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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사돈’ 명예가 멍에로 작용했나?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의 ‘인생만사 새옹지마’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5/12/24 [06:57]
비자금 사건 무마 시도, 괘씸죄로 중형 맞아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과 사돈지간이 되면서 눈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던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임창욱 명예회장에게 명예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가 사돈이라는 자리가 오히려 멍에가 되고 있어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격언을 되내이게 하고 있다.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었던 불법비자금 사건이 삼성그룹 에버랜드전환사채 불법증여 문제와 안기부의 도청 x파일에서 드러난 ‘검찰 떡값’ 문제 등으로 삼성을 중심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징역 4년의 중형을 받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인천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성지호)는 12월 13일,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2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로 올해 7월 구속 기소된 임창욱(55) 대상그룹 명예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임창욱과 공모한 혐의로 7월 불구속 기소됐던 당시 대상㈜ 대표이사 고 아무개(67)와 방학동 공장장 겸 생산기술본부장 이 아무개(62), 재정본부장 이아무개(59)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씨가 2002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기고, 회사 차원에서 범죄를 축소·은폐하려 하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켰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는 환경 아래서 이런 범행이 더는 기업 경영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될 수 없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엄히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징역 4년 실형의 중형을 선고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임창욱은 비자금을 개인 계좌를 통해 관리하면서 계열사인 폐기물처리 업체 운영(92억8천만원), 대상 주식 매입(85억원), 미원과 세원 합병 과정의 주식매입 손실 보전(44억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삼성킬러 참여연대의 ‘주주대표소송’도 걸려

검찰에 따르면 임창욱은 1998년 서울 방학동 조미료 생산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할 당시 공장 부지에 매립돼 있던 폐 토사 등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폐기물 처리업체를 통해 1999년 6월까지 처리단가를 과다 계상하거나 처리물량을 늘리는 수법으로 7차례에 걸쳐 165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착복했다.
 
임창욱은 또한 방학동 조미료 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는 공사(가액 760억원 상당)를 진행하면서 1998년 9월부터 1999년 7월 사이 18개 하청업체들로부터 모두 32차례에 걸쳐 54억6천만원의 되돌려 받아 유용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대상㈜ 대표이사 고 아무개와 방학동 공장장 겸 생산기술본부장 이 아무개, 재정본부장 이 아무개 등 임원 3명이 임창욱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범행 당시 대상의 구조조정으로 비공식적 비용 지출을 위한 막대한 비자금 조성이 불가피했던 측면 △일부 국내 기업들 사이에 이런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상황 △이 사건으로 인한 대상의 피해액이 모두 변제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했으나 2002년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모두 우리가 한 일”이라고 진술했던 유 아무개(55) 등 2명은 1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 김 아무개(52)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바 있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8월 3일,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 등을 상대로 회사에 끼친 손해액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12월 1심 판결을 앞두고는 실제 손해액이 당초 조사보다 커졌다며 ‘손배 청구액 확대신청’을 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임창욱 명예회장이 회사에 끼친 실제 손해액이 언론에 밝혀진 220억원보다 135억원 많은 355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손해배상청구액을 증액하는 청구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참여연대에 의한 주주대표소송이 진행 중인 지난 11월 2일 약 126억원을 추가로 회사에 입금하는 등 검찰이 기소한 횡령금액 약 220억원 전액을 이미 반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 비자금 초기수사 ‘부실’ 확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72억여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임창욱은 2004년 1월 검찰에서 참고인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논란을 묻고 재기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있었던 사건 관련자 공판에서 재판부가 당시까지의 검찰 수사 결과만을 토대로 “임 명예회장의 혐의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결하면서 임창욱에 대한 재수사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당초 인천지검은 대상그룹이 폐기물처리 비용을 부풀려 위장계열사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72억원을 횡령했다며 대상그룹 임직원 3명을 구속했으나 임 회장에 대해서는 “이민 간 실무자 2명의 진술이 없이는 개입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기소보류를 결정했다.
 
1월 서울고등법원은 임직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실무자 진술을 듣지 않더라도) 임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공모한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 ‘증거가 충분한데 왜 기소 안했느냐’고 검찰을 질책했다.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대상그룹 본사와 위장계열사 삼지산업 등을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임직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자금 조성 사실과 함께 횡령 및 공금유용 혐의를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재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전 수사팀이 밝혀냈던 임창욱의 72억여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 외에 방학동 공장을 군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백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새로 확인했다.

홍석조 고검장 ‘이건희 처남’ 색안경 괴로워

한편 검찰은 법원의 질책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다가 4월 법원판결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에서야 재수사에 착수, 두 달여 만에 임창욱이 당초 의심받았던 횡령 혐의 금액의 3배가 넘는 돈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전 수사팀이 포기한 사건을 새로 구성된 수사팀이 겨우 두 달여 만에 3배로 증명해낸 일을 두고 세간에서는 이전 수사팀이 ‘봐주기식’ 부실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재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 중에서 72억원은 임창욱 개인계좌에 들어간 돈이었는데, 임창욱은 “돈이 왜 내 계좌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거나 “부하 직원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는 등의 일관되지 않은 해명을 했지만 당시 수사팀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부실수사를 할 만 했다고 의심할 정황도 있는데, 임창욱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홍석조 현 광주고검장이 인천지검장으로 발령되기 직전에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가 홍 고검장이 광주로 자리를 옮긴 직후 재수사가 착수되었다는 점이다.
 
임창욱 명예회장과 홍석조 고검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매개로 연결되어있는데, 임창욱과 이건희는 사돈지간(이재용-임세령 부부)이고, 홍석조는 이건희의 처남(중앙일보 창업주의 차남)이다. 
 
대상그룹 비자금 사건에 대한 1차 수사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이종백 현 서울지검장이 후임자인 홍석조 고검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창욱 사건을 급히 마무리하고 임기를 마쳤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들의 중심에 서있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은 지난 8월경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삼성 회장의 처남, 중앙일보 사장의 동생이란 것이 너무 싫었다”는 고백을 토해내기도 했다.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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