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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비전

한반도 분단을 해체할 역사의 또 다른 새벽은 정녕 오는 것인가?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9/12/05 [11:17]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달리는 문재인(왼쪽)-김정은(오른쪽) 남북 최고 정치가.  ©청와대

 

한반도 근-현대사는 질곡(桎梏)의 연속이었다. 이씨조선의 멸망, 일제 36년 식민치하, 국제사회 합류된 민족내전(6.25), 전쟁 이후의 극심했던 가난,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등의 험난함과 마주했다. 그 때마다 절망적이었지만 끝내 극복하는 능절(凌絶=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고 동시에 시대적인 한계도 뛰어 넘는 선지자들의 정신세계를 비유할 때에 쓰는 한자어)이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이었지만 항상 새벽이 있었다. 일제 침탈기, 수많은 인명이 남의나라 전장(戰場)에 끌려가 사망했다. 그 뿐 아니라 온 국토가 수탈을 강요당했다, 그렇지만 끝내 이겨냈다. 역사의 새벽, 해방이 다가온 것이다.

 

6.25, 3년 전쟁에서 350만여 명에 달하는 인명의 피해가 있었다. 이 전쟁은 민족 내전으로 시작, 국제전으로 치러짐으로써 참전 국가들 젊은이들도 피를 흘린 잔혹한 전쟁이었다. 종전. 그 때도 역사의 새벽이 열렸다. 종전 이후, 피폐함, 가난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나라를 부흥시켰다.

 

깨어있었던 우리의 민중-시민은 지독했던 25년 6개월이라는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도 걷어냈다. 역사의 새벽을 만들어냈던 것. 그리하여 남한의 경우,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건설했다. 매 위기 때마다 위기를 극복하는 ‘능절(凌絶)의 과정(過程)’을 거쳤던 것이다. 위기를 극복, 새벽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제 한민족 분단역사를 해체할 또 다른 역사의 새벽은 정녕 다가올 것인가? 외세가 쳐놓은 민족의 분단선, 38선이 과연 극복될 수 있는 것인가? 가슴 설레는 역사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역사학자 심백강 박사가 쓴 능절(凌絶).     ©브레이크뉴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예시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함석헌은 38선에 대해 “6.25 전쟁은 38선 때문인데, 38선이란 무엇인가? 대체 그것을 만든 것은 누구인가? 루스벨트와 스탈린인가? 아니다. 그러면 우연이게. 38선이 생기는 데는 역사적 필연이 있다. 38선이란 다른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 절반이라는 말인데, 두 놈이 다 우리나라를 차지하고 싶었는데, 서로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절반을 자른 것이다. 두 놈이 다 안중에 우리나라가 없었다. 자기네 나라 이익뿐이지. 정말 세계평화를 위하고, 정말 우리를 해방시키고 싶었다면 그렇게는 안 했을 것”이라면서 “두 나라는 왜 우리나라를 차지하고 싶었나?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전략적 위치가 그렇기 때문이다. 우리를 2천 년 수난의 민족으로 만든 이 위치가 또 우리를 6.25의 환난 속으로 이끌었다. 이 위치는 호령의 사령탑이라고 이미 말하지 않았나? 이 나라를 얻는 자는 동양을 얻는 것이요, 동양을 얻으면 세계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함석헌은 이 책에서 “잘하였든지 못하였든지, 책임이 내 편에 많았든지 저편에 많았든지 그것은 상관할 것 없이 한국역사로 되어진 것은 한국인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종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오늘의 한민족에게 부닥쳐 있는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김정은 남북의 최고 정치지도자는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새로운 새벽을 열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고 전제하고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함축했다.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선언함으로써 ‘종전협정의 파기’를 예상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15일, 충남천안 독립기념관서 열렸던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의 연설에서 “IMF는 한국이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며 2024년경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천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다.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2050년경 국민소득 7~8만 불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평화와 통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남과 북의 기업들에도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린다. 남북 모두 막대한 국방비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의 해답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광복의 그 날처럼 우리 민족의 마음에 싹틀 희망과 열정이 중요하다. 희망과 열정보다 더 큰 경제성장의 동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석헌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통해 “역사는 생명의 파동으로 되는 음악”이라면서 “한국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곡조 중에서 한국이라는 악기는 어떤 음색을 가지고 어떤 소리를 어떻게 내고 있는가를 아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생명이란 곧 우주적인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마음에 싹틀 희망과 열정이 중요하다. 희망과 열정보다 더 큰 경제성장의 동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비전이다.

 

찬바람이 몰아쳐오는 연말. 한반도의 매서웠던 역사적인 찬바람을 생각한다. 한반도의 차가운 질곡, 분단을 해체할 역사의 또 다른 새벽은 정녕 오고 있는 것인가? 능절(凌絶)할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인가?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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