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제치고 국내 최대 주식부자로 등극한 것과 동시에 정 회장의 외동아들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도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제치고 재벌 2,3세중 최고 주식부자로 등극했다.
이들 부자의 주식가치가 급등하게 된 배경에는 우량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상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글로비스는 ‘회사기회편취에 의한 변칙증여’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온 글로비스에 대해 회사의 설립과 성장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의선 사장은 글로비스 상장 당일만 5천8백여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렸으며 향후 평가이익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평가이익이 향후 정 사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비스 상장으로 수천억원대 평가차익 ‘대박’
현대차그룹 계열의 물류회사인 글로비스가 12월 2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직후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비스는 12월 26일 신규 상장되자마자 공모가(2만1천3백원)의 2배인 4만2천6백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 이틀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더니 상장 사흘째인 28일에는 대한항공을 제치고 운수창고업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비스는 12월 28일 15시 29분 현재 전일대비 6.41% 상승한 5만9천8백원을 기록했으며, 이러한 상승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자동차 수출물류를 전담하고 있는 글로비스의 이러한 거침없는 상승세에 힘입어 이 회사 지분 31.88%를 보유하고 있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보유주식 평가액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은 1천1백95만4천4백60주(31.9%)로, 평가액은 5천9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며 이는 지분취득금액 60억원(주당 5백원)에 비해 무려 1백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것이다.
정의선 사장의 총 상장 주식 평가액은 기아차 1천8백26억원과 현대차 6억원을 합쳐 7천684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제치고 재벌 2, 3세 중 상장주식 보유액 1위로 등극했다.
종전까지 재벌 2, 3세 중 최대 주식평가액을 기록하던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주식 평가액(이 상무는 삼성전자 주식 96만1천5백73만주(0.65%)만을 보유하고 있다)을 넘어서는 수치로, 글로비스의 상장이 재벌 2, 3세의 주식 평가액 순위를 뒤바꿔 놓은 것이다.
한편 총 3천7백50만주의 주식이 상장된 글로비스는 정의선 사장과 정몽구 회장이 대주주로 총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해외 운송권을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의 빌헬름슨 사가 20%, 소액주주 지분율은 17.23%이다.
“회사기회 편취에 의한 변칙증여의 대표”
한편 글로비스의 상장과 주가의 쾌속항진 그리고 그에 따른 정의선 사장의 어마어마한 재산증식을 두고 ‘회사기회 편취에 의한 변칙증여의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인 물량몰아주기에 의해 성장해 왔으며, 현재의 주가 상승세는 글로비스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안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과의 내부거래비율이 80.6%로 2004년 매출액 9천27억 5천만원 중 7천2백77억3천5백만원이 내부거래에 의한 것. 정 사장의 자산 증가를 계열사들의 몰아주기에 의한 회사기회 편취 방식에 의해 이뤄진 ‘실질적’ 증여행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이 같은 평가이익은 회사기회편취를 이용해 정의선 사장이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편법 증여 받은 것으로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에 따라 증여세 과세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선 사장의 글로비스 주식은 1천1백95만4천4백60주로서, 정 사장은 이를 주당 5백원(액면가)씩 총 59억7천7백23만원에 취득했는데, 상장당일 종가만 4만8천9백50원으로, 정 사장 지분의 시가총액은 상장당일인 26일에만 총 5천8백52억원에 이르렀다.
심 의원은 “결국 하루사이에 5천8백여억원에 이르는 평가이익을 ‘회사기회편취’에 의해 편법 증여 받은 셈”이라며, “이에 과세당국은 주식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익실현시 증여세 과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심 의원은 지난번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재벌들의 신종변칙증여행위로서 회사기회편취에 의한 증여행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에서만 1조2천억원의 회사기회편취에 의한 변칙증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심 의원은 변칙증여행위에 대한 국세행정은 이제 막 걷기 시작했는데 재벌들은 이를 비웃듯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형국이라고 과세당국을 질타하며 회사기회편취에 대한 적극적인 증여세 과세를 촉구했다.
상장에 따른 주가상승 뿐이 아니라 '글로비스'의 탄생 자체에 대한 문제재기도 있다.
지난 2001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이 100% 지분 출자로 설립된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대대적인 지원속에 몇 년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총 50억원을 투자한 정의선 사장에게 2003년과 2004년 주식 배당금으로 약 1백34억원을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충분히 사업상 이익이 날 수 밖에 없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설립 당시 이사회에서 글로비스 투자를 결의하지 않고 오히려 정 회장 부자가 자금을 100% 투자, 후일 차익을 남긴 것은 명백한 회사법상 '충실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회사나 주주의 이익이 예상되는 데에도 이를 ‘특정관계인’에게 양보한 것은 회사입장에서는 분명히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는 것으로, 심상정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회사기회 편취에 의한 편법증여’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글로비스 쌍둥이, 광고회사 ‘이노션’ 설립
한편 현대차그룹에는 글로비스와 흡사한 예가 더 있는데, 바로 정몽구 회장의 맏딸 정성이가 고문으로 재직 중인 (주)이노션이다. 이노션은 정성이와 정의선이 최대주주와 2대주주로 각각 참여, 설립한 광고대행 업체로 올해 5월 17일 법인등록을 마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4년 한해 국내 4대 매체 광고비로 각각 6백43억원과 5백73억원을 사용했고, 여기에 해외분량을 포함하면 총 광고선전비로 각각 1천2백20억원과 9백1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됨에 따라 이노션이 두 회사 광고만 전량 수주해도 국내 광고업계 7, 8위권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실제로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최근 해외 모터쇼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며 '이노션'이 이미 현대차그룹의 광고와 신차발표 행사 등을 주관하는 '종합광고대행사'로 선정 됐음을 대내외에 알려왔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충분한 수익성이 예상되는 광고대행사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인 정성이, 정의선 등이 개인적으로 이노션에 출자한 것 역시, 글로비스와 마찬가지로 자금과 경영권 확보를 위한 현대차 측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이노션도 기존 광고회사와 경쟁을 통해 집행할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밝히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광고를 일관성 있게 집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룹 광고의 상당부분을 이노션이 수주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기아차가 이노션에 직접 출자하지 않는 것이 낮은 수익성 때문이라면 총수 일가가 출자를 결정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현대차 그룹의 경영진과 특수관계인이 출자, 광고회사를 설립한 것과 관련,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회사기회의 편취’ 및 ‘회사자산의 유용’ 문제에 대한 이사회의 판단 여부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5월 24일 “현대차나 기아차가 직접 종합광고대행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광고대행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우리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특수관계인들이 광고회사를 설립·투자한 것이 '회사기회의 편취' 에 해당하는 것이냐에 대한 것으로, 이는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된 판례법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소송을 걸기 힘든 형편”이라고 밝혔다.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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