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정권은 흔들렸다. 여당은 비대위 체제였고, 용병으로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은 당 대표진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멀쩡하게 뽑힌 젊은 당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생떼를 쓰던 윤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내 홍준표, 유승민 등은 연신 윤 대통령을 겨냥해 아마추어라고 공격했다.
억지로 당 대표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여당 일각에선 급기야 윤석열의 당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즈음 대구에 내려와 첫 최고위원 회의를 가진 정진석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본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에 탈당을 권유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여론이 윤 대통령에 좋지 않았던 때이긴 했어도 불문율이나 다름없던 ‘탈당‘ 제안에 정 위원장은 상당히 불쾌한 어투로 “없다”고 짧고 굵게 일축했다.
당시로 돌아가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한 마디로 “(윤석열은)국민의힘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굳이 정당 철학을 이야기하자면 그의 정치 스타일은 차라리 민주당의 정치 철학에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나는 느꼈다.
필자가 보기에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를 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국민의힘의 조직을 빌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인생철학과 국민의힘과는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고 나는 인식이 됐다. 굳이 정치 철학, 국정철학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인생철학만 놓고 봐도 국힘과 윤석열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정진석 위원장에 탈당 제안 생각 없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이미 나는 ’윤 대통령이 국힘이나 민주당, 어느 정당이든 속해 있으면 국정은 실패한다. 정당에 묶여 있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당 대신 국민을 배경으로 안고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언젠가 윤석열은 당으로부터 배신을 당할 것이다‘라고 봤다.
당시 서울에서 내려왔던 중앙지 기자들 가운데 일부가 그런 나의 질문을 ’이제 취임했는데.....그래도 그건(탈당 이야기) 불문율 아니겠느냐‘고 눈을 쫑긋거렸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그들에게 “두고 보시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우리 언론이, 우리 국민들이,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떼어 놓았더라면, 국힘이라는 당 대신 국민이 뒤에서 백업을 해 줬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윤 대통령이 당 대신 국민을 선택했다면, 국민만 바라보고 국정을 하는 길을 선택했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금처럼 정쟁에만 몰두하며 상대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형편없는 의정활동을 했을까.
늦었다. 지금은 좀 많이 늦었다. 국민도 정당도, 언론도 돌아섰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또 이야기가 다르다. 설령 늦었더라도 이제라도 당을 버려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차라리 이런 정당(국민의힘)과 이야기가 안되면 민주당과 협의하라”라고 조언했지만, 그것도 방법은 아니다. 협의는 당연히 하되, 힘은 국민에게서 얻어야 한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은 국민앞에 더 진솔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런 모습을 일단은 선행해야 한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도, 여당인 국민의힘도 내려놓고 가시라. 그길이 국민으로부터 동정을 받고, 동정이 지지로 바뀌어 배경이, 힘이 돼줄 수 있는 유일한 길 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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