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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학을 대학 다운 대학으로 만들라"

세월이 좀 먹냐? 이제 입학했으니 졸업장은 받아 놓은 밥상?

이순복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08/10/05 [11:59]
세월이 좀 먹냐? 이제 입학했으니 졸업장은 받아 놓은 밥상이다. 언제부터 이 나라는 유급이라는 제도가 사라지고 밥그릇 수효만 차면 어중이 떠중이 다 졸업장을 받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일은 잘 모르고 내 집안 조카 녀석의 이야기다. 중3짜리가 국어책을 해독하지 못하고 물론 구구단도 전혀 외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녀석이 저능아냐? 아니다. 이목구비가 제대로 박히고 언변이 변호사 뺨칠 정도였다. 그런 녀석이 이리된 동기가 있을 텐데 무엇이냐? 이 녀석은 놀기를 그리 좋아했다. 여름이면 여수 앞바다를 오리새끼 마냥 둥둥 떠서 헤엄치는 놀기 대장이었다. 부모가 관심이 있어서 수영이라도 가르쳤다면 박태환 선수 보다 먼저 이 녀석이 금메달을 땄을지도 모를 그런 수영에 재능이 특출한 아이였다.

겨울에는 학교만 마치면 ‘가방이여! 너는 쉬어라.’ 라고 던져버리고 도회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이 악취미였다. 그러니까 중 3년이 되도록 선생님들은 아주 이 아이를 호랑이 보다 더 두려워하며 전혀 무관심으로 데리고 살았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9년을 학교를 다니도록 선생님들의 소외대상 1호로 인계 인수를 하여, 학년 수효만 높여 놓은 것이다. 그런 조카 녀석이 걱정이 되어 동생에게 물었더니 저도 그랬지요. 뭐. 하였다. 하긴 내 동생도 학교를 들어간 수효보다 나온 수효가 더 많았으니 더 말해 무엇 하랴. 하여 부전자전이로구나 하고 치부해 버렸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조카 녀석이 모 대학에 당당히 진학을 했다는 것이다. 참 기특한 일이라 생각하며 등록금을 물었더니, 시골 대학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액의 등록금을 받는다고 했다. 하여 지인들을 통하여 그 대학의 속사정을 알아보니, 묻지마 대학이라 하였다. 참 웃기는 대학도 있다. ‘묻지마 대학’ 그 대학 나와서 무엇이 될 것인가? 그것은 백수자리를 맡아 놓은 것 아닌가.

아무튼 녀석은 그럭저럭 그 대학을 다니다가 군에 입대하여 ‘자이툰’ 부대의 일원으로 외국에 다녀와서 복학을 하고, 졸업을 해서 백수로 직행했다. 지금 서울의 어느 하늘 아래에서 대학 간판을 가슴에 안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어머님 생신에 갔더니 이 어른 하신 말씀이

‘야야, 늬그 조카 어디 취직자리 못 구하냐? 애인도 있다는 디. 백수가 되어서...’

어머님은 말끝을 맺지 못하셨다. 차라리 대학을 혹은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아주 행복하게, 자신의 분복에 맞게, 살 선량이련만, 묻지마 대학이 이 모양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자그만치 84%인 것이다. 백 명 중, 열여섯 명만 직업전선으로 가고 모두 대학을 간다. 그 값진 대학을 나와서 어디로 가느냐? 반 이상이 백수의 수도생활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런 앞날이 캄캄한 대학을 오늘도 꼭 가야한다고 학원가는 저리도 야단법석이고, 영어학원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기러기 아빠가 오늘밤도 먼 산을 바라보며 날아가는 기러기를 헤아리고 있는 것이다. 조기유학을 보낸 집에서는 환율이 또 오르느냐고 죄 없는 tv을 바라보며 원망을 하고 있다. 또 어떤 집에서는 멀쩡한 혀를 영어 잘하는 혀로 만든다고 부부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것이 오늘의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이다.

‘이걸 이대로 두어도 되는 겁니까? 대통령께서는 市政시정이 이러한데 영어 몰입식 교육을 강조해야 되는 겁니까? 정치인들은 교육수혜로 하류층을 탈피한다고 우기기만 해도 되는 겁니까?

안 됩니다. 아니 됩니다. 교육의 질이 그 특성에 따라 직업과 연결이 될 수 있도록 확실한 전인교육의 장으로 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학의 교수대 학생의 비는 1 : 48명이다. oecd국들의 교수대 학생의 비는 1 : 15명이다. 단순 비교이지만 우리 대학의 교수들은 3배 이상의 학생들을 데리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되니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이다.

해서, 좀 색다른 발상으로 우리의 생각을 전환하여 유학을 보내는 돈으로 유능한 교수를 외국에서 유치하는 정책이 아쉽다. 또 oecd수준으로 교수의 수효를 늘리고, 교수의 질을 높이는 정책개발이 아쉽다. 한국 대학의 위상은 지금 세계의 유명 55개 대학교 중에서 53등위로 꼴찌라는 것이다. 이런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우리 대학을 改善匡正개선광정해야겠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헌데 아이디어를 내니, 교수사회의 집단이기주의가 발호한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한국을 모르고, 한국어를 모르는 교수는 필요 없다는 식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과의 전 영역에 걸쳐 전공서적은 모두 원서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닿도록, 눈이 빠지도록 공부하는 대학을 만든다면, 한국어를 모르는 영어권의 외국인교수는 조금도 瑕疵하자가 없는 교수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외국으로 가서, 유학을 해서, 배우는 시대를 청산하고 유능한 교수들을 무한정으로 불러 들여서 우리의 자손을 가르치는 시대를 열자. 그래서 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어 주자. 이리되면 묻지마 대학, 입학만하면 세월에 밀려서 졸업하는 대학은 사라지고, 묵고 대학생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듣기도 지겹고 보기도 싫은 백수들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묵고대학 밀치기 진학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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