록 저를 구속했지만 저는 참으로 합리적인 분이기 때문에 헌법재판관이 돼야 한다고 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헌재를 존중한다”고 밝히며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당시 특검 기간 중 수사를 끝내지 못했던 송 재판관은 박 의원에 대한 기소 여부를 대검 중수부에 넘겼다. 중수부는 박 의원에게 현대그룹으로부터 대북사업의 대가로 뇌물 150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를 강행했다. 그러나 2006년 5월 박 의원은 고등법원에서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에피소드 3. 어제의 동지 오늘은 적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지난 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의 한국산업단지공단 국정감사에서 상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에게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아무개 서울지역본부장이 라이터를 던지며 폭언과 협박을 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이아무개 서울지역본부장은 국회의원에게 협박성 폭언을 한 혐의(국회회의장 모욕)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원에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사건 후 이 본부장과의 사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 의원측이 “2~3번쯤 만나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과 달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최 의원과 이 본부장이 서로 아는 사이였는데 국감장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무능력한 사람을 서울지역본부장으로 보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격분한 것 같다”는 것이다. 

최철국 vs 이모 본부장
2004년부터 돈독한 친분 쌓았지만
이아무개 본부장 국감장 행패 부려
어제의 동지가 졸지에 원수 될 판


실제 경찰조사 결과 최 의원과 이 본부장은 지난 2004년부터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이 경남 김해에서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산업단지공단을 유치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과정에서 당시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장이었던 이 본부장을 알게 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김해시와 함께 2012년까지 경남 김해 주촌면 일대 에 5200여억원을 투자해 150만여㎡ 규모의 ‘김해일반산업단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지난 7월에 기공식을 했다.

이후 지난 2005년 열린우리당 경남도당위원장을 맡은 최 의원이 지역구인 김해뿐만 아니라 경남지역의 현안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는 이 본부장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이 본부장 역시 최 의원과 마찬가지로 경남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출신인지라 경남지역의 산업단지 공단 유치를 위해 함께 일하면서 수년간 막역한 사이로 지낸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인연은 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부하직원의 횡령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추궁한 데 격분한 이 본부장의 폭언과 협박으로 파경을 맞게 됐다.
 
취재 / 설원민 기자  sinclair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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