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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왕국 무너져도 북한 붕괴 없다”

[진단]'한반도 전쟁과 평화' 장성민 “전쟁 일으킬 가능성 0.1% ↓”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9/02/10 [16:26]
북한이 1월3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함해 그동안 남북이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해 합의한 모든 사항을 무효화한다는 대남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준비를 하는 모습이 인공위성에 포착되는 등 한반도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강경 목소리를 못들은 척하고 수시로 북한의 자존심을 긁는 무신경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북한의 '통미봉남'(미국과는 대화하고 남한과의 관계는 끊는다) 전략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듯한 모양새이다.

한편으로 핵 문제 해소를 위한 6자회담은 꾸준한 성과를 내는 듯한 반면 김정일 사망설 등으로 대표되듯이 북한의 급격한 체제변화 가능성과 장기간 지속되어온 식량난·경제난은 '제2차 한국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이렇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미래전략가이자 북한전문가로 유명한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가 <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책을 내 주목된다.
 
<사건의내막>은 책 내용의 골자를 뽑아 장성민 대표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보았다.

장성민 “북한 쿠데타 발발 가능성, 미국만큼 낮아”

“북한군, 식량부족·성병 창궐로 재래식 전력 마비상태”

사건의내막(이하 내막)
: 요즘 북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장성민(이하 장) : 최근의 초강경 자세와 전쟁국면 조성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북한에서 전시작전권을 지휘하는 총참모부이다. 이전까지 북한 외부에서는 북한군부가 김정일 혹은 김정일 체제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는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 군부는 김정일이 외부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불만이 많다.

북한은 구조적으로 쿠데타 자체가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한반도는 지금 전쟁과 평화의 기로에 서 있다. 평화를 지켜내지 못하면 참혹한 전쟁의 혹한기를 맞아야 할지도 모를 불안한 운명을 맞고 있다.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어쩌면 아무도 예상을 하지 못한 전쟁의 국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김정일 체제를 연착륙 시키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수단으로 풀어내지 못하면 한반도는 또다시 지금의 평화 상태로부터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내막 : 사실 남북 대치상황이 60년 이상 이어지고 갖은 급변을 거쳐오면서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상황변화에 무감각해졌고, 전쟁의 참혹상에 대해 아는 사람도 이제는 별로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 그렇다. 정작 우리 국민들은 북한 핵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과연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무감각한 진공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막 : 실제 전쟁 발발 위험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 남한이나 서방권에서는 김정일이 군부만큼은 굶기지 않고 잘 먹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지만 전군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건 오늘날 북한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고 북한의 재래식 병력은 거의 마비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전에 금강산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을 때 온정리라는 마을에 새로운 원예재배단지를 구경하러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이 마을을 통제하고 있는 군인들과 사전조율이 잘 되지 않아 생긴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을 앞에 설치된 군 초소를 지나다 젊은 군인 둘과 마주쳤는데, 자신들은 상부로부터 출입허가지시를 못 받았다면서 진입을 막았다. 그래서 상부에 확인을 해보라고 했더니 그 군인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상관이 있는 본부초소로는 안 가려는 눈치였다.

결국 한 군인이 본부에 가서 확인하고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무려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나서 진입을 허가했다. 초소에서 본부로 전화 한 통이면 1분도 안 돼 확인할 수 있는 일을 전화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소한 자전거라도 있었더라면 확인시간이 크게 줄었을 텐데 초소에서 본부 막사까지 걸어서 갔다와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 이들은 이미 전쟁수행능력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북한군이 처한 상황은 이보다 훨씬 비극적이다. 북한의 군 고위간부들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병들을 가끔씩 풀어놓는다.
 
군 막사에 사병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며칠 휴가를 주면서 먹을거리는 군 막사 밖에서 각자 해결하고 정해진 일자까지 귀대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막사를 빠져나간 사병들은 민가든 공사판이나 막노동판이든 도로건설현장이든 밥을 먹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라붙어 일을 해주고 끼니를 해결한다.

북한군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영내에 성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군인들이 식량을 구하러 나왔다가 얻은 성병은 치료 자체가 쉽지 않고 그동안은 중국 쪽에서 약을 실어다가 치료를 했는데 그나마 최근에는 이것도 별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내막 : 그 정도 상황이면 김정일 체제가 무너지고 통일이 되는 것도 멀지 않은 것 아닌가.

: 김정일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김정일이 죽거나 김정일 체제가 붕괴되더라도 북한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흔히 어떤 나라를 이끌어 온 특정한 체제의 붕괴를 곧 그 나라의 붕괴인 것으로 간주하는 생각들을 하는데, 이것은 매우 큰 착각이다.

김정일이 죽으면 북한이 붕괴된다는 예측과 분석은 예전에 김일성이 죽으면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의 반복일 뿐이다. 과거 구 소련과 중국 그리고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확인되었듯이 국가가 붕괴되어 소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가가 붕괴된 사례들은 원래 종교와 인종이 다른 집단들을 무력으로 강제 합병해 하나의 국가로 통합·유지했던 구 소련 같은 연방국가와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체제 붕괴가 국가 붕괴로 이어지려면 체제에 저항할 수 있는 체제 반동세력이 있어야 하고, 구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반동의 질서가 형성되어서 일정 규모를 차지해야 하며 구 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반동질서의 리더가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반동질서 세력은 1∼2%도 존재하지 않고 집회·결사, 언론, 종교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반정부 세력의 결집기반 자체가 제로 상태이며 김정일 체제에 반대할 수 있는 세력을 조직하고 투쟁을 선동할 수 있는 지도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의 정권붕괴가 일어날 수 없는 이유 중에 또 한가지는 군사쿠데타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군 최고사령관이 국가의 최고지도자이고, 주변국가들이 북한 군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주변국의 지원을 받는 파벌이나 게릴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북한의 군대조직은 노동당 당원과 직위 중복이 많아서 군과 당 사이에 상호감시를 받는 상태로, 쿠데타 모의나 대규모 부대 이동이 쉽지 않으며 쿠데타 모의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기도 불가능하다.

더욱 간과할 수 없는 요인 하나는 북한군 내부에서 부대별 수준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경제난으로 북한군은 호위사령부, 국경경비대, 평양방어사령부 등은 '간부군'으로, 인민무력부 군사건설국이나 인민보안성의 인민경비대 등은 '서민군'으로 구별된다.
김정일을 호위하고 있는 충성부대와 일반 군부대간의 군 장비나 화력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쿠데타 주도군이 일반 군부대를 이끌고 나와 쿠데타를 일으켜 봐야 김정일 친위군대와의 교전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 체제는 선군정치의 10년으로 공고화된 체제이다. 세계에서 반정이나 쿠데타를 시도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낮은 나라를 둘 꼽으라면 아마 미국과 북한일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체제상으로 가장 민주화된 나라와 가장 독재화된 나라라는 점에서 양극단의 위치에 있지만 두 나라의 체제는 모두 군부의 쿠데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로 통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공산주의 독재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공산주의 독재국가는 정보국가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적 군부권위주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유형의 쿠데타를 도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식량난 때문에 붕괴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식량위기 때문에 나라가 붕괴된 경우는 거의 없다. 굶주림으로 움직일 힘조차 없는 주민들이 무기로 무장한 국가를 상대로 저항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필리핀이나 남미에서처럼 게릴라 반군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장기적인 반군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식량과 석유비축이 되어있어야 한다.

김정일 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북한의 붕괴가 벌어지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남북한간의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다. 그것도 북한이 남한을 선제공격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0.1%도 안 된다.

99.9%의 확률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서 남한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0.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미군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전쟁을 게시하는 것은 자폭행위나 다름없다.

2003년 미 국방부가 대북전쟁 상황에 대해 다각도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북한이 승리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온 일이 있었지만, 이는 주한미군 주둔을 장기화시키고 미국 국방비를 증강하기 위해 기획된 의도로 분석된다.

핵을 제외한 북한의 재래식 병기와 한국 병기의 성능차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만큼 크다.
 
성능 면에서 북한의 구식 철제무기는 컴퓨터칩을 탑재한 한국의 최신예 무기와 비교가 되지 않으며 이는 휴대전화와 수동식 전화기, 컴퓨터와 타자기의 차이에 비교된다.

내막 : 핵을 제외한…. 역시 핵무기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가 없다.

: 그렇다. 북한이 핵을 만들고 미사일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래식 병력과 무기만 가지고는 미군의 지원을 받는 남한 군대와 게임이 되지 않는 현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북한군은 지금 남한과 서방이 생각하듯 중무장으로 24시간 전쟁태세인 그런 군이 아니다.

외부의 시선에 잘 띄는 특수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군인들은 대부분 농사도 짓고 공장에 가서 일하면서 세끼 얻어먹고 부대에 복귀한다. 특히 남쪽이나 세계식량기구의 식량지원으로 민가에 식량배급이 있는 날이면 군인들은 자신도 배급을 받기 위해 민가로 내려온다.

핵무기는 병력규모를 확대하거나 하이테크 무기를 구축하는 것보다 소요비용이 훨씬 더 저렴하다.

북한은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11.6%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노동적령기 인구의 상당수가 군복무중이다. 북한이 핵개발에 나서게 된 데는 국방비 감축을 통해 체제붕괴를 막아보겠다는 동기도 있었던 것이다.

내막 : 6자회담에서는 핵무장 포기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나.

: 핵무기가 북한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크게 시사하는 일화가 있다. 최근 북한노동당 고위층 인사가 북한 내부의 핵심지도층을 상대로 강연한 내용인데, 이 인사는 강연에서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이 있고 난 다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이라크 전쟁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북조선이라고 말한다. 왜냐. 첫째 북조선이 미국 놈들의 강경에 초강경으로 맞선 것이 얼마나 정당했는가? 둘째 북조선이 잠시도 순간도 놓치지 않고 내부의 예비를 총동원해서 전쟁 억지력을 준비해 놓은 것이 얼마나 정당했나 보라. 미국놈들이 이라크는 때리지만 북조선은 감히 치지 못하는가?"

이 북한 관료의 발언은 이라크에는 군사공격을 가했어도 북한에는 그럴 수 없었던 게 핵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공격을 억지해 낸 힘이 핵무기였다는 뜻이다.

미국이 채택한 이른바 예방공격 노선은 결과적으로 김정일의 핵무기 보유욕구를 도리어 부추겼고, 북한이 핵개발에 더욱 전력투구하는 유인이 됐다. 2006년 10월 북한에서 실시한 핵실험은 이 모든 정황을 압축적으로 웅변한다.

내막 : 김정일이 끝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인가.

: 현재 북한 김정일에게 핵무기 보유는 체제 유지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고, 그에게 '핵 포기'란 '체제 유지의 포기'와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사실 체제보장과 경제·에너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미국에게 한반도와 오키나와 주둔군을 철수시키라는 주문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이 자국의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북한이 가장 확실한 체제 보장책으로 채택한 핵무기와 같은 수준에서 체제 안전의 물꼬를 터줄 외교적 대체제, 다시 말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일결타결 뿐이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좋든 싫든 북한이 수령체제이며 김정일은 기분파라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싶다. 남북문제를 더 이상 미국과 북한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한국이 주도권을 발휘할 개입 경로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국가의 연속성 측면에서 과거 남북한 정부가 합의한 6·15 선언과 10·4 선언 내용을 준수, 이행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우리 민족끼리라는 정책노선에 우선적으로 비중을 두겠다고 한 이상, 반주체적이고 사대주의적 통미봉남 외교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6·15 선언에서 이미 합의했던 남한 답방도 이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이명박-김정일 서울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하여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진전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그것이 분단과 전쟁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벗어나 한반도에 민주적 통일과 영구평화를 앞당기는 길이다.
주간 <사건의내막> 557호 취재/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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