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시를 읊은 이유...떠도는 자의 노래

평소에 좋은 시를 열심히 읽어두었다가 그때그때 기분에 맞게 시를 읊어

오태규 소설가 | 기사입력 2021/01/05 [11:39]

▲ 오태규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코로나에 한파까지 겹쳐서 옴나위없이 집안에 갇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번열증(煩熱症)이 끓어올라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시를 읊조리고 자적(自適)하면서, 그래도 맘대로 드나들 수 있었던 ‘시절’이 한없이 그리웠다.

 

연전에 100여 명의 시인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를 뽑아서 ‘명시선집’을 만들었다.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시를 읊었다. 제법 효과가 있었다. 시를 흥얼거리면서 웬만큼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말하자면 홀로 ‘맞춤형 시낭송’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려면 평소에 좋은 시를 열심히 읽어두었다가 그때그때 기분에 맞게 시를 읊어야 한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것만큼 화끈하지는 못하지만 꽤 격조 높은 ‘art-therapy’를 할 수가 있었다.

 

간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고 눈이 내리는 기척이었다. 일순 뼈에 사무치는 페이소스와 적막감이 밀려왔다. 한참 몸을 뒤척이면서 나는 김광균의 ‘설야(雪夜)’를 낭송했다.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자췬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중략)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을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라.“

 

겨울이 한창인데 나는 벌써 춘삼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춘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읊기 시작했다.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마지막 행을 읽을 때는 내 가슴속이 어느새 훈훈해졌다.

 

오늘은 주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얗게 눈이 덮인 인왕산이 확 눈 속으로 들어왔다. 급히 발코니로 나갔다. 미처 집안으로 피난하지 못한 꽃들이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아내는 꽃과 대화를 한다. 나도 이젠 꽃들의 비명과 신음소리는 들을 수 있다. 나는 어느새 안도현의 ‘꽃’을 낭송하고 있었다. ‘인고의 꽃’을 위로했다.

 

“바깥으로 뱉어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한 것,

이것은 바로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 올리듯이

 

(중략)

 

살아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아내는 성경공부를 하러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교회 88계단을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아, 88계단을 내려올 때 나는 왠지 자신이 내동댕이쳐진 채, 홀로 그 무엇을 찾아서 어디론가 동당동당 떠내려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정채모를 외로움과 조바심을 느꼈다. 살아온 세월이 허방을 밟은 것처럼 허망하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신경림의 ‘떠도는 자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을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를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막 5시를 지났는데 밤이 성큼 다가왔다. 긴 밤이 왜 이리 싫을까. 하릴없이 페북을 들여다보았다. 강민 시인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마음이 뿌듯해졌다. 저리 잘 지내고 계시는데 그의 근황을 접할 때마다 아슬아슬한 생각이 드는 것은 웬일일까. 그의 시 ‘노을녘’ 때문일까. 함께 거의 빠지지 않고 참가했던 그해 겨울 촛불시위가 문득 생각났다.(강민 시인도 연전에 세상을 뜨셨다) 그러자 뜻밖에도 황금찬 시인의 ‘촛불’이란 시가 떠올랐다. 그랬다. 나는 두 노 시인의 시를 낭송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이 보다 큰 호강이 어디 있겠는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요!

 

“노을녘

-강민 시인

 

그대 가리라한다

하늘 끝 여무는 그리움

나 모른다 하고

그대 가리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의 가파른 고개

어울져 소리치는 강물

그 너머엔

멈추어 한 몸 될 곳 있는가

그대 어디 가시려는가

오늘도 가리라 한다

가리라 한다.“

 

촛불

-황금찬 시인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중략)

 

한정된 시간을

불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잠깐, 황금찬 선생님(시인), 제가 그동안 선생님의 시를 쬐끔 깔보았던 것, 지하에서 잘 알고 계셨죠.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선생님의 ‘촛불’입니다. 선생님, 편히 쉬소서.

 

*아래는 위 기사를 구글 번역기로 번역한 영문 기사의 [전문]이다. [Below is the [full text] of an English article translated from the above article with Google Translate.]

 

The reason why I sang poems whenever my heart was depressed...Song of the drifter

I usually read good poems eagerly and then write poems to suit my mood.

-Oh Tae-gyu novelist

 

I was trapped inside the house because of the corona and cold wave. He is struggling with her fever several times a day. He recited poems and made himself selfless, but he nevertheless missed the “times” he was able to enter and leave at will.

 

In the previous year, I made a “Myeongshi Anthology” by selecting my favorite poems from over 100 poets. Whenever my heart was down, I sang poems. It was quite effective. I was able to soothe my mind while humming poetry. In other words, she is doing “customized poem recitation” by herself.

 

To do that, you have to read good poems eagerly and then write them to suit your mood. It wasn't as hot as drinking and singing, but I was able to do pretty high-class art-therapy.

 

The temperature dropped last night, and it was a sign of snow. Paesos and a sense of silence poured into the bones. While turning my body for a long time, I recited Kim Gwang-gyun's “Solya”.

 

“Because it’s good news from somewhere

Are you flying silently in the middle of the night?

 

A lantern thinning at the end of the eaves

White snow falls

 

My heart fills with high-yan breath

Light a lantern in the air of my heart

I’m alone in the deep night when I get down in the garden

The sound of a woman taking off her clothes

 

(syncopation)

 

Without a ray of light or scent

He wore a brilliant costume as Hoeul

The white snow falls and piles up

On top of my sorrow I will stand.”

 

Winter is in full swing, but I was already waiting for the spring and March. I began to recite Kim Chun-soo's "Snow Falls on Chagall's Village."

 

“In the village of Chagall, it snows in March.

On the temple of the man who stood hoping for spring

New veins

 

It trembles right.

To the temple of a man who trembles

Rubbing the new veins

Eyes have tens of thousands of wings

 

Coming down from the sky, the village of Chagall

Cover the roof and chimney.

When it snows in March

The winter fruits of the village of Chagall

The water turns olive again

At night,

The most beautiful fire of the year

I get sick of it.”

 

“At night, the Anaks set the most beautiful fire of the year in the furnace.” Reading the last line, my heart warmed up.

 

Today is Sunday. As soon as I opened my eyes in the morning, Inwangsan, covered with white snow, came into the snow. Hastily went out to the balcony. It was pitiful to see the flowers that could not escape into the house with their eyes on their heads. The wife talks with the flower. I can now hear the screams and moans of the flowers. I was reciting Ahn Do-Hyun’s “flower”. He comforted'The Flower of Ingo'.

 

“If you don’t spit it out, what’s painful

Because in the body

 

Flowers bloom

Honestly, the flower tree

Having to bloom flowers is painful

 

What i missed you,

This is a ugly wound that festers and rots if not popped right away.

This is what I send to you

Like pushing a flower stalk in the air

 

(syncopation)

 

Struggling all night to survive

Blood in the mouth,

When you can't and can't spit

The flower blooms.”

 

After the Sunday worship service, my wife went into the chapel to study the Bible, and I went down the 88 steps of the church and returned home. Alas, when I went down the 88 stairs, I felt like I was thrown out of myself for some reason, looking for something alone and floating somewhere in Dongdang-dong. Jeong Chae-mo felt lonely and impatient. It felt as if the years of my life had stepped in vain. Without knowing it, I humbled Shin Kyung-rim’s “Song of the Wandering One”.

 

“I think I left something at the remote post office.

It seems that someone abandoned someone at a simple station

 

So I got up and got on the train

I wander through the narrow alley where snow pours out

I snoop at the messy streets of trash

To find what you left behind

 

No, at the end of the world before coming to this world

I may have left something

 

Even if I go to the other world, I’m in this world again

You may be wandering around trying to find what you left behind.”

 

It has just passed 5 o'clock, and the night has come. Why do I hate long nights so much? I looked at Facebook without any difficulty. Poet Kang Min's writing caught my attention. My heart became proud. He's doing so well, but whenever I come into contact with his current situation, why is it that I have a breathtaking thought. Is it because of his poem, "The Sunset". I suddenly remembered the candlelight protests that winter that year, when we participated almost without falling out of it. (Poet Kang Min also passed away in the year before) Then unexpectedly, a poem called “candle” by the golden poet came to mind. I did. I ended the day by reciteing the poems of two old poets. Where could there be a bigger Hogang? Thank you, thank you!

 

“At sunset

-Poet Kang Min

 

Say you will go

Longing for the end of the sky

I don't know

Say you will go

 

spring Summer Fall Winter

Steep slopes of the four seasons

A screaming river

Beyond that

Stop, is there a place to be one body

Where are you going

I will go again today

I will go.”

 

Candlelight

-Golden Poet

 

Candlelight!

If you light the wick

From then on towards the end

It is to start.

 

Pushing out the darkness

That fragile resistance

Whose spirit has learned

a quiet sacrifice

 

(syncopation)

 

Limited time

Even if it burns

Without mourning

Enjoying the moment with flowers

The dancing candle.”

 

Wait, Mr. Kum-chan (poet), you know well from the basement that I've been scrutinizing your poems. I was wrong. Please forgive me. Today’s highlight is the teacher’s ‘candle’. Teacher, take a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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