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하는 캐서린 스티븐스 신임 주한 미 대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임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미국 관료사회의 투명성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다.
한국명이 심은경으로 이미 수십 년 전에 예산의 한 시골학교에서 영어선생으로 그 당시 가난한 한국을 위해서 봉사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녀이기에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접하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미국정부가 사람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해서 각자의 자리에 배치하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선례인 것이다.
2007년 이른 새해에 그녀가 미 국무부의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의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던 시절 그녀는 북 핵 문제에 대한 의견과 한미동맹의 문제점을 진단하러 필자와 수 시간 대화를 한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모 재단의 요청으로 필자는 한국의 몇 몇 인사들과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스티븐스(심은경) 대사를 비롯한 수행원, 그리고 주한미대사관의 관계자들과 눈이 녹지 않은 겨울의 청계산을 오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새롭다.
등산길에서 필자와 자연스레 ‘북 핵 및 김정일 위원장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던 심 대사는 그 당시에 한국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줄곧 영어로 필자와 대화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중도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의 대북관(對北觀)을 약 두 시간동안 열심히 경청하던 기억이 새롭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노무현 정권하에서 한국의 양심적인 지식인들도 노무현 정권의 폐해와 문제점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개진을 매우 꺼리던 한미동맹의 암혹기(dark days)였기에, 필자가 솔직담백하게 노무현 정권의 문제점과 한미동맹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비판하며 개진했기에 산행 내내 필자와 둘이서 대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새롭다.
필자는 그 당시에 분명하게 ‘한미연합사의 해체와 전시전작권 전환’이 너무 시기상조이고 노무현 정권의 친북적인 노선을 견제하지 못하는 미국의 태도도 문제점이 많다는 분명한 의견을 전한 것이다.
미국의 군사운영전략의 변화로 지금 당장 한반도에서 전작권전환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여도 특수한 한반도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러한 논의를 지금 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니, 최소한 북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이후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골격을 건강하게 보전하는 길이라는 필자의 의견도 강하게 전달 한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미국의 외교관이지만 인류의 양심과 보편적인 사람이 살아가는 문제에 대한 솔직한 그들의 세계관(世界觀), 인생관이 비교적 개방적인 시각으로 남북문제를 보는 시각을 만드는 근간이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인종과 문화에 대한 편견(偏見)과 독단을 버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원칙적인 문화와 사람에 기본인식을 버리지 않고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미국 민주교육의 결실은, 언어상으로 요약한다면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외국인이 적응이 어렵다는 한국의 시골학교에서 영어를 가르 키는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심은경 대사와 동시에 지금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 또 다른 한 미국의 여성인사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서 평생을 노력하고 있는 수전 솔티 서울평화상 수상자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시절에 북한 인권에 대한 방치와 무관심을 일부러 조장했던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많은 실망을 토로한 북한인권운동가는 대한민국이 해야 하는 일을 양심(良心)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또 다른 인류의 양심인 것이다.
그녀는 지금도 “인권은 자유다. 북한사회에 진정한 인권이 자리 잡으려면 주민들이 공산주의와 독재에 대해 논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내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깨달음과 용기입니다. 한국,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려 김정일에게 고립의 두려움을 일깨워야 합니다. 매 순간 북한 주민들은 죽어간다. 한국의 침묵은 그들의 죽음을 의미한다. 훗날 북한의 독재자들이 저지른 모든 만행이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당시 정부가 얼마나 적절히 대처했는지 평가 할 것입니다. 역사의 심판을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양심을 울리는 인터뷰 내용을 한 일간지가 전하고 있다.
응당히 우리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을 한 나약한 미국의 시민이 보편적인 인류의 양심과 가치체계를 기반으로 신념화하여 전개하고 있는 무조건적인 인간 사랑의 표본인 것이다.
그녀는 또한 미국정부에 대해서도 “ 북 핵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았기 때문에 핵 문제에 끌려가 김정일에게 주도권을 주었다. 인권엔 국경이 없고 북한 인권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이다.”는 양심의 소리를 전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과거 정권의 잘못을 시정하라는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명령으로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여 출범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러한 양심적인 인사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애써서 과거 정권에서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느라고 자신들의 양심을 묻어버린 인사들이 보수정권하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양심의 소리가 우리를 매우 부끄럽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다소의 난관과 아픔을 만나더라도 인류의 양심과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문제에 대해선 같이 분노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용기 있는 민주국가가 되어야 한다.
외교 전략상 북한의 심기를 자극하는 난제가 우리 앞에 있어도, 그 많은 도움을 북한에 주면서 북한의 눈치를 보아왔던 과거 정권들의 잘못을 이 정부에선 과감하게 청산하고 안보문제와 인권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왜 정권이 교체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환 역사관(歷史觀)이 결여된 사람들이 정부의 요직이나 대통령 주변에 계속 있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국민들의 바람과 역사의 요청이 하루빨리 현실화되기를 한 양심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지난 시절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사조직에서 당의 공조직에서 수 년 간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필자의 가슴이 다소 답답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말로 잘 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정권이기 때문이다.
2008.10.7일 박태우 박사의 푸른정치연구소(hanbat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