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탐색-현대인의 부엌]행복한 집의 시작, 주방

권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1/09/14 [16:26]

키친은 우리말로 부엌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데 부엌은 뭔가 시골집 부뚜막이어야 할 것 같다. 또 주방이라고 한자어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뭔가 상업적인 표현 같다. 우리말과 글을 폄하하고 영어 표현을 앞세우는 것은 아니다.

 

 

 

말에 들어 있는 정취랄까 아련한 감상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은, 현대를 살고 있는 주택과 실생활에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키친이라 부르려 한다.

 

전에 읽은 일본인 건축가의 글이 생각난다. 1960년대 중반경 세탁기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했을때 그 세탁기를 집안의 어디에 놓아야하는지 무척 혼란스러웠다는 내용이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울가에서 또 우물가에서 아니면 그 후엔 마당의 수돗가에서 빨래판을 놓고 빨래를 하였는데, 기계가 들어 오니 그걸 어디에다 놓고 사용해야 하나라는 고민아닌 고민이었다.

 

세탁기에 물을 공급해 줄 수도 있어야 되고 배수할 물을 처리해 줄 하수도도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 당시 주택에는 그런 설비를 갖춘 곳은 없었기 때문이리라.

 

생활 속에 갑작스럽게 들어온 문명의 이기가 세탁기 뿐이겠는가.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마당의 우물에 수박 띄어 먹는 정도의 시절에 보급되기 시작한 냉장고는 당시 집안에서 어떤 위치를 놓고 사용되었을까?

 

키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가지다. 취침을 하는 침실과 식사 준비와 식탁이 놓이는 주방은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는 시각에 모두 동의해 주리라 생각한다. 침실이 일정한 사람만이 사용하는 프라이버시가 중시되는 공간이라면 키친은 집안 구성원 모두가 매일 함께 사용하는 공용구간이다.

 

키친은 또한 음식을 만들고 동시에 소비하기도 하며 이를 위해 식자재가 반입되고 음식물찌꺼기가 발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결과 위생이 담보 되어야 하는 곳이다. 이러한 서양에서 발달한 입식 키친은 이제 예외가 거의 없는 표준이 됐다.

 

 

 

이제 그 키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최근의 키친을 들여다 보면, 페트병을 닦아 말려 분리수거에 대비하거나, 또는 맞벌이 부부가 서로 분담해서 조리와 뒷처리를 하는 등 옛과는 다른 키친 문화가 생겨났다.

 

평균 키친에서 소비되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이라는 조사도 본 적이 있는데, 그 시간만큼 서서 일을 해야 하는 당사자는 육체적 피로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또 키친이 다른 공간과 완벽히 분리되어 있으면 떨어져 있는만큼 다른 가족과는 분리된 고독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는 심리적 부담도 있을 수 있다.

  

조금 시각을 바꾸어 보자. 키친의 목적은 요리이므로 “요리가 맛있어지는 집”이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기로 하자. 요리는 맛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 우선 즐거워야 한다. 즐겁게 요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즐겁지 않은 요소들을 없애면 된다.

 

상식선에서 몇 가지만 들어 본다.

 

구입한 식자재를 스무스하게 정리하고 싶다,

피곤해지지 않는 작업대와 싱크가 있으면 좋겠다.

요리하는 동안에도 다른 가사일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산만하지 않은 정리된 키친을 유지 하고 싶다.

기분 좋게 식사를 나누고 싶다.

야채도 직접 가꾸어 신선하게 먹고 싶다.

 

옛 부엌의 시절에는 조리용 부뚜막이 난방의 역할도 하였으므로 자연히 부엌은 방에 딸려 있는 한 공간에 불과 하였지만, 현재 주택에서의 키친은 모든 면에서 중앙이 되어야 한다. 주택의 중앙에 자리 잡은 키친은 그 가정의 사령탑이 되어 모든 가족의 모임이나 또는 각자의 움직임을 갖더라도 그 사령탑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한다.

 

 

 

키친이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 코어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서로 돕고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정리정돈되는 공간이 되며 손님이 내방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2명이 서로 지나칠 수 있는 만큼의 여유공간을 가질 수 있다면 훌륭한 키친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유의할 점은, 키친은 항상 뒷동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키친이 주택의 중심이 된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즉, 매입한 식자재를 가지고 들어 온다던가,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선이 길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관으로부터 주택의 중앙에 위치한 키친까지의 동선 가운데 팬트리를 구성하여 그곳을 우선 수납공간으로 삼아 반입 동선의 단축을 시도하고, 키친 뒤편의 쓰레기처리까지 별도의 동선을 구획하는등 뒷동선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작업대는 넓게, 조리동선은 짧게

 

조리시의 동작을 보면 주로 꺼내고, 닦아서, 잘라, 가열한다의 4가지이다. 이 동작을 수반하는 기구들은 냉장고/팬트리 (꺼내고), 싱크 (닦고), 작업대 (자르고), 오븐 (가열)이다. 이들 기구들의 위치가 키친의 레이아웃을 구성할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기구들이 서로 가까이 있는 만큼 동선이 효율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동선의 효율만을 생각하여 이 기구들을 지나치게 가깝게 배치하지는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작업대는 최소 600밀리미터의 길이가 확보 되어야 도마와 식자재를 놓고 가공할 수 있다. 여기에 잘라놓은 식자재나 조리기구등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면 효율이 높아진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