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변호사는 별난 사람이다. 그는 6.25가 나기 전 4개월 전에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공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 운영하고 있다. 한때 그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사회활동을 접고 공주 우금치 골짜기로 내려갔다. 그는 10여 년간 그곳에서 민족을 생각하며, 묵상을 하거나 사색하며, 고전을 읽었다. 사는 집도 우금치 부근이다. 그는 그때 섭렵하거나 스스로 구조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기초로 "역사의 아침-큰 나라 큰 지도자 이야기(곰나루/209쪽)"라는 책을 펴냈다. 그가 세속을 떠나 얻은 것은 민족에게 줄, 비전을 제시할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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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지도자-새지도자 대망론
박 변호사는 '큰 지도자' '새 지도자' 대망론자임을 알 수 있다. 이 민족을 구할 큰 지도자가 꼭 오리라는 것을 신앙하고 있었다. 지도자 대망론은 그 시작부터 긴장감이 돈다. 그는 “고난은 메시아를 부르고 메시아에 관한 전설을 낳는다. 지도자와 새 세상에 대한 민중의 염원은 민중의 고난이 가중될수록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길거리 주막에서, 동네어귀 수호나무 밑에서, 모를 심는 품앗이 현장에서, 잔칫집에서, 초상집에서, 모이면 수군거렸다. (27쪽)”라고 민중 속의 염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를 피력하면서 “머나먼 장래에 미륵불이 나타나 세상을 구한다는 사상은 신라 하대에 널리 펴졌다. 궁예는 민중의 미륵신앙에 터 잡고 한때나마 풍미할 수 있었다. 정도령이 계룡산에 나타나 새 세상을 열 것이라는 정감록의 감결은 조선시대에 나타났다. 지금도 세상이 어지러울 때면 계룡산 근처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27쪽)”고 소개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대망하는, 새로운 지도자는 민중 속에서 나올 것임을 그는 예단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문명은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문명이 전개되기 시작한다는 후천개벽의 사상에도 도탄에 빠진 민중의 지도자 출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녹두장군 전봉준을 위시한 대 접주, 손화중 김계남 김덕명 등은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동학혁명에 장렬하게 목숨을 바쳤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무지렁이 어리석은 믿음이라고 가볍게 지나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전설이든 설화든 민중의 이야기는 진실이 있고 염원이 담겨 있다. (28쪽)”고 논하고 “지도자는 민중의 가슴에 깃발을 꽂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깃발이 나부끼지 않는다. 그래서 민중의 이야기는 지도자라는 씨앗이 뿌리내릴 소중한 토양이다. 민중의 열린 가슴이 없으면 지도자는 어디에 가서 안길 수 있는가. 허공에 떠도는 씨앗일 뿐(29쪽)”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지도자와 민중이 일체해야한다는 리더와 따르는 민중 간의 일체론을 설파한다. "지도자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지만 새로운 시대는 그 시대에 뿌리박고 전개된다. 시대의 토양을 거스르면 지도자도 새 시대도 탄생할 수 없다. 시대의 중심에는 민중이 있다. 민중은 시대의 중심에 서서 시대의 비바람을 맞으며 생명을 이어가고 정신을 키워간다. 지도자는 시대를 타듯 민중을 타야한다. 민중의 가슴에 시대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는 말에는 하늘이 있고 시대가 있고 민중이 있으며 지도자에게 주는 하늘의 소리가 있다.(37쪽)"고 외친다.
지금이 새 지도자의 출현 시기
그는 지금이 새 지도자의 출현 시기라고 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바야흐로 큰 지도자가 출현할 때이다. 천년동안 지도자를 기다린 민중의 염원은 이제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면 기나긴 고난에 찬 세월이었다. 몇 천 년이나 만주벌을 지배했던 야성과 패기가 사멸직전의 뇌세포를 깨우고 식어가는 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31쪽)”고 전제하고 “천년 저 너머의 한국사를 보면 웅지의 한민족이 말을 타고 드넓은 만주벌판을 달리고 있다. bc 24세기의 단군, bc 1세기의 주몽, 5세기 초의 광개토대왕, 8세기 초의 대조영이 이 민족을 이끌고 만주벌을 질풍처럼 달리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이 만주벌에서 말갈기를 휘날리며 지도자를 중심으로 국운을 개척해간 장엄한 체험은 그들의 뇌세포와 끓는 피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천년 고난의 암흑 속에서 민중은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 준 영결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굴욕을 존엄으로 바꾸어줄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학수고대 하였다. (36쪽)”고 설명한다.
첨단사회, 그리고 민주화된 사회에 출현할 지도자는 어떤 상(像)일까? 지도자가 겸비해야할 덕목으로는 “웅대한 비전”이 등장한다. 그는 “지도자의 출현이 민중에게 갖는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히려 지난 몇 십년간의 경험은 민주사회에서도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를 깨닫게 하고 있다. 어리석은 지도자는 민중의 마음을 할퀴고 민중의 눈물을 흘리게 하며, 민중의 시름을 깊게 하고,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라고 꼬집으면서 “국가의 진로를 제시하고 국정의 목표를 향하여 국민의 힘을 결집 시키는 일은 지도자만이 할 수 있다. 민주 시대에 민중의 힘이 다양할수록 그 힘을 통합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절대로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웅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큰 지도자가 나올 때이다. 힘을 축적한 민중은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가 인도해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30쪽)”고 쓰고 있다.
그렇다면 새 지도자가 찾아야할 시대이념,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박 변호사는 ”나는 세 가지 이념을 제시한다. 첫째. 잃어버린 만주강역을 회복하여야 한다는 '동북아 삼분의 생각'이다. 둘째, 양 날개의 깃털은 새로 나와야 한다는 '좌우혁신의 생각'이다. 셋째, 국법을 높이 섬기자는 '법은 나라의 큰 기둥이라는 생각'이다. 넷째, 우리의 품격에 대해 높은 긍지를 갖자는 '우리 것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이 세 가지 이념은 대한민국이 멋진 신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바로 지금 가다듬어야할 이념적 현실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38쪽)“고, 그 이념의 방향을 제시했다.
잃어버린 만주강역의 회복을 주창하는 '동북아 삼분론'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새 지도자가 해야 할 일 가운데의 하나이다.
“동북아 삼분의 생각은 2000년대의 새로운 한국사의 시작을 알리는 진군의 나팔소리이다. 천년 고난의 역사를 청산하고 천년 융흥의 시대를 열어 갈 선봉적 이념이다. 우리는 잃어버린 땅인 만주지방을 반드시 되찾아 우리의 면모를 새롭게 하여야 한다. 아니 원래의 모습을 갖추자는 것이다. 지도자는 동북아 삼분의 깃발을 들어 민중과 시대의 저 밑바닥에 흐르는 염원을 타오르게 해야 한다. 지도자는 동북아 삼분의 생각을 횃불로 삼아 민중과 시대의 앞날을 밝혀 가야 한다. (58쪽)”
한반도인의 운명의 길
새 지도자가 견지해야 할 이념도 있을 것. 그는 이 이념에 대해 “대한민국은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사회주의 바람에 맞서야 하는 자본주의의 첨병지대에 서 있다. 뒤에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일본, 미국 등 자본주의의 우방이 버티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첨병으로서 자신의 자화상을 아름답게 가꾸어 양 진영에게 동시에 보여 주어야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탈리아에게 고대 로마와 그리스 문화가 있었듯이 우리에게는 고대 신라 문화가 있다. 홍익인간의 정신세계에 입각한 새로운 모델의 자본주의를 건설토록 하자. 정신이 살아 있는 고대로부터 배우자. 새로운 사회의 건설,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운명의 길(188쪽)”이라고, 현실적 입장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그의 지도자 갈망은 민중의 성공에 맞추고 있다. 지난 천 년간 민중들이 그런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중을 칭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민중은 오늘이 있기까지 중동의 사막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에 맞섰으며, 베트남의 정글에서 고귀한 목숨을 바쳤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반도 대동맥을 잇기 위하여 불철주야 삽질을 하였으며, 동해안 모래밭에 제철과 조선의 메카를 만들기 위하여 피와 땀을 쏟았다. 그야말로 지도자와 민중이 길이 없으니 뜻 하나로 헤쳐 나간 50년의 대장정이었다. (63쪽)”면서 “이 민족은 역사적으로 긴 고난의 길을 걸어 왔으면서도 나라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그 품위를 지키며 살아왔다. 이렇게 다져진 나라의 품격은 이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명의 향기를 뿜어낸다. 우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점을 밝히고 더욱 가꾸어서 새 시대의 텃밭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145쪽)”고, 과단성 있게 포효한다.
그는 우리민족의 원형을 세 갈래로 구분하고 있다. 민족원형은 우리 민족이 가진 장점일 수 있다. 그는 "한 갈래는 기마민족성이다. 미지의 땅을 개척하고 개척 진로를 막아서는 자를 칼로 여지없이 베면서 말발굽을 울리면서 지나간다. 개척정신과 전투정신이 이 원형의 요체이다. 두 번째 갈래는 농경민족성이다. 씨앗을 보존하고 추수를 하여 땅에 뿌리박고 산다. 기후와 세상사의 순조로움을 기원한다. 보존정신과 평화정신이다. 세 번째 갈래는 해양민족성이다. 있는 것에 이문을 부쳐 부풀리기 위하여 판로를 확장하고 미지의 땅에 도전한다. 상업정신과 도전정신이 알맹이(48쪽)"라고 진단한다.
떠오르는 새 천년의 아침 해
그의 새 지도자 대망의 극(極)은 “모든 여건은 성숙 되었다. 우리는 이제 지도자의 출현만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뇌관에 불을 지필 그러한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 천년의 고난 속에서 잠시도 잊지 않고 그리워한 그러한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지도자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도자 전선은 갈수록 올망졸망하여 도토리 키 재기에 여념이 없다. (205쪽)”라는 표현과 “대한민국에 진실로 웅대하고 신선한 기운이 가득 찰 때 기다리는 지도자는 출현할 것이다. 우리 자신이 그를 영접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그는 홀연히 등장할 것이다. 이 땅에 사천년의 역사가 있었다. 천년의 낮과 천년의 밤이 있었고 다시 천년의 낮과 천년의 밤을 보냈다. 이제 새 천년의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207-208쪽)”는 대목에서 분수령을 이룬다.
이와 함께 “단군 주몽에 이어지는 세계적 영걸이 나타날 것이다. 단군으로부터 2천년을 기다린 끝에 주몽의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주몽으로부터 2천년을 기다렸다. 민족의 천년 융흥은 그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는 2000년대에 펼쳐지는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장엄하게 이끌어갈 것(208쪽)”이라는, 해피 앤딩적 역사관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늘 열리는 그날이 올 때까지
공주 마곡사 한 식당에서 이어진 그와의 긴 대화. 그는 이때 자신이 쓴 시 “민족은 하나다“를 일어서서 우렁차게 낭송했다. 그의 목소리 속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한반도 그 슬픈 한반도/ 홍익인간의 단군을 잊은 이래/ 자유민주대한에 오기까지/중일러미의/살벌한 삶의 각축장/어제의 치욕은 꾹꾹 새겨두고/오늘은 두 손을 마주 잡으며/테이블의 원칙과 정글의 규칙이/번득이는 양날의 사이에서/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나라를 살찌우고 병마를 강성하게 하리라/과거와 증오의 울타리를 넘어/미래와 존엄의 대로에서/장엄한 한반도/위대한 한민족을 꿈꾼다/천지에 몸을 씻고/백두정상에서 장검을 빼어들어/중원의 심장을 겨누리라/진군하라 그날이 올 때까지/하늘이 열리는 그날이 올 때까지”
지도자 대망은 다분하게 그의 주관일수 있지만, 기자와의 대화의 자리에서 끝나지 않고, 마곡 계곡에 은은하게 펴져 나갈 것이고, 그 어디에라도 퍼져 나갈 것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 그토록 갈망하는, 아니 한민족이 희구하는 새 지도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를 염색물에 비유한다면, 그의 작은 체구에서 “장엄한 한반도라는 희망의 물이 줄줄 새어 나오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moonilsu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