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토론의 꽃밭에 재 뿌리고 있다”

[밀착 인터뷰] 민주당 이석현 의원

손주영 기자 | 기사입력 2009/03/04 [12:47]
4선의 중진 이석현 의원(경기 안양시 동안구갑)은 미네르바 구속 사건과 관련, 정부·금융기관 환율 합동대책회의 사실 폭로, 용산 참사 관련 정부의 은폐·왜곡 의혹 제기와 국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진압의 부당성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등 돋보이는 의정활동을 펼쳐 주목을 끌었다.
 
오는 5월에 임기를 마치는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 의원은 민주당 내 뉴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정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보건복지 분야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 의원을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명견(明見)을 들어봤다.

―최근 정무위원회 발언을 통해 지적한 사항은 무엇인가.
▲지난 2월23일 국무총리실·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에서 금리를 내려도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고 한국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데도 돈이 돌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고 물었다.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국 등 외환당국이 지난해 12월26일 명동 뱅커스클럽에 7대 시중은행의 자금관리 부서 간부들을 모아놓고 외환매입을 자제해 줄 것을 직접 요청한 것에 대해 확인된 사실임을 입증했다. 당시 비공개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직접 들었다.
 
▲ 민주당 이석현 의원 © 브레이크뉴스
 
용산 덮은 청와대 발상 추악

―용산 철거민 참사와 관련해 제기한 사안은.
▲용산 참사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너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한 결과가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다. 검찰이 밝혀낸 것이라고는 화재가 나서 사람이 죽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검찰은 “철거 용역업자들은 현장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경찰과 철거 용역업자들 간의 무선 내용이 공개됐고,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살인마 강호순’ 사건으로 용산참사 덮으려 한 청와대 발상 추악
인터넷에 의견 올렸다고 구속시킨 사례 세계 어느 나라에 있나?

 
이명박 정권 누리꾼 탄압은 분서갱유 방불…표현의 자유 질식사
다음 아고라 광장에 한나라당 위촉 알바 투입…욕설 댓글 반복해

 

경찰 관계자가 안전 매트를 설치했다고 했고 소방차도 수십대 있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안전 매트리스는 없었고, 소방차도 두 대밖에 없었다.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불을 피해 건물에 매달려 있다가 맨 바닥에 떨어지는 희생자를 봤다. 추락 직후에도 그는 살아 있었지만 경찰은 그 앞을 지나가면서도 그냥 방치했다.

―청와대의 모 비서관이 용산 참사에 따른 비판여론을 덮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의 추악한 발상이다.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자 해임을 요구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메일을 보낸) 행정관이 사표를 냈으니 일단락됐다며 사건 종결을 주장하지만 그렇게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닌 엄중한 일이다.

김유정 의원이 중대한 폭로를 했고 <오마이뉴스>가 이를 뒷받침하는 청와대발 이메일을 확보해 보도했다. 청와대와 경찰청에 해당 행정관의 서버 접속기록을 통한 이메일 작성 목록 및 발송 기록 일체를 요구한 상태다. 청와대의 이메일 발송 시점이 2월3일 이전인 것으로 밝혀지면 언론을 통한 여론조작 실체가 사실로 입증되는 것이다.

(이메일에는) 용산 참사로 빚어진 경찰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긍정적 프레임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라고 했는데, 근본적으로 강호순 사건은 정부의 치안 부재에서 비롯된 일인데도 이를 긍정적 프레임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미네르바 처벌요건 ‘황당’

―검찰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朴)을 지난 1월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과 법원은 법 적용에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 영장 발부 요건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상으로 경제 전망 하는 글을 올린 미네르바 논객에 대해서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검찰과 법원의 조치는 국가 신인도를 저하시킨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인터넷에 자기 의견 올린 것 가지고 구속을 시킨 사례가 있겠나. 이건 아프리카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 말하는 '허위의 통신'이란 통신의 내용이 아니라 수신·발신처 등 통신의 형식을 거짓으로 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검찰이 아닌데도 검찰이라고 발신처를 거짓으로 밝히고 통신을 하는 행위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허위의 통신을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본 법적용 자체가 잘못됐으며 현행법상 미네르바를 처벌할 법은 없다.

―재판부의 미네르바 사실관계 무시를 지적했는데.
▲영장실질심사 당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사정변경이 있었는데도 법원이 이를 무시했다. 재판부는 청구사실이 발부 당시에 밝혀졌던 내용이거나 구속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기각했는데 이것은 사실과 크게 달라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10일 민주당에서 은행장 대책회의를 한 사실을 폭로했고 그날 저녁 언론에서 기획재정부 관리에게 사실 확인을 받아 보도가 나갔다. 그런데 영장심사 절차는 당일 낮 12시에 마쳤고 영장 발부시각은 오후 6시경이기 때문에 영장발부 이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것이며 영장심사 때는 변호인단도 대책회의 사실을 몰라서 주장을 못했다. 더구나 정부가 은행에 전화까지 했다는 추가 사실은 그 이튿날 내가 공지한 사실이다.

대책회의와 전화통화는 미네르바의 글이 허위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구속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내용이라 말할 수 없다.
 
미네르바 토론 외면은 잘못 인정

―지난 1월15일 초청받았던 mbc ‘100분 토론’에 한나라당이 미네르바 tv토론 주제로는 곤란하다며 참석하지 않아 결국 정치권 인사가 배제된 채 일반인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mbc에 따르면 ‘100분 토론’ 팀은 1월15일 밤 미네르바 구속 논란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소속 의원의 참석을 요청했으나 1월13일 저녁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한선교 홍보기획본부장을 통해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것에 토론하는 적절치 않다. 구속적부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참의사를 밝혀 민주당도 덩달아 토론참석이 무산됐다.

결국 토론회는 정치권을 배제한 일반인 중심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토론회에는 내가 민주당 대표로 나가기로 예정돼 있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에선 토론자를 mbc에 추천했는데 mbc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토론을 거부해서 못한다고 한나라당 홍보국에서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야 하고 미네르바 사건이 국민들 초미의 관심사인데 진실 규명을 해야 하지 않나. 못하게 막는 것은 간접적인 언론탄압이다. 지금 이 정권이 미네르바를 구속했고 유죄로 몰고 가는 것 아닌가. 그래 놓고 토론조차 안한 것은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시인한 것에 불과하다. 공당이 토론을 외면해 버리는 것은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토론의 꽃밭에 소똥 뿌려서야

―인터넷 토론방 아고라가 미디어 다음 메인 페이지에서 삭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모종의 압력을 넣었는지 '다음'의 토론장 '아고라'를 3월부터 메인 페이지에서 지워버리겠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일련의 누리꾼 탄압은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다름없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한 이후 완전히 인터넷 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질식사 시키고 있다.

여론의 단신인 아고라 광장에 지난 1월부터 한나라당이 위촉한 국민 소통위원회 알바들이 투입됐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면 입에도 못 담을 수많은 글을 반복적으로 올린다. 인터넷 토론 문화인 꽃밭에 소똥을 뿌렸다. 인터넷 토론문화를 불사르고 인터넷 논객들을 구속시켜선 안 된다. 만행을 중단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에서 사이버모욕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잘못된 정책이다. 국민 여론을 무시한 악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 1차 입법 전쟁에서 당원 모두가 한마음 한 몸으로 일치단결해 악법을 저지했듯이 이번 악법 상정에는 총력을 기울여 막을 것이다.

사이버 모욕죄는 우리 국민 네티즌들 입에 재갈 물리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과거 형법상 모욕죄는 친고죄다.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조사하는 건데, 사이버모욕죄는 친고죄가 아니고 반의사불벌죄로 돼 있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검찰이 잡아다 수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 비판하는 글을 사실상 차단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막겠다는 것이다.

미네르바를 구속한 이후 인터넷 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질식사 시키고 있다. 알바들이 정부비판 글만 올리면 욕설 댓글을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올리면서 토론 문화에 재를 뿌리고 있다. (아고라에 적힌 글의) 일부 아이피를 조사해 보니 그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위촉한 국민소통위원이었다.

이제는 몸이 부서질 각오로 싸워 이기는 수밖에 없다. 이번 싸움은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가 다 좋다. 선수와 연수를 불문하고 모두 함께하고 있다.
 
한미fta 보완대책 강구해야

―한미 fta비준안 처리 전망은.
▲우리 민주당은 한미fta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한미fta 비준안대로 발효될 가능성보다는 미국이 수정을 하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비준하는 것은 무리다. 동의안 비준을 하기 위해서는 보완대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의 보완대책들은 모두 2007년 발표된 것이다. 2008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이슈들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농축산업 부문의 미국산 쇠고기 문제, 식품산업 부문, 금융위기와 관련한 금융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특위를 구성해 심도 깊은 논의와 보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 등 만약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교부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현재 비준안대로 미국도 비준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한다면 비준안 처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령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 위원장으로서 향후 활동 방향은. ▲최근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로 변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특위 활동에는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 등도 2차례 정부 부처 관계자를 불러 업무보고를 받았다.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 사회로 도달할 것으로 보여,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데, 모든 분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어, 주변에 아직 연금을 못 받는 사람들이 많다. 단계적으로 지급대상 법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경로당에 대한 지원 확대, 일하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노인 일자리 확대에 힘쓸 방침이다.
손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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