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이름 팔아서‥여야 꼴불견 氣싸움

[기획취재] 고 최진실 후폭풍 '최진실법' 여야 공방 치열

이보배 기자 | 기사입력 2008/10/13 [23:16]
▲ 여배우 최진실 자살 후폭풍은 여의도 국감장에도 휘몰아쳤다. 이른바 '최진실법'으로 포장된 사이버 모욕죄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기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문방위 국감장 모습.     © 브레이크뉴스

‘악플근절’ vs ‘언론장악’ 여야 의견대립 ‘팽팽’
 
고 최진실 자살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한나라당은 최진실 자살 사건 직후 ‘사이버 모욕죄’ 이른바 ‘최진실법’을 만들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사이버명예훼손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를 할 수 있는 친고죄여서 수사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이버 모욕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고인을 앞세운 여당의 인터넷 장악 음모가 의심된다고 비꼬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고 최진실의 유족과 소속사측은 정식으로 실명 사용중지 요청을 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 들여 실명이 법령 명칭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정감사 기간 동안 ‘사이버 모욕죄’는 여야 간의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에 <주간현대>는 고 최진실 사망 이후 불거져 나온 ‘최진실법’ 여야 공방에 대해 취재했다.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한나라당은 지난 10월3일 고 최진실의 자살을 계기로 인터넷 악성댓글에 대한 폐해가 극명히 드러난 만큼 사이버 모욕죄 및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적극 추진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 ‘최진실법’ 신설 의지 밝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보통신망이용법을 개정하는 이른바 ‘최진실법’을 처리하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의지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사이버 모욕죄 및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피해는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진실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악성댓글을 결코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없고 사회 전반에 끼치는 자유에 불과하며 법률상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분명한 입장.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소속 진성호 의원 또한 “대한민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격 모독이나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다 앞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진실·정선희 케이스를 보면서 정말 ‘사이버 모욕죄’의 입법 필요성이 시급하고 절실함을 느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한나라당의 의지는 확고했다.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10월5일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 이번 정기국회에서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를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서도 최진실 자살사건을 인터넷 악플의 피해자라고 했다”면서 “인터넷 공간이 마치 화장실 담벼락처럼 추악한 공간으로 번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 최진실 사망 직후 한나라당 ‘최진실법’ 신설 강력 주장
민주당, 고인을 앞세운 정부 여당의 인터넷 언론장악 음모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민주국가에서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자유는 보장할 수 없고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또한 “인터넷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30만명 이상 회원의 인터넷 카페에 적용하던 기존의 ‘제한적 본인확인제’ 기준을 ‘10만명 이상’으로 낮추고, 사이버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지난 10월6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이냐 아니나, 욕설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현행법률에서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만 그것을 준용하고 인터넷에 맞게 처벌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최진실법이 만들어진다면, 지금처럼 말도 안 되는 악플이나 거짓말 블로그 카페 글들은 상당히 사라지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강도 높은 ‘최진실법’ 도입 주장이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의 ‘최진실법’ 신설 추진 발표 이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인터넷 테러와 모욕에 견뎌 왔다”면서 “지난 총선 때 악성 루머를 듣고 5층 사무실에서 물끄러미 땅을 내려다 본 적도 있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이어 사이버 모욕죄 추진을 반대하는 민주당을 향해 “왜 민주당 홈페이지는 실명제를 고수하느냐”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모든 글을 실명제로 올리는 민주당이 표현의 자유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비롯한 야당, ‘최진실법’ 반발
 
한나라당이 ‘최진실법’을 입법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고인을 ‘사이버 모욕죄’ 강행에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진실 자살 사건을 빌미로 인터넷 여론 통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지난 10월3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최진실법’ 입법 의지 소식을 전해들은 민주당 등 야당은 “고 최진실의 자살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 및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최씨의 자살을 빌미로 ‘반 촛불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인터넷 공간의 본질인 개방성과 자율성, 익명성을 훼손시키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고, 김유정 대변인은 “정부와 여당이 최진실 사건을 입맛에 맞게 왜곡하려 한다”고 논평했다.

10월4일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고인이 된 최씨를 팔아 사이버 모욕죄를 추진해 정권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인터넷 상의 삼청교육대법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 또한 “현재 관련법이 있는데 사이버 모욕죄를 또 도입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 10월5일에는 민주당 문방위 소속 8명의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진실법’ 입법 강행 방침에 대해 “인터넷 공간을 감시하고 네티즌을 통제하려는 시대 역행적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끊임없이 인터넷 공간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정부 여당이 강행하려는 인터넷 통제방안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 아래 악성댓글에 대한 규제라는 포장과 위선의 탈을 쓰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한 지난 10월6일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전 의원은 이날 방송을 통해 “최진실 사망사건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한쪽으로 경도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한나라당이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최진실 유족 실명 사용중지 요청, 법령 명칭 사용 안될 듯
국감 현장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부상, ‘사이버 모욕죄’에 주목


기존의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을 가지고도 규제와 통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친고죄를 폐지한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인터넷 상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과거 유신독재시대의 긴급조치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같은날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최진실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최진실법’은 고인의 죽음을 빌미로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사이버 국가보안법’일 뿐”이며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최진실 모욕법’”이라고 비난했다.
 
여야 ‘최진실법’ 공방, 국감에서 극명 대립
 
이처럼 여야의 의견대립이 극명한 가운데 지난 10월6일 18대 첫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이날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른바 ‘최진실법’ 입법을 놓고 어느 때 보다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며 ‘최진실법’ 도입을 적극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최진실법’을 놓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인터넷 언론 장악 음모”라고 맞섰다.

먼저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최진실 자살의 계기로 ‘악성 댓글’에 대한 추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정권 유지의 도구냐”면서 관련법 도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어 주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가 사이버 범죄를 신설한 적 있다”면서 “악플로 인해 사회적 자살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는 게 정부에 대한 반대여론에 재갈을 물리고, 침묵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에 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방송인 출신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 또한 “최씨의 희생을 계기로 사이버 모욕죄 등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만약 이전에 한나라당이 거론했을 때 절차가 추진됐다면 국민들이 사랑하는 배우가 희생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제한적 본인 확인제 개선방안 등을 분명히 해 제2의 최진실과 같은 희생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야당의 공격은 ‘최진실법’이라는 법안명부터 출발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최진실의 전 소속사 대표를 만났다. 최씨의 실명을 거혼한 법령 도입이 자녀와 가족, 동료 연예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최진실’이라는 고인의 실명이 사용되지 않도록 공식 요청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없애는 모욕죄를 다른 방식으로 처벌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최씨의 죽음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비롯한 ‘최진실법’이야말로 고인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민주당 전병헌 의원 또한 “사이버모욕죄는 인터넷상 계엄령이고 유신헌법과 다를 바 없다”며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대해선 해당 당사자가 모욕을 느껴서 해야지, 사법당국이 개입해서 마구잡이로 재단해서 잡아들이면 자유를 제약하고 끝없는 통제로 빠져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홈페이지에서도 실명제를 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그것은 민주당의 자율 규제일 뿐 국가에 의한 강제 규제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유인촌 장관은 “사이버 모욕죄에 고인의 실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청 하겠다”고 밝혔으나 “인격 살인이나 영향력이 크고, 지금의 법으로는 악플 등이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법 신설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한편 故안재환 자살 이후 침묵 지켜오던 정선희는 지난 13일 발행된 시사주간지 '시사인(18일자)'과의 인터뷰에서 "'최진실법'이 나올 때마다 유족 가슴이 찢어질 것"이라며 "나도 진실 언니 가족도 ‘최진실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녀는 "나는 악플에 너무 큰 고통을 받았고, 댓글이 의견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녀사냥의 도구이자 사형장이 되었지만,  나오지 말아야 할 싹이 나온다고 흙을 통째로 갈아엎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혀, 관련 법안의 제정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취재 / 이보배 기자  bobae383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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