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중정사무실-고문실' 고문박물관 만들었으면...

후세대에 교훈을 전해주는 것 또한 광의(廣義)의 적폐청산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9/12/13 [11:40]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박정희 독재정권(1961-1979년)을 지탱해온 중앙정보부 등의 탈법-악행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는 미진하다.

 

중앙정보부는 1961년 6월 10일 법률 제619호 '중앙정보부법'에 의해 국가재건최고회의 직속으로 발족된 정보·수사기관. '중정(中情)'이란 약칭으로 불리었다. 중앙정보부법은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국내외 정보사항 및 범죄수사와 군을 포함한 정부 각 부서의 정보·수사활동을 감독”과 “국가의 타 기관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이 부여돼 있었다. 중앙정보부는 대통령 직속의 최고 권력기구였다. 현역군인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비상계엄 상태에서도 군부가 모든 분야에 실질적인 통치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이기도 했다. 

 

▲ 남산  옛 중정 건물.  ©브레이크뉴스

 

중정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김종필 중령이 창립했다. 특무부대 요원 3천 명이 편입됐다. 1964년에는 이 조직 종사자가 37만 명에 이르렀다. ▲대공업무 및 내란죄·외환죄·반란죄·이적죄 등의 범죄수사·정보업무 담당 ▲반정부 세력에 대한 광범한 감시·통제·적발 ▲정부시책 홍보 ▲정부에 유리한 여론조성 등의 임무를 맡았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촉수였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1979년 10.26 박정희 암살 사건 이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국가안전기획부(약칭=안기부'로 개칭됐다.

 

박정희 정권 시절, 남산의 중앙정부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정계-재계-사회인사들이 많다. 남산 중앙정보부 건물의 가까운 곳에는 고문 건물이 따로 있었다.

 

중정에 끌려가 고문받던 중 사망한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서울대 최종길 교수 사망 사건이다. 1973년 10월 19일에 일어난, 고문 받으며 사망한 사건. 최 교수는 1973년 10월 16일 유럽 간첩단 사건의 참고인으로 중앙정보부에 자진해서 갔다. 그러나 3일 뒤인 10월 19일, 중정은 “최 교수가 유럽 간첩단 소속 간첩인걸 고백하고 중정 본부 7층에서 투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유가족-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스승인 게르하르트 케겔 교수-친구 제롬 코헨 교수 등은 최 교수가 고문으로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그후 시인 신경림도 중정에 끌려갔는데, 이때 중정 요원이 신경림 시인에게 ”야 이새끼야, 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기가 최종길 교수가 떨어져 죽은 데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 남산 중정의 옛 고문전용 건물.    ©브레이크뉴스

 

▲ 중정에서 고문 중 사망한 고 최종길 교수.  ©브레이크뉴스

최 교수 유족들은 국가권력의 고문과 가혹행위로 최 교수가 사망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승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국가권력이 나서서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고문 피해자를 오히려 국가에 대한 범죄자로 만든 사건에서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최 교수 유족에게 18억 6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중정의 최 교수 고문 치사가 인정된 것.

 

필자는 지난 12월8일, 서울시 남산에 있는 박정희 독재시절의 중정 건물들을 찾아가 봤다. 중앙정보부 남산 사무실과 그 근처의 고문건물-고문실(拷問室).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정치공작을 하던 사무실이다. 반정부 민주인사들을 데려다 잔인하게 고문하던 장소였다.

 

필자는 '비록 중앙정보부(전3권)'의 저자이다. 한국정부의 치외법권 국가인 미국의 뉴욕 맨해튼에서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집필했던 책이다. 당시 중정출신인 방준모 감찰실장 등의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중정의 다양한 공작(工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옛 중앙정보부의 남산 사무실과 고문실은 서울시로 이관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문건물을 둘러보면서 "다시는 독재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귀감-교훈을 위해 고문기구 등을 전시하는 역사박물관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봤다. 남산 계곡은 한때, 긴 기간, 슬픈 곡소리, 고문에 견디지 못하고 외쳤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고통의 계곡-아픔의 현장이었다. 고문기구나 고문 받던 민주인사들의 고문 자료들을 한데 모아 옛 중정 사무실에 전시, 고문박물관으로 만들어 보존했으면 한다. 후세대에 교훈을 전해주는 것 또한 광의(廣義)의 적폐청산이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비록 중앙정보부(전3권)'의 저자.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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