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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양효진, '나쁜 꼼수 페이컷' 논란.. FA 연봉삭감 후폭풍

[분석] 구단-선수 '우승 위한 페이컷' 사실상 인정.. 애초 지키지도 못할 샐러리캡

김영국 기자 | 기사입력 2022/04/07 [17:37]

▲ 현대건설 양효진 선수  © 한국배구연맹


2022-2023시즌 여자 프로배구의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모두 종료됐다. 각 구단 입장에선 다음 시즌 팀 전력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데 여자배구 FA 시장이 종료된 이후 배구팬들은 온통 현대건설 구단과 양효진의 FA 연봉 대폭 삭감 얘기뿐이다. 현대건설 구단과 향효진 선수를 향한 비난이 거세다. 그만큼 팬들이 받은 충격이 컸다는 의미이다.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인 양효진(33세·190cm)은 지난해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기량은 여전히 V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다. 포지션은 센터지만, 2021-2022시즌 여자부 득점 부문에서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전체 7위를 차지했다. 국내 선수 중에는 단연 1위다. 

 

소속팀인 현대건설에서도 독보적인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양효진은 지난 시즌 연봉 총액 7억 원으로 9년 연속 여자부 '연봉퀸' 자리를 지켰다. 양효진의 올 시즌 활약상만 보면, 오히려 연봉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효진은 현 KOVO 규정상 연봉 최대치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높여줄 수는 없다. 때문에 배구계와 팬들은 당연히 최고 연봉인 7억 원으로 계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FA 협상 종료일인 6일, 현대건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양효진과 연봉 5억 원(연봉 3억5000만원+옵션 1억5000만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고예림 2억7200만원, 이나연 1억6500만원, 김주하 8500만원에 모두 FA 계약을 마쳤다"고 덧붙였다.

 

'고의 페이컷'이 비난 받는 이유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의 샐러리캡(팀 전체 선수 연봉 총액 상한선) 규정에 따르면, 여자배구 한 팀의 전체 선수 연봉 총액이 23억 원(연봉캡 18억+옵션캡 5억)을 초과할 수 없게 돼 있다. 여자 프로배구 구단들은 이 규정을 지난 2020-2021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3년 동안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이 샐러리캡 규정 때문에 현대건설이 양효진에게 시장 평가대로 7억 원으로 FA 계약을 했다면, 고예림·이나연 등 일부 선수는 다른 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올 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 압도적 1위를 달성한 현대건설은 FA가 아닌 선수들의 연봉도 인상해줘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로 다른 구단에서 양효진에게 최고 연봉(7억원), 고예림에게도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합의 끝에 연봉을 대폭 삭감하고, 그 삭감 부분으로 다른 선수들의 연봉을 올려주면서 FA가 된 소속 선수 4명을 모두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압도적 1위의 팀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게 됐다. 반면 전력 보강을 꾀하려 했던 다른 팀들은 상식을 초월한 페이컷 때문에 닭 쫓다 지붕 쳐다 보는 격이 됐다.

 

이번 현대건설 구단과 양효진의 연봉 대폭 삭감 합의는 '고의 페이컷'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건설 구단과 양효진도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날 보도자료에는 연봉 삭감과 잔류 이유에 대해 "우승컵을 들기 위해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하는 미국프로농구(NBA) 등에서는 이 같은 페이컷을 감행한 구단과 선수에게 팬들이 거센 비난을 한 경우가 적지 않다. NBA 최고 스타인 르브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난 받는 페이컷'이란 FA 자격을 얻은 스타 선수가 우승 경력을 쌓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시장 가치보다 대폭 삭감해서 소속팀이 다른 스타 선수들을 추가로 영입하도록 길을 터주거나, 소속팀의 주력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걸 막아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팀간 전력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하는 샐러리캡 제도가 무용지물이 된다. 또한 한국 프로스포츠 정서에서는 다른 선수들의 연봉 협상에도 악영향을 준다. 양효진보다 연봉이 높거나 비슷한 선수들은 졸지에 구단과 팬들로부터 '팀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선수'로 눈총을 받을 소지가 있다. 

 

해당 종목의 프로 리그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프로구단들이 투자를 늘릴 생각은 않고 선수 연봉만 하향 평준화되면, 가뜩이나 스포츠 선수를 기피하는 유소년들이 해당 종목을 외면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 사례와 너무 다른 '노골적 페이컷'.. 꼼수 의혹까지 '팬들 충격'

 

지난 시즌 김연경 선수가 흥국생명으로 복귀할 때도 연봉 페이컷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김연경의 경우는 사실 페이컷이라고 할 수도 없다. 비난 받는 페이컷의 핵심 조건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우승 경력이 있는 김연경은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흥국생명에 복귀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FA 자격도 아니었다. 흥국생명 이외에 다른 팀으로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대의명분도 있었다. 해외 리그의 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심각했고, 도쿄 올림픽 준비를 위한 필요성도 있었다. 결국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에서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주도했고 국민 영웅이 됐다. 이는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 흥행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반면 이번 현대건설 구단과 양효진의 사례는 다소 노골적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페이컷에 해당한다. 팬들이 충격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FA 계약을 발표하기 전부터 배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양효진의 연봉을 삭감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배구팬 사이트 등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구단의 우승 욕심 때문에 프란차이즈 스타를 푸대접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이를 의식한듯, 현대건설 구단은 FA 계약 발표 보도자료에서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2007년 입단 이후 15년간 활약해온 양효진의 결심에 감사를 표하며, 선수 복지 향상 및 향후 선수 생활 이후의 계획을 함께 모색하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목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꼼수 페이컷'이라는 비판이다. 양효진의 삭감된 연봉은 이면 계약이나 은퇴 후 지원 등으로 보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효진의 연봉 5억 원이 실제로는 삭감된 게 아니라, 샐러리캡 위반 징계를 피하기 위한 '서류상 연봉'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눈치 보이는 일을 벌여놓고, 그걸 변명하려다 또 다른 자충수를 만든 셈이다.

 

한 프로배구 구단의 핵심 관계자도 6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양효진의 연봉을 발표 그대로 믿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현대건설 구단의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팬들의 비판은 구단과 선수가 자초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여자배구 샐러리캡.. 예견된 대형 사고

 

현재 여자배구 샐러리캡 규정은 탄생 시점부터 '무용지물이 될 운명'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구단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샐러리캡 상한선을 너무 낮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남자배구와 여자배구의 샐러리캡 격차가 너무 크고, 남자배구에는 없는 '선수 개인 상한선'까지 족쇄를 채웠다.

 

현재 여자 프로배구는 케이블TV의 경기당 평균시청률이 프로야구보다 월등히 높을 정도로 V리그 역사상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여자 프로배구는 현재 한 팀 전체 선수의 연봉을 다 합친 금액(23억 원)이 프로야구 선수 1명의 연봉(일부 선수 연봉 27억~37억원)보다도 훨씬 적다. 물론 프로야구가 여자 프로배구보다 시장 규모가 크다. 그러나 연봉 격차가 지나치게 큰 것도 사실이다. 

 

한 남자 프로배구 구단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최고 인기의 여자배구가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남자 프로농구, 남자 프로배구 선수들보다 2배~5배나 적은 연봉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여자배구 프로구단 운영이 적자이기 때문에 샐러리캡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또는 해외 리그보다 국내 선수 연봉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프로야구, 프로농구, 남자 프로배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여자배구 구단들보다 적자 구조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적자이기 때문에 여자 프로배구에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논리는 기업 운영의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하는 편견이거나 몰상식한 주장이다. 

 

실제로 프로배구 구단 중 가장 최근에 창단한 남자부 OK저축은행,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은 '프로구단을 운영하면 적자'라는 걸 몰라서 신생팀을 창단한 게 결코 아니다. 프로배구단 운영을 통해 모기업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통한 영업 기반 확장, 신입사원 우수 인재 증가 등 사세 확장과 이익 창출과 직결되는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배구단의 광고·홍보 효과가 1년 구단 운영비용의 10배에 달한다는 분석 자료도 여러 차례 공개된 바 있다. 

 

때문에 프로배구단 운영 비용은 기업 이익 창출 위한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이 부분은 싹 감춘 채, 운영 비용 적자만 강조하며 구단의 소극적 투자를 당연한듯 옹호하는 논리는 옳은 관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프로배구단 효과 때문만은 아니지만, 실제로 OK저축은행은 프로배구 팀 창단 이후 매년 엄청난 성장과 순이익 증대를 거듭해 왔다. 지난해는 순이익이 2431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페퍼저축은행도 지난해 순이익 817억 원을 달성했다. 여자 프로배구 팀 창단 직전인 2020년도 순이익(348억원)보다 3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5대 대형 저축은행 중에서 순이익 증가폭이 단연 1위다.

 

회사 사정상 광고·홍보의 중요성이 커진 KGC인삼공사, IBK기업은행 등이 여자배구단 투자에 적극적으로 돌변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부 여자배구 구단들 '못난 습성'.. "연봉 올리는 건 아깝고 우승은 하고 싶고"

 

결론은 간단하다. 프로배구 팀 운영 비용이 아깝다고 징징대는 구단은 광고·홍보 효과가 필요한 기업을 찾아 구단을 매각하면 된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정부에서 프로구단 운영을 강요하는 시대도 아니다.

 

지금 여자 프로배구는 투자를 늘리고, 광고·홍보 효과 등을 극대화해서 모기업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에 총력을 쏟아도 부족할 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일부 여자 프로배구 구단들은 '선수 연봉 올리는 건 아깝고 우승은 하고 싶은' 이기적이고 구태스러운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는 여자 프로배구 팀들의 전통적 습성이었다. 현재 '3연 연속 샐러리캡 23억 동결'도 그런 저런 바탕 위에서 기존 여자배구 6개 구단의 '단장'들이 담합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현대건설 FA 사태로 그 '짠돌이 샐러리캡'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샐러리캡 인상에 반대했던 구단이 그러고 나서니 모양새가 더 사납다. 애초에 지키지도 못할 샐러리캡 상한선을 만들어 놓고, 구단 이익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꼼수를 써서 망가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과연 여자 프로배구 관계자들이 프로야구, 남자 프로배구 구단과 선수들의 고액 연봉을 향해 '인기도 떨어지고 실력도 없으면서 연봉만 많이 받는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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