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달라진 세상이 큰 선물로 다가온 스토리

하루하루 신나게 살아가며 날라다주는 작은 ‘긍정바이러스의 힘’

가재산 핸드폰책쓰기협회 회장 | 기사입력 2020/09/13 [20:17]

▲ 가재산 회장.    ©브레이크뉴스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에서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으로 돌려 자신은 물론이고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별난 분을 만났다.

 

그는 수 년 전 청주에 강의를 가서 만난 ‘글쿠나 선생’이다. 사회자가 내가 강의를 하기 전에 시낭송을 먼저 한다고 소개한 뒤 시낭송이 시작 되었다. 올해 진갑의 나이가 지났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과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명함에 적혀있는 그의 닉네임이 '글쿠나 선생'이었다. ‘글쿠나’라는 말은 ‘그렇구나'의 줄임말인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긍정의 의미로 충청도 지방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짧은 만남이었기에 강의를 마치고 서울에 올 일이 있으면 꼭 한번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내 명함을 건네주었다.

 

두 달쯤 지났을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연락을 주었다. 사무실 인근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두 사람이 거나하게 취했다. 단 두 번째의 만남인데 어느덧 형님 아우가 되어버렸고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같이 털어 놓게 되었다. 자신의 치부는 숨기는 게 일반적인데 그는 누에가 허물을 벗듯이 자기가 살아온 세상사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살아가겠다는 의미로 그런 닉네임을 쓰고 있습니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한때 지독하게 꼬였던 자신의 드라마 같은 인생사를 들려주었다. 그는 고시에 합격해서 고용노동부에서 고위직까지 올라가면서 30년간 국가공무원으로 일을 했다. 그런데 청주에서 큰 음식점을 경영하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으로서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었다. 내심으로는 100세 고령화 시대가 오고 있으니 미리 세상에 나와 인생 2모작에 도전하기 위해 정년 10년을 남겨놓고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공직에 사표를 던졌다.

 

몰려드는 공시족에서 보듯이 공무원은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이요, 그것도 고급공무원의 자리를 쉽게 버리고 선택한 그의 무모하다 싶은 용기는 주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아무 경험도 없이 의욕만 앞선 그의 제2모작 인생은 시작부터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하는 일마다 헝크러진 실타래처럼 꼬여갔다. 가족 간의 갈등, 특히 한식당이지만 밤늦게까지 술도 팔아야하는 관계로 부인과의 불화로 심각한 조울증까지 생겼다. 결국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쓰라림도 겪었다. 2모작은 고사하고 채 몇 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큰 상처가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고 나니 병이 나은 게 아니라 도리어 가족은 물론 세상에 대한 극한 분노와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집안도 파탄이 나버리면서 술과 담배로 나날을 보냈고 제대로 식사조차 못하다보니 점차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늘에서 섬광이 내려오듯 ‘그렇구나!’, ‘글쿠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먼저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니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완전 달라진 세상이 큰 선물로 다가왔다. 그 결과 진갑도 지난 나이다보니 일에서 은퇴할 나이지만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2모작을 기억에서 지운 뒤 이제부터가 인생의 르네상스라고 생각하고 전혀 다른 긍정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이를 실행하고자 청주에서 후배들과 공인노무사 활동을 재개했고, 2014년 봄에는 시인에 등단했다. 이제부터는 남을 돕는다는 봉사의 취지로 새로운 일 두 가지를 추가하여 인생 3모작을 시작했다. 그 첫째가 100세 시대를 맞아 4050 중년세대들이 인생 후반을 성공적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강연과 저술을 통해 코칭하는 일이고, 두 번째는 여러 시중에서 우리들 마음을 토닥여 주는 종류의 시낭송을 통해 고단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었다. 그의 시낭송은 청주에서 그치지 않고 전국구로 뛰는 일도 많아졌다.

 

지난달 새로 써 보았다는데 아직은 습작수준이라며 부끄러운 얼굴을 하면서 시가 써 있는 종이 한 장을 호주머니에서 꺼내놓았다. 던지는 메시지가 울림이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분노와 미움과 갈등으로 가득한 삶의 연속에

오늘도 이해하고 공감하고 긍정하려 애를 씁니다.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글쿠나 글쿠나! 하면서

주문 외듯 글쿠나 하는 독백에

내 마음이 어느새 평화로워집니다.

마음에 평화를 얻으니

모두가 사랑이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하루하루가 금싸라기입니다.

 

요즘 세상이 점점 팍팍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해관계는 실타래처럼 엉클어지고 갈등이 증폭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고단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코로나는 육체만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마음도 공격한다.

 

팬데믹 이후 코로나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가족 간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갈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남들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거울은 내가 먼저 웃어야 웃어 준다고 했던가.

 

이럴 때 일수록 ‘아하, 그렇지!’라는 말 한마디의 효과는 만병통치약이요 자신을 변화시켜 세상을 바꿔나가는 대단한 역할을 해냈다. 그래서 하루하루 신나게 살아가며 날라다주는 작은 ‘긍정바이러스의 힘’은 그날따라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 후 2년쯤 지났을까 청주에 강의를 하러간 김에 연락을 했더니 만사제치고 호텔로 달려왔다. 저녁도 할 겸 꼼장어 집에 들려 소주를 두 병 시켰다. 그런데 평소 술을 마다하지 않던 그는 술잔을 역도하듯이 들었다 놨다만 하고 비우질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쯤 섭섭하다는 말투로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형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지난달 새장가를 갔거든요! 한 달간 금주하기로 약속을 해서요...”

집으로 황급히 향하는 그의 총총 발걸음은 평소보다 재빨라 보였다. book365@daum.net

 

*필자/가재산

핸드폰책쓰기협회 회장/ 한류경영연구원 원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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