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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양분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다.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그리고 어떤 지역과 다른 지역 이렇게 우리나라가 갈갈이 찢기고 갈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리고 그러한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아물게 하는가 하는 문제로 우리의 정치와 지성인들은 고민해 왔다.
용산의 철거민 사태에 대하여 우리들은 여러 관점으로 접근해 왔다. 우선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그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이 너무도 크다. 그리고 철거에 따르는 보상이 너무 작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화염병과 망루를 준비해 가면서 거칠게 저항했다는 것이 너무도 절실하다. 그리고 진압. 내가 알기로 테러 진압에 동원되는 특공대를 동원해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무차별적인 진압을 시도하였다는 것이 너무도 처절하다. 그리고 화재 이어진 죽음.
나는 이 장면에서 롯데의 초고층 빌딩을 떠 올렸다. 멀쩡한 지역에 126층 짜리 빌딩이 선다고 한다. 그동안 안된다, 안된다 하면서 건축허가가 허용되지 않았는데 돌연 =이 바뀌고 나서 그 높은 빌딩이 건축된다고 한다. 그것도 활주로를 변경해서 허가 한다고 한다. 국가의 기강이고 체통이고 그저 허가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서울시에서는 한강의 강변에 초고층빌딩을 세운다고 한다. 50층이 넘는 아파트가 빼곡이 들어찬 한강을 생각해 보라. 이제 한강은 시민의 강이 아니다. 그저 잘살고 잘먹는 자들이 높은 아파트에서 조망을 즐기는 그런 강이 될 것이다.
용산의 철거민에 대한 강제진압을 하면서 경찰과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것은 법과 원칙이었다. 엄동설한에는 절대로 강제로 철거하지 아니한다는 원칙, 테러에 준하는 사태가 아니면 특공대를 투입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이 없다. 그리고 롯데의 초고층빌딩에 대해서는 국방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군의 활주로를 변경해서라도 허가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르는 것인가?
법과 원칙도 좋다. 그리고 앞으로 공권력을 확립하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법과 원칙을 내세우기만 한다. 법과 원칙이라는 것은 올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사람들에 대하여 으름장을 놓고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이 법과 원칙은 아니다. 재벌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을 제압하고 있는그 존재에 대하여서는 활주로를 변경하면서까지 비굴한 것이 법과 원칙은 아니다.
나라의 존엄성을 살리기 위하여서는 가진 자들에 대하여서는 법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회의 그늘에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서는 한없는 애정과 관용으로 대해야 한다. 공권력을 우습게 볼 수 있다는 자격지심으로 힘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표독하게 진압하는 것은 법과 원칙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을 가진 자의 교만일 뿐이다.
진정으로 법과 원칙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믿음을 쌓아야 한다. 최소한 없는 것들에 대해서만 표독한 것은 아니라는 그 믿음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재벌에 대해선 비굴하면서도 밑바닥 서민에 대해서는 교만한 정권으로는 믿음을 쌓을 수 없다. 믿음이 없는 정권은 결국 저항을 받기 마련이다. inbong19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