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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들 ‘자본은 폭력’이라는 성찰적 고백

전장과 시장, 전쟁족의 착한 전쟁

김승자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8/10/04 [16:01]

 
사익이 공익을 압도한다. 음지의 범죄가 광장에서 훈계를 한다. 변신은 무죄인가? 시장만능주의가 폐업 위기에 처하자 교주를 바꿔치기 했다.‘작은 정부’에서 ‘야경국가’정부 정도로 정부의 역할을 업신여기며 시장만능주의에 몰입했던 광신도들이 하루아침에 케인즈 주의자가 되어 국가에 읍소를 하고 교리를 바꿔치기 했으니 하는 말이다.
 
그것뿐이겠는가. 미국정부가 모기지 업체 페니 메이와 프레디 맥을 구제하지 않을 경우 ‘금융 쓰나미’가 올 것이라며 미국 정부를 겁박했던 채권 왕 빌 그로스(bill gross)가 미국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하루 사이에 1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financial times :2008 sep. 12)

이쯤 되면 도덕 해이(moral hazard)가 아니라 도덕 붕괴(moral collapse)에 해당된다. 로마가 그랬다. 제국이 무너지기 전의 전조(前兆)가 바로 도덕 붕괴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응징을 통해서일망정 관객들의 가슴에 닿아 있다 그런데 미 제국의 붕괴가 검색어 1위가 된 지금도 가슴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포샤도 안토니오도 사라졌다. 아마도 그들은 대본에서 지워져 버렸나 보다.
 
같은 고리대금업인데도 징벌은 없다. 광장엔 대마들의 훈수만이 쩌렁쩌렁 울린다. 그런 마당에 감동은 사치에 속한달 밖에. 지금 시장의 모습이다. 뒤엉켜서 나뒹굴면서도 ‘나만 가는 게 아니다. 너도 함께  간다.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네가 가진 것 내놔라, 같이 사는 길은 이 길뿐이다’시장만능주의가 운명 직전에 내뱉은 말에 미국이 우왕좌왕 하면서 구제 금융이 부결과 의결을 오락가락 한다.
 
폭력의 두 바퀴
 
이런 얘기를 해서 안됐지만 금융 선진화의 상징인 월가의 다양한 금융 파생 상품들은 다단계 금융사기 기법과 같다.다단계 금융사기 뿐만 아니라 모든 사기가 비슷한 수법을 쓰는데도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은 넘쳐난다. 월가의 기법이 장기간 들키지 않았던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첨단기법으로 진화되기도 했지만 “대마불사”의 심리적 요인과 떡고물에 대한 기대심리도 상당부분 작용했을 터이다. 소비자와 공급자의 카르텔이 유효한 이유다. 카르텔의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월가의 잔치는 승리를 구가했고 시장 만능주의는 광신도들 앞에서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자본을 무기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며 신자유주의의 열매를 독식하면서 때로는 악어의 눈물도 흘릴 줄 알았던 자본가들이 이제 ‘자본은 폭력’이라는 성찰적(?) 고백을 한다. 조지 소로스와 워렌 버핏이 그들이다.
 
맞다. 폭력의 두 바퀴는 무기와 자본이니까. 시장과 전장을 쥐락펴락하는 폭력은 유기적 관계를 이어오면서 필요에 따라 화학적 결합도 불자한다 그들은 그렇게 굳건한 동맹을 맺고 있다.
 
전장은 무사한가?
 
무기업계의 현황. 'with white house push, us arms sales jump' -무기업계의 동향에 대해서는 뉴욕 타임즈의 기사로 대신하고자 한다. - 
 
시정부는 한때 옛 소련의 동맹국인 북한과 이란을 포함하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무장등을 고려하여 외국 무기거래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탱크, 헬리콥터, 전투기, 미사일, 원격조정 비행기, 심지어 전함 까지를 포함한 각종 무기와 군사 장비를 2008년도에 외국정부에 판매하거나 이전하는데 국방부가 동의했으며 그 총액이 320억 달러에 이르러 2005년도의 120억 달러와 비교된다. 2006년도의 추세는 대체로 중동지역에서 이뤄졌으나 금년도에는 북부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유럽, 캐나다 등으로 거래 국가가 수십 개 국에 이르며 부시정부의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 군사동맹국이나 테러와의 전쟁에 의거해 판매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의하면 ‘이는 단순한 총기거래가 아니다. 우리는 굵직한 무기들을 거래하는데 이는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 과정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엄청난 미국 무기 판매의 증가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간 전쟁 그리고 국제적 테러리즘에 대항하기위한 광범위한 군사행동을 포함한 외교정책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부시정부의 부정적 유산임에 틀림없으나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무기 판매체계를 추진하는 유일무이한 나라다. 브라질과 인도에 수십억 달러의 전폭기를 판매하는가 하면 유럽에서는 러시아와의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활황세를 이룬 무기시장에서 미국무기 판매업자들은 외국무기 판매 프로그램을 통하여 무기중개상이나 외국 구매자에게 무기를 조달하는 등 펜타곤과 밀착되어 작업을 하고 있다.

비교적 작동이 간편한 무기나 장비들은 외국정부와 직거래를 하는데 직거래의 카테고리는 대량구매자가 우선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성 자료에 의하면 2005년도에 580억 달러, 2008년도에는 960억 달러가 직거래 되었다.
 
한편 대략 60개 국가가 매년 미국으로부터 군사원조형식의 무기거래를 하는데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군사원조의 80%를 받고 있다. 미국은 최근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도 대규모의 무기와 군사 장비를 지원하는데 물론 외상은 없다. 왜냐하면 이것  조차 외국무기 판매 계정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조와 판매는 분류되어 있으나 자료는  일괄적으로 되어 있다. 2006년도부터 밀물처럼 증가한 국제무기 거래는 일부 의원들이나 무기 억제 그룹에게는 의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의회는 정식으로 반대할 수 있는 힘도 있고 개인적 거래도 규제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권한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은 세계에서 최대의 무기 공급 국가다. 외국 수요처 또한 증가 일로다. 지난달 말의 펜타곤 자료에 의하면 아르젠틴, 아제르바이잔, 브라질, 그루지아, 인디아, 이라크, 모로코, 파키스탄 이 추가 되었다. 이것은 여러 가지의 변화를 의미한다. 루마니아, 폴랜드, 모로코등과 같은 나라들은 오랜 동안 mig 17 전투기에 의존해 왔으나 지금은 로키드 마틴 사가 제조한 f 16 신예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그런 변화가 무기의 판매고를 수직 상승 시킨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washington에서  eric lipton-"      
      
일극체제(unipolar world)하에서 전장과 시장은 동반자 관계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그들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촘촘하게 잘 짜여 진 그물망을 빠져 나오는 것은 고통과 후진의 동의어로 학습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공조와 우호 협력으로 포장된 ‘동조화’만이 선진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입력되어 졌다. 탈동조화(decoupling)가 다극체제(polarization)로의 최소 요건인데도 말이다. 물론 무기업계의 큰손은 미국이다. 미국이 무기업계의 지존이 된 데에는 군산복합체라는 국가의 암묵적 구성에도 기인하지만 근본주의적 신앙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첫째 : 이분법적 신앙이 자의적으로 악을 규정한다. 둘째 : 비동맹국의 무기거래는 ‘죽음의 상인’들의 거래로 범죄로 규정한다. -영화 lord of war 의 실제 주인공 빅토르 부트를 체포하면서 그들은 의기양양했고 세상은 안도한다. 셋째 : ‘악’을 자의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전쟁은 언제든지 일으키고 싶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고 수요처는 넘쳐난다.
 
공급이 딸리는데 활황세가 아닐 수가 없다. 공공의 영역인양 분장했지만 실제로는 사익에 복무하는  시장과 전장은 이렇게 얽혀 있다. 문제는 미국의 우등생 한국이 뒷북을 치며  따라가고 있다는데 있다. 그것도 아주 부지런을 떨면서 자화자찬의 미망에 빠져 있다.
 
다산의 편지
 
▲ 필자 김승자 
‘학연에게 답한다.’- 보내준 편지 자세히 보았다. 내 너에게 알려줄 말이 있으니,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옳고 그름의 기준과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여기에서 또 네 가지의 등급이 나온다. 가장 높은 것은 옳음을 지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옳음을 지키고도 해를 입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그름을 쫓아 이익을 얻는 것이고, 가장 낮은 네 번째 등급은 그름을 쫓고 해를 보는 경우이다. 너는 나에게 홍 의호(1758~1826)에게 편지를 해서 비굴하게 손을 내밀고, 강준흠과 이 기경의 마음을 살 수 있도록 해결해 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앞서 말한 세 번째 등급으로 그름을 쫓아 이익을 얻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 마침내는 아무런 이익도 없이 네 번째 등급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무엇 때문에 내가 그리 하겠느냐. -중략 -  그러니 다시는 이런 일 하지 말거라- 1816년 5월 3일  아버지 씀"
 
18년의 긴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내는 아버지를 해배시키기 위해 쓴 아들의 편지에 대한 다산의 답서다. 준엄하다. 이는 200년 뒤의 우리들에게 내려치는 죽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답서를 받은 아들은 어린 아이처럼 오래 소리 내어 울었다고 한다.
 
이명박이 다산의 편지를 읽는다면 그는 소리 내어 울까, 소리 내어 웃을까. -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면서-
 
다단계 사기가 시장을 말아 먹고 무기업계의 큰손은 호황의 유지와 수익 증대를 위해 또 다른 전쟁을 획책한다. 이라크 전쟁이 수렁에 빠져들자 전선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되고 있다. 미군의 증파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아프간전쟁은 “착한 전쟁”이란 이름표를 달고서
 
꼭 도식적일 필요는 없다 자신을 틀 속에 가두어 둘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가치’나 ‘원칙’을 져버린 채, 철지난 유행을 따라 다니는 것은 천박하다. 사망선고가 내려진 네 번째 등급의 부활을 위해 기도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뒷북치는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시장만능교의 후발 광신도들도 ‘착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미국만을 향한 일편단심, 삼일절에도 성조기를 뒤흔드는 저 미친 사랑을 어째야 하는가.
 
친북좌파의 척결만이 선진의 길이라는 주문이 광장에서 행세하는 이 야만의 시대를 어째야 하는가.  아프기만 한  이 시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은 너무 어둡기만 하다. 그래도 희망은 어딘가에 있을 텐데.  ksj44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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