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보수우익세력은 인터넷에서 완패했다. 한나라당도 인터넷은 철부지들의 놀이터일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오직 dj공격하기 하나로 대선에 임했다. 그러나 인터넷 여론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강했고 한 번도 주류의 명단에 들어가 보지 못한 변방의 정치인을 1년만에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대선 후 보수우익세력은 인터넷의 위력을 뒤늦게 깨닫고 보수적 매체를 새로 창설하거나 보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에 부응하여 최근 '디지털한나라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인테넷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
▲독립신문 메인화면 ©독립신문홈페이지 |
독립신문은 기자들의 평균연령이 30세 이하의 젊은 매체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물리적인 나이만 젊을 뿐 이들이 외치는 주장 중에 새로운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젊은 독립신문은 한국전쟁 이후로 “빨갱이를 때려잡자”라는 구호 하나로 50년을 연명해 오고 있는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등을 비롯한 선배 우익들의 목소리와 정확하게 코드가 일치한다. 이를 증명하듯 독립신문의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사이트가 링크돼있다. ‘평양의 주석궁에 남한 탱크가 들어가야 통일이 된다’는 조갑제씨와 ‘5.18은 양아치들의 잔치’라는 지만원씨. 젊은 보수라 자처하는 독립신문은 이 오래된 극우주의자들보다 한치의 진전도 보여주지 못한다.
독립신문에는 지난 20일 ‘盧 사과 설문조사 80% “적절치 않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인공기 소각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국민여론이라고 말한다. 그 근거로 조선, 중아, 동아, 네이버의 라이브 폴 결과를 제시했다. 물론 한겨레 라이브폴 결과를 곁다리로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라이브폴 결과를 통해 여론을 진단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제기도 있지만 그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조중동의 라이브폴에는 보수적인 네티즌이 많이 참여하고 한겨레에는 진보적인 네티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 매체에서 진행하는 라이브폴 결과가 전체 네티즌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네티즌의 여론을 진단하고 싶다면 연합뉴스, 네이버 등의 정치색이 없는 매체의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20일 현재 ‘노대통령이 u대회에 대한 걱정을 표하면서 국내 보수단체가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훼손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이라는 라이브폴을 진행중이다. 오후 4시40분까지 33,231이 참여해 찬성 17506 (52.68%), 반대 15725 (47.32%)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찬성이 약간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도 7:3 정도의 비율로 찬성이 우위에 있다.
그런데 독립신문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결과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네티즌의 80%가 노대통령의 유감표시에 반대하고 있다고 과감히 말한다. 이런 모습은 조선일보가 즐겨쓰는 방법 중에 하나다.
사실 독립신문은 조선일보와 많이 닮아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극우성을 최대한 감추고 교묘하게 독자들을 현혹하는 반면 독립신문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라는 점이다.
이번 ‘인공기 소각 파문’에서 보듯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지원하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의 민심을 자극할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유감표시에 비판을 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할 경우 북한의 u대회 참가에 큰 희망을 걸고 있던 대구 시민들이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는 독립신문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다. 독립신문은 조선일보와 달리 마구잡이로 과감하게 주장한다. 심지어는 대구에서 인공기를 소각하자는 주장까지 보도한다.
| |
▲ 시청 앞 광장에서 태극기 아닌 '성조기'를 들고 있는 월간조선 조갑제 사장 |
청년우파도 아닌 젊은 극우들이 만들어가는 독립신문에는 우리 사회를 위한 생산적이거나 대안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면 오로지 안티dj, 망국적 지역감정에 편승한 정치논리, 그리고 냉전사고에 바탕한 친미논리만 있을 뿐이다.
어차피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합리적 보수우익 단체들이 이제 줄줄이 인터넷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미 경실련을 기반으로 한 서경석 목사, 박세일 전 청와대 수석 등이 준비하는 upkorea나,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등이 주도하는 newsandnews, 김상철 변호사(전 서울시장)가 주도하는 futurekorea 등이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가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극우의 목소리는 정리되지 않을까 예측되지만, 그래도 반북친미 기조의 독립신문의 논조가 인터넷 한복판에 있다는 것은 보수우익의 건전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한국의 인터넷 수준을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독립신문은 원래 구한말 서재필(徐載弼)이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1896년 4월 7일 창간하였다. 이 신문은 여러 가지로 한국 신문사상 획기적인 위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19세기 말 한국사회의 발전과 민중의 계몽을 위하여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 한 시대의 기념비적인 신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립신문은 창간사에서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변자가 되고, 정부가 하는 일을 백성에게 전하고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알릴 것이며, 부정부패 탐관오리 등을 고발할 것을 천명하였다. 나아가 한글전용은, 민중을 위해 알기 쉬운 신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독립신문이 정부의 탄압을 받는 한편 수구파의 미움을 사게 되자 서재필은 1898년 5월 14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1957년부터 언론계는 독립신문 창간일인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하였다.
역사적 독립신문과 지금의 인터넷 '독립신문'은 얼마나 다른가? 시대와 역사적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에 동등 비교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민중을 위해 한글을 쓰고 대변자가 되어 정부와 '수구파'의 미움과 박해를 받은 독립신문이 지금은 '극우' '수구파'의 대변지가 되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 '비극'이다.
젊은 극우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독립신문'의 제호만이라도 돌려줌이 어떨런지... / 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