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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교활한 '힘의 제국'으로 가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특권국가' '인종차별 국가' '패권국가'로 바뀌고 있어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 기사입력 2020/06/04 [10:06]

▲ 권기식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이 있다. 이문열 작가가 1987년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게재했고, 그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자유당 정권 막바지 지방의 한 소도시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권력의 형성과 붕괴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중편소설인데, 권력의 본질을 잘 꿰뚫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교활한 능력으로 힘의 제국을 만들어 학급을 휘어잡은 '엄석대'라는 인물이다.

 

필자는 요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교활한 독재자 엄석대'가 떠오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지금 그의 독단적 리더십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이 되고 있다. 그의 입과 그의 트윗은 논란과 분열, 갈등의 기폭장치가 되었다. 그는 통합 보다는 분열, 협력 보다는 갈등을 조장하는 메시지를 매일매일 쏟아내면서 국제사회를 혼란속으로 내몰고 있다.

 

1776년 7월 4일 독립 당시 미국은 '천부인권'에 기반한 건국철학을 정치시스템에 적용시킨 최초의 국가였고, 아메리칸 드림으로 상징되는 '이민자 국가'였다.

 

그런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특권국가' '인종차별 국가' '패권국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건국정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종차별 반대시위와 관련해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화법과 너무나 닮았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안에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사가 아직은 남아있는 것 같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군 동원 경고 발언'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밝혔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면서 트럼프는 스타일을 구겼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군 동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충성파' 라인으로 분류돼온 에스퍼 장관 조차 반기를 들 정도로 트럼프는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트럼프는 군 출신이 아니지만 어릴 때 군사 기숙학교에서 공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승패와 질서에 대한 그의 잘못된 인식은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의 '군 동원 운운' 발언은 이같은 그의 유년시절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종차별 시위의 해법에 대해 민주적 접근 대신 군사적 진압방식을 택하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그의 인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10만명이 넘는 사망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도그마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는 중국 책임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하수인"이라는 왜곡된 논리로 상황을 오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는 이뤄지지 않고, 미중간 방역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와 그 가족들이 입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도움을 받고, WHO와 적극적인 협력을 했다면 코로나19 사태는 조기에 진정됐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트럼프의 '좌충우돌 리더십'이 미국인들에게 재앙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반중국 국제연대를 구축하고 중국과 신냉전 구도를 만들어 대선 승리를 하려는 그의 구상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독재자들은 흔히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외부의 적을 만들어 이를 해결하려는 유혹에 넘어가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트럼프도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면 교활한 독재자 엄석대가 만든 '교실 독재'는 그를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담임의 출현으로 무너지고 만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와 일본 시즈오카현립대, 중국 칭화대에서 동북아시아 국제관계를 연구하고 강의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남양주시 국제협력 특별고문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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