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황교안, 전두환 정권 검사시절에 단식했다면 영웅이 되었을텐데...

1983년 김영삼 목숨 건 23일 단식과 2019년 황교안의 단식 비교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9/11/20 [14:54]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월 2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 돌입해 자리에 앉아 있다.  황 대표는 이후  단식장소를 국회로 옮겼다.   ©뉴시스

 

매사에는 긴요(緊要)한 때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도 유력 정치인들의 단식(斷食)이 민주화 추진의 돌파구(突破口)이자 동력(동력)이었던 때가 있었다.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新軍府)는 많은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규제하고 강제은퇴 시켰다. 부산출신 민주투사 김영삼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전두환 군부에 의해 강제은퇴 당한 김영삼(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이 되는 1983년 5월 18일 단식투쟁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에서 전두환 정부에게 ‘민주화 5개항’을 요구했다. 요구사항은 “▲언론통제의 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들의 복직 ▲정치활동규제 해제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개헌” 등이다.


그의 단식 총 기간은 23일. 1983년 6월9일, 단식중단이 선언됐다. 그는 단식중단의 말에서 “국민 여러분, 나는 부끄럽게 살기 위해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앉아서 죽기보다 서서 싸우다 죽기 위해 단식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나의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을 알렸을 뿐입니다.”라고, 비장한 발언을 했다.


그의 단식 기간에 여러 가지 정치현상들이 일어났다. 당시 호남출신 민주투사였던 김대중은 미 워싱턴에 망명 중이었다. 그해 6월 4일, 김대중은 부인 이희호와 함께 워싱턴 백악관 앞 시위에 참가 ‘김영삼 씨를 구출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투쟁했다. 다급해진 신군부 정부의 여당인 민정당 권익현 사무총장이 5월27일 단식 중인 YS를 찾아갔다. 이때의 회유 내용이 외부에 알려졌다.


“-권익현=대통령 각하(전두환)께서는 김영삼 총재님이 단식을 끝내고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건강이 회복되신다면 그 다음 일본이나 유럽, 아니면 미국이라도 원하시는 어디든 가셔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가족과 동반하여 가셔도 좋고 외국에서의 주택 제공은 물론 생활비도 일체 지원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김영삼=씰데 없는 소리, 우리 국민이 고생하고 있는데 내가 외국에 나갈 수가 있겠소? 나에 대한 연금 해제가 문제가 아니오. 내가 요구한 민주화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이 정권도 이승만, 박정희를 따라 결국 비참하게 될 것이란 말이요. 권 총장은 이 말을 대통령에게 꼭 전해주시오.“


33명의 전 현직 국회의원들 동조단식, 상도동계의 동조단식이 이어지기도 했다. 만약, 김영삼이 단식을 하다가 사망한다면, 전두환 정부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영삼의 단식투쟁 선언에 대해 한 언론인은 “김영삼의 단식투쟁은 전두환의 워커 발에 무참히 짓밟힌 민주화의 열망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라고 썼다.


자유한국당의 발표에 따르면, 황교안 당 대표가 정부의 국정운영에 항의하며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단식 투쟁을 시작 했다. 황 대표는 “20일 오후 2시부터 청와대 분수 앞(황 대표는 이후  단식장소를 국회로 옮겼다)에서 정치개혁·사법개혁안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을 여권이 강행 처리하려는 기류에 항의하는 차원의 단식 투쟁”에 돌입한 것. 황 대표는 단식투쟁에 임하면서 정부에게 ▲경제, 외교·안보 위기 등 문재인 정권의 국정 실패 바로잡을 것 ▲오는 22일 종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수용할 것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비롯 국정 대전환을 이룰 것 등을 촉구했다.

 

김영삼의 단식과 황교안의 단식을 상호 비교하면, 지향점(指向點)이 현저하게 다르다. 김영삼의 단식은 군부독재 타도를 위한 저항(抵抗)이 목적이었다. 그의 목숨을 건 23일에 걸친 단식에는 정의(正義)가 도도히 흘렀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황교안의 단식목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실패 바로잡기와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여권 강행 처리를 항의하는 차원이라고 한다.국회가 아닌 장외투쟁(場外鬪爭)이 시대정신이 될 수도 없다. 그뿐 아니라 며칠이나 지속할지? 의문이다.

 

황교안 당대표는 이날 단식 투쟁을 시작하며 드리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저는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무너지는 민생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겠습니다”면서 “곧 다가올 겨울의 삭풍을 생각하며 저는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영원한 겨울로 들어가 더 이상 어떤 꽃도, 어떤 나무도 자라지 않는 대한민국, 그리하여 웃음도 희망도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의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2년 반 전 국민의 많은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탄식과 분노가 문재인 정권을 뒤덮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야기합니다. 지소미아가 내 생활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공수처법과 선거법은 여의도 국회 담장 안 힘있는 자, 권력을 가진 자들의 아귀다툼일 뿐 내 생활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저는 단식의 시작에 앞서 이런 의문을 가지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먼저 간곡한 호소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소미아는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지소미아 폐기라는 안보 갈등으로 뒤바꾼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미국까지 가세한 더 큰 안보전쟁, 더 큰 경제전쟁의 불구덩이로 대한민국을 밀어넣었습니다. 일본과 미국이 가세한 경제‧안보 지각변동은 대한민국 일터와 기업, 해외투자자들을 요동치게 할 것입니다. 그 충격은 우리 가정의 현관문을 열고, 우리 안방까지 들어올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국민 개개인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고 피력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한 줌의 세력만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국민을 편 가르고, 분열을 조장해 왔습니다. 자신들이 20대 언저리에 꿈꾸었던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국가, 사회 건설을 향해 지금 이순간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행정부를 장악했고, 사법부를 장악했고, 이제 남은 마지막 퍼즐이 바로 공수처법입니다. 공수처법은 힘있는 자, 고위직을 법에 따라 벌주자는 선의의 법이 결코 아닙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자, 문재인 정권의 안보정책에 반대하는 자, 그리하여 자기 직을 걸고라도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을 탈탈 털어 결국 감옥에 넣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 문재인 시대의 반대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반대자들은 모조리 사법정의라는 이름으로 처단하겠다는 법이 바로 공수처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좌파 독재법’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결코 자유한국당의 유불리에 관한 문제가 아닙니다”고 설명하면서 “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이 말도 안되는 선거법을 막으려 하는 것은 내년 선거 몇 석을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국민의 표를 도둑질해서 문재인 시대, 혹은 문재인 시대보다 더 못한 시대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의 이합집산법이며, ‘자신들 밥그릇 늘리기 법’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제 귀에는 국민들 삶 속에서의 생생한 비명들이 들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과 그에 야합한 세력들의 연합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개헌선까지 넘어서는 것을  어떻게 양심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두고볼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 2년 반도 이토록 고통의 절규를 한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와 똑같은 세상을 25년, 50년, 100년을 더 살라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목숨을 걸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정치인 제1의 사명은 국민들께서 정치를 전혀 신경쓰시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죄송하고 또 염치없는 부탁의 말씀을 드려야만 합니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국민들의 무관심입니다. 내 일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일일 뿐이다, 광화문 광장 사람들의 일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기를 저들은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소미아 파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패스트트랙 처리는 우리 삶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일이자 바로 우리 모두의 오늘의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일입니다”고 역설했다.

이 호소문의 말미에서는 “나의 일, 우리 아이의 일,  나의 미래, 우리 아이의 미래의 일로 이 문제들을 생각하고 바라봐 주십시오.  저 황교안의 오늘의 단식이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절실한 단식이라는 점을 헤아려 주십시오. 그동안 국회에서의 싸움은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야당이 기댈 곳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이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대통령께서 자신과 한 줌 정치세력의 운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 앞으로 이어질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저는 단식으로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단식을 시작하며 저를 내려놓습니다. 모든 것을 비우겠습니다. 국민의 명령인 자유한국당의 혁신,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혁신이 멈추는 순간 당의 운명도 멈춘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혁신에 임하겠습니다.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습니다.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께 호소합니다. 문재인 정권의 망국(亡國) 정치를 분쇄하려면 반드시 대통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통합 외에는 어떤 대안도, 어떤 우회로도 없습니다. 자유민주세력의 대승적 승리를 위해 각자의 소아를 버릴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저는 이제 무기한 단식을 통해  소아의 마지막 자취까지 버리려고 합니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구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치겠습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황교안 대표가 오늘 오후부터 돌연 단식에 들어간다고 한다. ‘국정실패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한다. 황 대표의 남루한 명분에 동의해줄 국민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고 민생 내팽개치고 민폐단식하겠다는 황교안, 더 이상 국민들 한숨짓게 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알렸다.

 

황교안은 전두환 군사 쿠데타 정권 시절, 정권지탱 부서라 할 수 있는 검찰청의 공안검사로 있었다. 황교안, 그는 그 당시 체제에 순응했다. 황교안 그는 군부체제에 순응했던 인물이다.  만약, 그가 그 때 반정부 단식투쟁을 했다면, 아마 그는 오늘날 영웅의 자리에 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늘날, 문재인 정권 하의 보수지향을 목적으로 하는 단식은 그를 그런 위치로까지 올려놓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황 대표는 광화문 집회-단식투쟁 등으로 정치이슈를 선점, 한국 정치를 이끌고 가는 동력을 제공하는 긍정(肯定)부분도 지니고 있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