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맛있는 '초가공식품' 우리의 뇌를 지배하다

박광균 의학박사 | 기사입력 2021/11/08 [13:16]

▲ ‘초가공식품을 먹는 것은 쉽게 말해 내 뇌가 내가 원치도 않는 일을 하도록 시킨 것이다’라고 툴레겐 박사가 말했다. 실제로 그의 뇌 활동 스캔 이미지를 보면 보상을 담당하는 영역이 반복적으로 자동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영역과 연결된 것으로 나타난다. 즉 그의 뇌가 초가공식품에 중독된 것이다. 툴레겐 박사는 “정말 맛있는 음식의 부작용은 먹는 것을 멈출 수 없게 하는 것”이라 하였다.   © 브레이크뉴스



 

우리는 아직도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 가공식품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가공식품이 천연식품에 비해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한 식이지침에는 가공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고 명시되어 있다. 칼로리, 지방, 설탕 함량이 높을 경우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저서 ‘호모데우스(Homo Deus)’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뭄, 에볼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죽기보다 맥도날드에서 폭식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가공식품이라 하면 핫도그, 햄버거, 냉동피자, 감자칩, 컵라면, 달콤한 콜라나 사이다가 떠오른다. 이에 비해 치즈, 냉동 야채, 빵 역시 가공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식품이다. 냉동, 통조림, 말리기와 같은 간단한 식품가공 방법도 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는 식품도 있고,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빵도 있지만, 전문 제빵사가 만든 빵도 있는데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래서 최근에는 초가공식품이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식품을 따로 분류한다. 초가공식품은 영국, 캐나다, 미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에서 점차 일반화 되고 있는 식단이다. 최근 BBC 방송에서 쌍둥이 의사인 크리스 반 툴레겐(Chris van Tulleken)이 한 달간 초가공식품을 먹는 실험을 진행했다[What are we Feeding our Kids? BBC One Thursday 27 May 9pm, 2021). 초가공식품에서 열량의 80%를 섭취하는 식단을 직접 실험했다. 한 달이 지나자 수면부족과 소화불량, 나른함, 변비, 치질, 7kg의 체중증가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동안 “10살은 더 늙은 것 같다”며 “식단을 중단하기 전까지는 이 모든 것이 음식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가공식품이란 무엇일까? 2010년 브라질 상파울로(Sao Paulo) 대학교 영양 및 공중보건 교수 의해 개발된 NOVA 분류체계는 식품은 크게 4 그룹으로 나눈다(Monteiro CA 등, Cadernos de Saúde Pública, 26:2039-2049, 2010). NOVA는 식품을 구성 영양소가 아닌 가공의 범위와 목적에 따라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NOVA는 영양 및 공중 보건 연구의 유효한 도구로 인정되며, 유엔과 범미 보건 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의 보고서에 사용된다. 1그룹은 비가공(unprocessed foods) 또는 최소 가공식품(minimally processed foods)이다. 가공하지 않았거나 최소한으로 가공한 식품을 말한다. 이들 식품은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과 같은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견과류, 씨앗류, 곡물, 콩류, 계란이나 우유 같은 동물의 천연 생산물이 여기에 속한다. 최소가공이란 말리거나 갈거나, 굽거나 끓이거나, 저온 살균한 식품을 말한다. 이들 식품에는 다른 성분은 추가하지 않는다. 냉동 과일, 냉동 채소, 생선, 저온살균 우유, 100% 과일주스, 무가당 요구르트, 향신료, 말린 허브 등도 여기에 속한다. 2그룹은 가공된 요리재료(processed culinary ingredients)로 오일류, 버터나 라드 같은 지방, 식초, 설탕, 소금, 마늘, 통곡물 가루 등이 속한다. 1그룹의 향미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따로 먹는 경우도 없고, 또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도 않는 식품이다. 이들 식품은 보통 다른 식품에 곁들여 같이 먹는다. 3그룹은 한두 가지 성분을 하나로 혼합해 만든 가공식품(processed foods)이다. 가공식품은 농산물이나 축산물, 수산물 등의 천연 식품 재료를 보다 맛있고, 먹기 편하고,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변형시킨 식품이다. 훈제하거나, 딱딱하게 만든 육류, 치즈, 신선한 빵, 베이컨, 염장 또는 설탕에 버무린 견과류, 시럽, 맥주 및 포도주, 통조림이 여기에 속한다. 오일, 설탕, 소금과 같은 재료를 넣어서 강화하거나 변형을 가한 식품이다. 이들 식품을 가공하는 이유는 음식을 장기 보존하거나, 맛을 한층 더 강하게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음식은 가공을 거쳤으나 해롭다고 하기는 어렵다. 4그룹은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 and drink products)으로 일반 가정식 요리로는 얻을 수 없는 성분들이 들어간다. 공장제 혼합물이라 표현해도 무방하다. 한 가지 식품을 전부 원료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추출하거나 합성하여 재료를 만든다. 이 성분들은 화학물질, 착색료, 감미료, 및 방부제 등이라서, 이름만 들어서는 잘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보통 제품 하나에 5~2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고압에서 찌거나, 성형하거나, 갈거나, 라벨에 표시하지 않는 효소나 화학성분으로 처리하는 등 몇 가지 가공과정을 거친다. 모양을 내거나 오감을 자극할 목적으로 첨가한 성분이 많이 들어가며, 맛이 좋고 중독성이 강하여 한 번 먹고 마는 사람은 드물다. 초가공식품으로 간주되는 식품으로는 아이스크림, 초콜릿, 사탕, 대량생산된 빵 및 건포도롤빵, 마가린과 스프레드, 분말 또는 포장된 인스턴트 스프, 국수 및 디저트, 페이스트리, 케이크 및 케이크믹스, 아침 시리얼, 쿠키, 에너지바, 에너지드링크, 과일 요구르트, 과일 음료, 코코아음료, 인스턴트소스, 영아용 조제분유, 즉석 식품, 도시락처럼 미리 포장된 식품, 소시지, 냉동 치킨 너겟 등의 가공육, 소스나 드레싱 등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식재료가 초가공식품에 속한다. 몇몇 초가공식품은 ‘건강(healthy)’, ‘유기농(organic)’, ‘저지방(low fat)’ 등의 문구를 넣고 마케팅 한다. 원래 이런 단어는 원재료에나 사용하는 문구이지, 복잡한 생상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에는 사용할 수 없다. 왜 초가공식품은 문제점이 있을까? 초가공식품의 경우 비타민, 미네랄 등이 가공과정 중에 소실되어 거의 들어있지 않고, 당질이나 지질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영양소는 거의 없고 칼로리만 높다. 이를 빈 칼로리(empty calories)라 한다. 알코올이 대표적인 빈 칼로리로 영양소는 없고 g당 7 kcal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소 결핍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초가공식품은 섬유질이 부족하여 섭취 시 혈당을 빠르게 올리기 쉽다. 이로 인해 고혈당, 더 나아가 비만, 고지혈증 등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초가공식품에는 합성첨가물이 들어 있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발병하기 쉽다. 2015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정제된 탄수화물 가공식품을 다량 섭취한 폐경기 여성에서 우울증 발병률이 높아졌다(Gangwisch JE 등, Am J Clin Niutr. 102:454-463). 초가공식품은 먹기가 쉬워 과식하기가 용이하다. 우리의 뇌가 배가 부르다는 것을 인식 하기까지 약 20분 정도 걸리는데(배가 부르면 장은 뇌에 배가 부르다고 전달함으로써 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데, 일반적으로 약 20분 걸린다). 배가 부르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 벌써 식품을 다량 섭취하였기 때문에 배가 부르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이 섭취한 다음이다. 또한 식이 섬유가 거의 들어 있지 않고, 칼로리만 높기 때문에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당뇨병 소화기병 및 신장병연구소 케빈 홀(Kevin Hall) 연구팀이 2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은 사람은 적게 먹은 사람보다 하루 500 칼로리 이상의 열량을 더 섭취한다(Kevin D Hall, Cell Metabolism 30:1-11). 즉 실험 대상자들은 최소 가공식품(약 2,500 칼로리)보다 초가공식품(3,000 칼로리)을 먹을 때 하루 500 칼로리를 더 섭취했다. 그 결과 14일 동안 약 900 g 체중이 증가했다. 이들 경우 배고픔을 유발하는 호르몬은 증가(그렐린, ghrelin, 식욕촉진호르몬)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PYY, 식욕억제호르몬)은 감소한다. 이것이 음식에 탐닉하고,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이다. 초가공식품을 식단에서 제외하면 에너지 섭취는 감소하고 체중 감소를 초래한다. 초가공식품은 우리가 음식을 먹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은 사람들은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을 먹는 사람들보다 식사 속도가 훨씬 빠르다. 툴레겐 박사는 초가공식품의 경우 “음식을 씹고 삼키기가 매우 용이하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천천히 먹을수록 사람들은 더 포만감을 느낀다. 그러면 왜 초가공식품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영국의 식품 및 영양 과학자 엠마 버킷(Emma Burkitt)은 지방과 탄수화물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진화의 부작용’이라 말했다. “자연선택이 우리의 미뢰를 선택할 당시 에너지와 소금 공급원이 귀했다. 우리 조상들에겐 단맛과 감칠맛은 에너지원, 즉 탄수화물 및 단백질을 의미한다. 소금이 식욕을 증진시키는 이유는 소금은 소량만 있으면 되지만 역사상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가공식품의 생산과정도 진화만큼 중요한 요인이다. “초가공식품은 종종 우리의 지복점(bliss point, 소비자의 선호 서열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소비점’. 욕망이 충족된 상태를 나타낸다.)을 건드리도록 설계가 되었다.”라고 버킷 박사는 설명했다.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소금, 지방 혹은 설탕의 완벽한 조화로 ‘감각-특정적 포만감(sensory specific satiety)’을 얻기 직전까지 도달한다. 감각이 압도돼 더 음식을 원하지 않도록 하는 지점이다. 즉 초가공식품은 우리의 마음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을 먹는 것은 쉽게 말해 내 뇌가 내가 원치도 않는 일을 하도록 시킨 것이다’라고 툴레겐 박사가 말했다. 실제로 그의 뇌 활동 스캔 이미지를 보면 보상을 담당하는 영역이 반복적으로 자동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영역과 연결된 것으로 나타난다. 즉 그의 뇌가 초가공식품에 중독된 것이다. 툴레겐 박사는 “정말 맛있는 음식의 부작용은 먹는 것을 멈출 수 없게 하는 것”이라 하였다. 즉 습관을 버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버킷 박사는 초가공식품이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이라는 메커니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낙관적 편향이란 부정적인 일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것이 삶의 사실인데, 낙관적 편향을 가진 경우 그러한 부정적인 일들이 자신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적다고 믿는 것이다. 즉 좋은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고, 나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믿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약 80%는 주어진 시간에 낙관적 편향을 가지고 있다. “정크푸드를 먹으면 만족감이 바로 오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나중에 식습관을 바꾸면 되겠지’ 혹은 ‘어쩔 수 없지’라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2019년 5월 BBC의 보도자료[초가공식품은 조기사망과 연관이 있다(Ultra-processed food linked to early death)]에 따르면,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초가공식품이 건강 악화와 수명 단축에 관련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고, 연구에서는 10년 이상 가공식품을 매일 4종류 이상씩 먹은 사람들은 한 종류 이하로 먹은 사람들과 비교해 사망 위험이 6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증가하면, 사망 위험이 18%까지 증가했다. 파리 제13대학(소르본 파리노르, Sorbonne Paris-Nord)은 프랑스와 브라질 연구자들은 NutriNet-Santé 코호트 연구라는 인구 기반 연구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2009년부터 104,980명 이상(평균 연령 42.8세)을 추적한 결과, 초가공식품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암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을 밝혀냈다(Thibault Fiolet 등, BMJ, doi: https://doi.org/10.1136/bmj.k322, 2018). 이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소비가 10% 증가할 때마다 전제 암 위험이 12% 증가하고, 유방암 위험이 11% 증가했다. 미국 뉴저지주 로버트 우드 존슨 의과대학의 연구원들은 1,692건의 사례와 803건의 건강한 대조군을 포함하여 889명의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분석하였다. 또한 1,456건의 사례와 755건의 건강한 대조군을 포함한 701명의 유럽계 미국인 여성을 분석하였다. 영양가가 낮은 에너지 밀도 및 패스트푸드를 자주 섭취하면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과 유럽계 미국 여성 모두에서 유방암 위허ᅟᅥᆷ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폐경 후 유럽계 미국 여성의 유방암 위험은 단 음료의 빈번한 섭취와도 관련이 있다(Urmila Chandran 등, Nutr Cancer 66:1187-1199, 2014).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Atlanta) 연구팀은 2011~2016년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12~19세 4,532명의 초가공식품 섭취와 심혈관질환 위험도의 관계를 연구했다(Zhang Z 등, Am J Clin Nutr 113:428-436, 2021).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섭취하는 초가공식품의 열량을 조사하고, 미국 심장협회(AHA)에서 발표한 심혈관 건강 유지 가이드라인(Life’s Simple 7)을 바탕으로 심혈관 건강 점수를 매겼다. 이 가이드라인은 총 7개인데 육체적 활동, 체중 관리, 혈압 관리, 콜레스테롤 관리, 저혈당, 건강에 좋은 식단, 금연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초가공식품에서 매일 섭취하는 열량이 10%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건강 점수는 약 0.13점씩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청소년이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장기적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사망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45세 이상 성인 남녀 44,551명을 대상으로 2009~2017년 추적조사를 실시했다(Schnabel L 등, JAMA Intern Med, 179:490-498, 2019). 이 기간 동안 조사 대상 성인 중 602명이 사망했다. 219명은 암, 34명은 심혈관 질환이 원인이었다. 연구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를 10% 늘릴 때마다 사망 위험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식품을 고온으로 처리하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나 인공첨가물은 비만과 고혈압, 암 등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우 초가공식품이 식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Monterio CA, Public Health Nutrition 23:18-26, 2018). 유럽 19개국 중 영국은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전염병학부의 니타 포로히(Nita Gandhi Forouhi) 교수는 "초가공식품 소비가 사회적 불평등을 반영한다. 그들은 낮은 소득이나 교육 수준을 가진 개인이나 혼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불균형적으로 더 소비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가 초가공식품의 건강 해악에 대한 증거의 증대에 중요성을 더하면서, 고도로 가공된 식품에 대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19/feb/11/study-links-heavily-processed-foods-to-risk-of-earlier-death). ”이런 음식들은 가격이 싼 경향이 있고, 설탕, 소금, 포화지방 함량이 높기 때문에 매우 입맛에 맞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좆치가 취햐져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초가공식품과 조기 사망의 연관성을 증명한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이들도 이번 연구가 정크푸드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추가 증거라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맛있어서 자꾸 찾게 되는 초가공식품이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초가공식품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Jull F 등, J Am Coll Cardiol 30:1520-1531, 2021). 미국 뉴욕대학교 글로벌 공공보건대학의 필리파 쥴(Filippa Jull) 박사 연구팀은 3,00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과 심혈관계 질환 발생 및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1991~2008년까지 4년에 한 번씩 식생활, 인체 측정, 사회인구학 및 생활 습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심혈관계질환 발생률에 대한 데이터는 2014년까지, 사망률에 대한 데이터는 2017년까지 수집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하루 평균 7.5인분의 초가공식품을 섭취했다. 쥴 박사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251건의 중증 심혈관계 질환과 163건의 중증 관상동맥 심장질환 등 총 648건의 심혈관계 질환 사례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으로 인한 중증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7% 증가한 것과 중증 관상동맥심장질환 위험이 9% 증가한 것을 관찰했다. 또한 전체 심혈관계질환의 발병 위험은 5% 증가했고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9%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성명을 통해 “초가공식품과 같은 불량식품의 소비는 개선할 수 있는 심장병 위험 요소이기 때문에 예방 노력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히며, “이번 연구 결과는 초가공식품을 제한하는 것이 심혈관계를 이롭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하로코피오대(Harokopio University of Athenes) 마르티나 코우바리(Martina Kouvari) 연구진은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 2,02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 동안 섭취한 음식과 음료의 양과 빈도를 조사했다(2021년 8월 26일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Congress 발표 초록). 그리고 설문지를 통해 심장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과일, 채소, 통곡물 등 섭취를 늘리고 붉은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을 얼마나 먹는지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0~55점까지의 점수를 받았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지중해식 식단을 잘 실천했음을 의미한다. 10년 동안 참가자들의 심혈관질환(심장마비, 협심증, 뇌졸중, 심부전, 부정맥 등) 발생을 추적 조사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가공식품을 주당 평균 7.5회, 13회, 18회 섭취할 때의 발병률은 각각 8.1%, 12.2%, 16.6%였다. 이어 지중해식 식단 실천도에 따라 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 점수가 27점 미만이면 초가공식품을 매주 1회씩 추가로 먹을 때마다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19%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식단 점수가 27점 이상이면 초가공식품을 매주 1회씩 더 먹을 때마다 10년 내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8% 더 높아졌다. 이 연구의 저자인 마르티나 코우바리 박사는 "초가공식품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며 "이 연관성은 건강하지 않은 식단을 먹는 사람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유병률이 급증하는 것은 서구식 식이패턴의 증가와 비슷하다. 임상의는 초가공식품이 위장관 건강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오랫동안 추측해왔지만 이 연관성에 대한 증거는 아직 부족했다. 그런데 최근 다국적 연구는 고도로 가공된 식품과 음료의 정기적 섭취는 염증 및 IBD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였다. IBD는 중위 소득이 낮은 국가보다 부유한 국가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초가공식품이 점점 더 많이 보급되고 대중화되는 개발도상국가에서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캐나다 해밀턴에 있는 맥마스터(McMaster) 대학의 나룰라(Neeraj Narula) 연구팀이 연구를 주도하였다(BMJ 2021; 374 doi: https://doi.org/10.1136/bmj.n1554). IBD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유전적 요인을 들고 있지만, 식이패턴과 발병이 관련이 있다. 위장병 전문의인 파라디(Ashkan Farhadi)는 IBD를 ‘부유한 국가의 질병’으로 설명한다. 스펙터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에 사는 사람들보다 미국 성인들이 고도로 가공된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한다고 주장했다. 스펙터는 미국에서 초가공식품이 섭취하는 열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나룰라 연구팀은 35~70세 성인 126,000명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참가자들은 북미, 남미,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및 중국 전역의 21개 저소득, 중간 및 고소득 국가이다. 참가자들은 2003~2016년까지 적어도 3년마다 음식 빈도 설문지를 작성했다. 참가자들은 식품첨가물, 인공향료, 색소 또는 기타 화학 성분이 포함된 모든 유형의 포장 및 공식화 식품 및 음료를 소비했다. 북미, 남미, 유럽 참가자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초가공식품의 소비가 더 높았고, IBD 발생도 더 많았다. 나룰라 연구팀은 초가공식품과 음료의 섭취가 많을수록 IBD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에서 초가공식품과 IBD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IBD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가공되지 않은 형태로 동일한 식품을 섭취할 경우 동일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IBD의 위험이 식품가공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아가 연구자들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한계점을 언급했다. 식품 설문지가 절대 섭취량을 평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였으며(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섭취량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35세 이상에서 얻은 결론을 IBD가 발생하는 어린이나 젊은 성인에 적용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고(참가자의 연령이 크론병 위험요소를 결정하는 능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경과에 따른 식이 수정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펙터에 의하면 “대부분 임상의사와 위장병 전문의는 식단의 질이 건강에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저질 식품의 섭취가 장내 미생물을 교란하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며, 많은 일반적인 질병 뒤에 있는 염증성 과잉반응을 유발할거라 생각한다”고 하였다.

 

초가공식품이 간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20~30%가 초가공식품이다. 그런데 건강에 해로운 초가공식품이 왜 존재할까? 호주 정부가 발행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지침서”에 따르면 이들 음식은 ‘자유재량 음식’이라 불린다. 버킷 박사는 초가공식품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사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사람이 건강을 고려해 무엇을 먹을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초가공식품은 보존기간이 길고, 유통이 쉽고, 조리가 거의 또는 전혀 필요하지가 않다. 시간과 돈이 부족할 경우 초가공식품은 좋은 선택이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 대신 초가공식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힘이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우리의 입맛을 바꿔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과 짠 음식에 끌리게 한다. 스트레스는 또한 우리가 더 건강한 선택을 위해 쓰라는 시간과 에너지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모든 초가공식품이 몸에 좋지 않은 정크푸드는 아니다. 야채 통조림, 파스타, 쌀, 빵, 그리고 섬유질이 함유된 아침 식사용 시리얼도 건강에 유익한 가공식품에 포함된다.

 

런던의 킹스컬리지(King’s college) 유전역학교수이자 건강과학 신생기업(ZOE) 맞춤 영양 프로그램의 공동 설립자인 팀 스펙터(Tim Spector)가 저술한 “지금 먹는 음식에 엉터리 과학이 숨겨져 있습니다(Spoon-Fed, Why Almost Everything We’ve Been Told About Food Is Wrong)”라는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식품 라벨을 읽으면 건강한 식품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식품 라벨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미국의 경우 1/3, 영국의 경우 1/4만 라벨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식품에 라벨을 붙이는 관행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다. 특정 식단을 섭취할 경우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을 위해 열량이나 소듐 함량 등을 표기했다. 이 당시에는 보통 대부분 사람들이 기본적인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요리를 하고 밥을 먹었다. 즉, 식품의 영양 정보를 굳이 알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식품 정보를 필요로 한다. 미국의 경우 미국인의 40%가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이들 중 1/5이 차안에서 식사를 한다. 영국의 경우 선택하는 식품의 반 이상이 초가공식품이다. 이러한 인스턴트식품에 대한 의존성이 식단과 건강에 관한 관심과 맞물리면서 영양정보를 표기하는 관행을 낳았다. 2015년에 전 세계 3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는 기능성식품, GMO 프리 식품, 유기농식품과 같은 건강에 좋은 식품을 원하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하였다. 그러나 많은 식품업체들은 과학과 영양학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광고하며 판매한다. 팀 스펙터는 재료와 원산지를 더 투명하게 표기한 식품 라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여러 독립연구에서 현제 식품 라벨에 표기하는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Cowburn G, Public Health Nutr 8:21-28, 2005). 식품업계는 사람들이 영양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포화지방을 획기적으로 줄인 제품’과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이 식품 라벨과 광고에 나타났다. 시판되는 제품에 ‘유기농’ 혹은 ‘슈퍼 푸드’라고 자칭하는 식품이 차고 넘친다. 유기농이나 슈퍼 푸드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규정이 없고, 광고효과가 높기 때문에 이런 용어들을 표시하거나 광고한다. 유기농 슈퍼 푸드라 표시하고 일반 상품보다 보통 몇 배 이상 비싸게 판다. 켈로그(Kellog)의 경우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손을 잡은 뒤 1984년 상품 포장지에 콘플레이크가 ‘암을 예방하는 섬유질 함량이 높은 제품’이라는 문구를 삽입하였다. 미국 FDA가 켈로그 광고에 간섭을 하지 않자 전 세계 여러 회사가 이런 전철을 밟았다(Geiger GJ, J Am Dietetic Assoc 98:1312-1314. 1998). 지금은 규제가 예전보다 더 엄격해졌지만, 소비자가 현혹당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규제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 미국에서 대기업 돈에 팔린 학자가 ‘비만을 부르는 것은 설탕이 아니라 지방이다’라는 설을 퍼뜨리고 있으며, 지금도 이것이 사실이라 믿는 사람이 전 세계에 퍼져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함으로써 혈중 포도당이 과잉이 되면 중성 지방으로 형태가 바뀌어 지방세포 등에 축적된다. 이러한 사실은 생화학을 배운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차라리 ‘지방을 먹었기 때문에 몸에 지방에 쌓이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몸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아 음식으로 먹은 지방이 그대로 몸에 축적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방은 변으로 배출되는 비율이 높다. 지방은 과식할 경우 변으로 배출되어 의외로 몸 속애 남지 않는다. 반면에 탄수화물은 100% 몸속에 흡수된다. 포도당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성분이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 졌을 것이다. 오늘날도 대부분 시리얼바를 만드는 회사는 웬만한 제품에 ‘고섬유질’ 문구를 삽입하여 판매할 수 있다. 섬유질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미국의 경우 30 g인데. 중량 20 g 기준으로 섬유질이 1.2 g만 들어가도 이런 문구를 쓸 수 있다. 빵의 경우 샤워도우(sour dough)가 1%도 안 들어 간 경우라도 ‘건강한 샤워도우 빵’이라 할 수 있으며, 단백질 함유량이 20%만 넘으면 설탕으로 범벅을 한 초콜릿 바도 ‘고단백질’로 표기할 수 있다. 지침이 엄격하지 않아 식품 업계는 사람들에게 좋은 성분을 아주 적은 양만 넣고도 돈을 벌수가 있다. 또 다른 속임수로 ‘칼슘의 보고’와 같은 문구를 삽입하여 몇 가지 영양성분을 강조하는 후광효과이다. 즉 포화지방이나 설탕, 소금이 많이 들어 있더라도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는 문구에 속아 해당식품이 몸에 좋다고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전략인 셈이다. 많은 소비자가 식품 라벨을 읽으며 첨가물이나 코드번호가 ‘E’로 시작하는 위험한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한다. 그렇지만 제조업체는 인식이 좋지 않은 식품첨가물을 넣는 경우에도 당근 농축물 또는 로즈메리 추출물과 같은 자연스러운 명칭으로 표시한다. 코드번호가 E로 시작한다고 해서 경계할 필요는 없다. 700가지가 넘는 식품 첨가물을 규제하고 분류하는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유럽식품 표준에 따라 안전성을 검증받고, 일상에서 흔히 섭취하는 음식에도 코드번호 E로 시작하는 식품이 들어 있다. 한 예로 E160c는 파프리카이며, E100은 강황이다. 천연 전분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가열, 화학물질 첨가 등의 방법으로 점성, 열 안정성 등을 개선한 변성전분(modified food starch)은 별로 위험하게 들리지 않는다. 웬만한 가공식품에 대부분 들어가 있다. 그렇지만 변성전분은 구조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식품을 섞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더군다나 산과 설탕에 몹시 복잡한 화학처리를 하여 생산한다. 과학계의 견해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FDA의 경우 식품 라벨에 대한 규정이 30년째 바뀌지 않았다. FDA는 열량 함량을 더 굵고 선명하게 표기하는 새로운 식품 라벨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또한 지금도 콜레스테롤이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라 생각하여 계속 식품 라벨에 콜레스테롤 함량을 표기하고 있는데, 현재 식이 콜레스테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주장이 정설임에도 불구하고 바꾸지 않고 있다(DuBroff R, BMJ Evidence-Based Med 29 May p. ii, bmjebm-2019-111180, 2019). 미국의 경우 식품 라벨은 하루 권장섭취량인 2,000 kcal를 기준으로 한다. 그렇지만 미국인은 권장섭취량의 거의 2배인 3,600 kcal를 섭취 한다(http://www,fao,org/faostat/en/#data/FBS). 현실하고는 거리가 멀다. 국가마다 식품 라벨 표시는 달라 전 세계적으로 통일이 되어 있지 않다. 유럽의 경우 라벨은 신호등처럼 빨간색, 노란색, 녹색으로 나타내며, 제품의 지방 함량이 높으며 빨간색, 평범하면 노란색, 낮으면 녹색이다. 호주의 전면에 있는 식품 라벨은 몸에 좋은 정도를 별점으로 매기는 체제로 0.5개부터 5개까지 별을 주는 체제이다. 5가지 색으로 표시하는 프랑스의 간단한 방식도 있지만 단순한 체제 역시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2016년 칠레 정부는 정크푸드를 규제하는 간단명료한 체제를 도입했다. 모든 초가공식품, 건강에 해로운 음식, 설탕이 많은 제품의 포장지에 검은색 경고판을 상품 전면에 집어넣었다. 소비자가 건강한 먹거리와 그렇지 않은 먹거리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제도이다. 검은색 경고판이 있는 식품은 학교에서 팔거나 교내에서 홍보할 수 없으며, 14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광고도 금지다. 도입 초기부터 부모들이 자녀의 입에 들어갈 음식을 고를 때 이러한 제품을 피했다는 점에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식품 업계는 이러한 주장에 반발하며, 제품 얼굴과도 같은 전면에 경고판을 박아 넣는 행위는 가혹한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조사결과 88%의 소비자가 제품 전면의 경고판이 제품을 현명하게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Acton RB, Obesity, 26:1687-1691, 2018). 2014년 미국인 2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이 저열량 다이어트 음료를 적정 체중인 사람보다 많이 마실 뿐만 아니라 음식 역시 많이 섭취한다(Bleich SN, Am J Public Health 104:e72-e78)고 보고하였다. 아마도 다이어트 음료를 마시면서 섭취하는 열량이 줄었으니 그만큼 더 먹어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일이나 채소 통조림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이유는 가열 과정에서 비타민 C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통 1/3 정도 감소하지만 항산화제인 폴리페놀은 오히려 늘어나며, 오랜 기간이 지나도 남아 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베이크드빈즈(Baked Beans) 통조림 역시 건강에 좋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있다. 그렇지만 이 제품은 가공식품 중에는 꽤 몸에 좋은 편이며, 콩은 원래 영양가가 높다. 반 캔 속에는 단백질 7 g, 섬유질 8 g이 들어있으며, 이는 통밀빵 4조각이나 콘플레이크 6그릇에 해당한다. 베이크드빈즈 통조림은 예전에는 설탕을 많이 넣어서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설탕 함량을 티스푼 2개 반 정도로 줄였고, 저당제품도 나온다. 가공식품의 이미지가 저렴해지면서, 냉동처리를 하거나 통조림으로 만든 과일과 채소를 무척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냉동딸기 경우 신선제품의 1/3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과일이나 채소의 경우 얼려도 미량원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채소의 대부분과 일부 과일 경우 냉동하기 전 몇 분 정도 뜨거운 물에 데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효소를 불활성 시켜야 색, 향, 맛이 불쾌하거나 변하거나 영양 가치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콩의 경우 급속 냉동을 할 경우 신선식품보다 더 많은 비타민 C를 얻을 수 있다(Bouzari A, J Agricult Food Chemistry 63:957-962, 2015). 동결건조방식을 사용할 경우 다른 건조방식과 달리 형태와 색을 망가뜨리지 않고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표고버섯과 구기자 등은 동결건조 방식으로 가공한다.

 

초가공식품을 구별하는 방법은 ① 항상 라벨을 확인한다. 성분 목록, 특히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품에만 사용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면 초가공식품일 수 있다. 스페인에서 진행된 연구에 참여했던 스페인 나바라대학(University of Navarra) 예방의학 마이라 베스-라스트롤로(Maira Bes-Rastrollo) 교수는 5가지 이상의 인공적 성분이 함유된 식품이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라스트롤로 연구팀은 지중해식 식단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반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식사요법으로서 지속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발표하였다(Lopez CN 등, J Epidemiol and Commun Health 63:920-927, 2009) ② 알아볼 수 없는 성분이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안전하겠지만, 일부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사례도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아 한다. ③ 제품에 포화지방, 설탕 및 소금 등이 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등 라벨’을 찾는다. 빨강색은 이들 성분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고, 중간은 노랑색, 낮은 경우는 녹색이다. ④ 보존기간이 긴 ‘신선식품’은 방부제가 들었다는 뜻일 수 있다. 베이컨(소금과 질산염) 같은 식품은 방부제가 들어 있지만, 초가공식품은 아니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는 살라미(이탈리아식 말린 소시지, 살라미 종류로 페페로니가 있다)를 대체할 만한 좋은 대안은 아니다. 성분도 더 많이 들어가 있고, 공장에서 더 많은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오래 먹을 수 있게 처리한 우유는 저온살균을 거쳤지만.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 최소가공식품으로 분류된다. 라벨을 살필 때는 소듐 벤조산(sodium benzoic acid), 질산염(nitrate) 및 아황산염(sulfurous acid), BHA(butylated hydroxyanisole), BHT(butylated hydroxytoluene)와 같은 방부제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⑤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브렌딩(동일 조성의 분말을 혼합하는 것)을 조심해아 한다. 베스-라스트롤로 교수는 “사과나 배를 가지고 화려하게 마케팅 하는 것을 본적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즉 가공된 식품이 천연의 것보다 더 나은 점이 거의 없지만, 돈이 되니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정크푸드가 이미지 세탁을 하여 판매하는데, 이들 식품이 건강에 좋다고 광고하는 사례가 많다. 가장 좋은 예로 과일 요구르트이다. 과일 요구르트는 30년 만에 매출이 엄청 늘어난 제품인데. 설탕, 인공감미료, 과일 맛 합성 착향료가 가득 들어 있다. 요구르트를 건강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제조사는 지방을 제거하고 대신 설탕이나 인공감미료를 넣고, 저지방식품으로 광고한다. 당연히 건강에 좋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레오나 다이제스티브 역시 100여 년 전 처음 출시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초가공식품이다. 소금, 전화당시럽(사탕수수설탕에서 얻는다), 팜유를 포함하여 10가지 이상의 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식을 고를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싸다고 해서 반드시 몸에 해롭지는 않다. 당연히 신선하고 가공하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 통곡물, 콩, 생선, 고기를 먹으면 건강에 좋다. 좀 더 마음을 개방적으로 하여 베이크드빈즈 통조림이나, 냉동 콩으로도 훌륭하게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은 엄연히 다르다. 식품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많이 알아야 초가공식품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현명하게 식품을 선택할 수 있다. 식품을 구입할 때 원산지와 재료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가공식품에 들어간 재료의 원산지를 알 수 없거나, 원재료가 무엇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경우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2008~2012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8,000만 여개의 식품과 음료 제품에 적힌 영양에 관한 광고를 보면 판매된 식품과 음료의 각각 13%와 35% 가량이 포장지에 ‘함량을 낮췄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저지방, 저당 문구가 가장 많다. 그런데도 제품 대다수는 그런 문구가 없는 제품과 비교하여 영양 구성의 질이 낮다. 오히려 그런 문구가 식품의 전체적인 영양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식품이 아니다. ‘무가당’, ‘무지방’. ‘트랜스지방 무첨가’ 등이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이다. ‘무가당’은 설탕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식품 자체에 원래 들어 있던 설탕이 안 들어 있다는 말이 아니다. 대다수 무가당 제품은 인공감미료로 만든다. 칼로리 섭취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혈당 수치를 높였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탄수화물을 더 찾게 만든다. 무가당 식품 중에는 화학적 변형을 거친 설탕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옥수수에서 추출하는 말토덱스트린은 효소분해 과정을 거쳐 만들었고, 잘 소화되어 체내 인슐린 수치를 치솟게 할 수 있다. 통곡물 시리얼 제품은 통곡물로만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100% 통곡물이 아니다. ‘섬유질 함유’는 기능성 섬유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자연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섬유질과는 다르다. 섬유질은 자연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생과일 제품’은 생과일로만 만든 것이 아니다. 가공 처리된 과일 농축액만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무지방 제품’은 지방은 없지만 당분이 첨가된다. 결과적으로 칼로리가 높을 수도 있다. 지방을 제거할 때 설탕 같은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같은 맛이 나도록 가공 처리한 단백질이 첨가되어 뱃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저지방과 무지방 식품은 정제당이나 당분이 잔뜩 들어가기 때문이다.

 

▲ 박광균     ©브레이크뉴스

2019년 11월 19일자 헬스조선의 “조기 사망 위험 높이는 ‘초가공식품’ ...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드세요”의 내용을 보자.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김우경 교수 연구팀은 제 6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성인 15,76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회상법으로 식사 자료를 분석, 가공식품 섭취 비율을 파악했다. 가공식품의 정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분류에 따라 ① 식품 원료에 식품 첨가물을 가하거나 ② 식품의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분쇄, 절단 등)시키거나 ③ 식품을 변형시킨 것을 서로 혼합 또는 식품 첨가물을 사용해 제조, 가공, 포장한 식품이다. 그 결과, 총 식품 섭취량 중 원재료식품은 31.9%(495g), 가공식품은 68.1%(1,054.5g)로 가공식품 섭취량이 2배 이상 많았다. 가공식품 섭취량은 음료 및 주류군이 가장 많았고, 채소군, 곡류군, 과일군, 유류군, 육류군, 조미료군, 감자류군, 두류군, 어패류군 순이었다. 김우경 교수는 “채소와 과일을 세척 후 절단, 포장, 냉장한 신선편의식품이나 포장 어패류까지 광범위하게 가공식품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영양소도 가공식품을 통해 얻는 비율이 높았다. 총 섭취 열량 대비 단백질 섭취 비율은 2배, 지질 섭취 비율은 3배 이상 가공식품에서 높았다. 소듐의 경우 가공식품에서 섭취한 비율이 96.3%로 원재료에서 섭취한 소듐륨(3.7%)보다 훨씬 많았다. 김우경 교수는 "한국인은 가공식품으로부터 더 많은 열량과 영양소를 공급받고 있다"며 "건강을 위해 가공이 많이 된 식품보다 가공이 덜 된 식품 선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영양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을 완전히 먹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가급적이면 가공이 덜 된 식품을 집에서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가공식품을 먹을 때도 조금만 신경 쓰면 덜 해롭게 먹을 수 있다. 라면은 처음 면을 끓인 물은 버리고, 스프만 끓여 온도가 높은 물에 면을 넣고 끓여 먹는 것이 좋다. 용인대 식품영양학과 심선아 교수는 "이때도 스프를 절반만 넣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어묵 역시 조리하기 전에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후 헹궈서 조리한다. 단무지는 조리 전 찬물에 5분 이상 담가 섭취하는 것이 좋다. 참치 캔은 기름에도 식품첨가물이 있기 때문에 기름은 버리고 요리한다. 식빵은 팬이나 오븐에 살짝 구워 먹고, 두부는 먹기 전 찬물에 여러 번 헹궈 요리하면 식품첨가물을 줄일 수 있다. 심선아 교수는 "식품첨가물 흡수를 줄이려면 채소 등 식이섬유를 충분히 같이 먹어라"라고 말했다. 그러니 초가공식품은 제외하고 현명하게 가공식품을 선택하여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kkp304@hanmail.net

 

*필자/박광균

 

1975 연세대학교 이과대학 생화학과 졸업(이학사)

1980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과 졸업(치의학사)

1988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졸업(의학박사)

2004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와 법 고위자과정

 

1986~1990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생화학 전임강사

1990~1996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조교수

1996~2000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부교수

1996~2018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교수

 

1990~1993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School of Medicine, Dept of Biochemistry 방문교수

2002~2005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School of Dental Medicine, Dept. of Biochemistry 방문교수

 

2006~2009 한국학술진흥재단 생명과학단장

2008~2009 한국학술진흥재단 의생명단장, 자연과학단장, 공학단장 겸임,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단장

 

1990~현재  미국 암학회 회원

1994~2000 International Society for Study of Xenobiotics 회원

1995~1996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기획간사

1996~1998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학술이사

2006~2008 한국독성학회 이사

2005~2006 대한암학회 이사

2006~2008 한국약용작물학회 부회장

2009~2010 대한암예방학회 회장

2009~2010 생화학분자생물학회 부회장

2018~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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