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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위기: 지소미아 종료와 주한미군 철수

66년의 한미동맹사(史)에서 가장 큰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장성민 전 의원 | 기사입력 2019/11/14 [16:09]

 

▲ 장성민 전 의원.     ©브레이크뉴스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 66년의 한미동맹사()에서 가장 큰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작금의 한미동맹이 직면한 위기 요인은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코드 불일치에 있다. 두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 안보의 가치보다는 미국의 이익, 경제적 손익계산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을 생각한다.

 

반면, 문 대통령은 철저히 민족과 이념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두 지도자의 생각에 안보라는 한미동맹의 본원적 가치는 사라지고 있다.

 

두 번째,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 외교안보의 문제를 철저히 자신들의 국내정치적 선거용으로 활용하는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동맹은 한미 양국 지도자들의 국내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희생물이자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그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세 번째, 동북아의 군사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주변 국가들은 한미동맹의 붕괴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런 방향에 맞춰서 외교, 군사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미군 철수를 국가 대전략으로 삼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 역시 한반도, 동북아시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부터 미군을 퇴각시키는 미국 밀어내기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응해서 미국은 버티기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부동항(不凍港)이 없어 유라시아 대륙에 갇혀 있는 러시아는 대륙으로부터 빠져나와 태평양 진출을 꾀하기 위한 남진(南進)정책으로 한반도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일본은 차라리 한국이 대륙세력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면 미·일 동맹을 강화시켜 새로운 대륙진출의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대전략을 구상 중에 있다. 일본의 이런 한반도 전략의 일단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바로 아베 수상의 외교 책사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의 방북이다. 그는 지난해 최소한 3차례 이상 방북하여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전략실장을 비밀리에 만나 아베의 방북을 비롯한 북·일 관계 정상화를 타진해왔다. 놀라운 사실이다.

 

네 번째, 여기서 더 나아가 북··러 북방 삼각안보체제는 한··일 남방 삼각안보체제를 와해시켜 한반도와 동북아로부터 미국을 퇴각시키기 위한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연합전략이 한··일 삼각안보체제로부터 한국을 떼어 내는 한국 이탈전략이다. 현재 이 전략은 동맹보다는 동족을, 외세보다는 자주를, 해양세력 미·일보다는 대륙세력 중·러에 이념적 친화성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할 수 없는 호기를 맞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한··일 삼각안보협력체제는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이런 상황의 촉매 역할자는 바로 문 대통령이며 그의 안보 탈선으로 인해 한··일 삼각안보체제의 핵심축(linchpin)인 한국이 이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한미동맹까지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 위기 요인들은 최근들어 한미동맹과 한··일 삼각안보체제의 근간을 더욱 심각하게 뒤흔들고 있다. 한미동맹의 위기 원인은 한··3국이 안고 있는 이슈와 이해관계가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그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일본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강제징용자에 대한 보상문제는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한·일 두 동맹국들의 불화에 대해서는 불간섭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가급적 한·일 갈등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그 최대의 피해국은 미국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미일 삼각안보체제가 헝클어질 경우 대()중국 봉쇄전략의 축대가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 점을 몹시 곤혹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오는 230시를 기해 종료되는 ·일 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 지소미아) 시한을 앞두고 움직임이 무척 빨라졌다.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미국 정부 요인들이 대대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등을 포함한 미 국방부 고위인사들이 총출동한다. 그리고 15일에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에스퍼 국방장관이 면담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주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 등 미 국무부 핵심 인사 4명이 떼거리로 방한한 것까지 보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의 고위인사들이 왜 이렇게 대대적인 방한 행렬을 펼치는 것일까? 결론은 두 가지 현안 때문이다. 하나는 23일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 상황을 막기 위해서이다.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 문제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전례 없는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두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마디로 말해서 한미동맹의 위기는 한·미 두 지도자의 불신에서 비롯됐다. ·일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래로 작금의 한··일 삼각안보협력체제가 와해되고 더불어 한미동맹이 초미의 위기 상황을 맞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많은 요인들이 있다.

 

첫째,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카드를 단순히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카드로만 국한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 정권의 대()일 지소미아 카드는 단순한 반일 카드를 넘어서서 그 뒤에 숨어있는 반미 카드로서의 효용성이 훨씬 큰 것이다.

 

둘째, 문 정권이 지소미아 카드를 외교적 반일카드로 꺼낸 것은 국내정치적 선거 목적이 크다. 반일 정서를 자극하여 친일 대() 반일로 선거 프레임을 구축하려는 의도이다.

 

셋째, 지소미아 카드는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 관계를 유발하여 국내정치적으로 친미 보수세력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국내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있고, 대신에 미국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충분히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고 미국의 역할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지렛대로서 유용하다는 판단 하에 문 정권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모든 동아시아 정책이 과도하게 일본 의존적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일본을 쳐서 곧 미국의 역할을 축소시키겠다는 당구공 모델(Billiard Model)에 입각한 외교 전략이다.

 

넷째, 지소미아 카드는 문 정권이 추구하는 반일, 반미 외교의 지랫대로 작용함과 동시에 친북, 친중 쪽으로 이동하는 외교적 지렛대로 사용되고 있다. 문 정권의 북한 친화적, 사회주의 친화적,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국가 친화적인 성향은 이미 미·일 중심의 자유주의 체제로부터 탈피하려는 인식을 보여 왔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은 기존의 한··일 중심의 삼각안보시스템으로부터 이탈하여 북방으로 이동해 가는 과정에 있다.

 

다섯째, 문 정권의 북한, 중국 친화적 사고는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 곧 북한,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고 북·중 양국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환상과 착각을 갖고 있다. 이념적으로 북·중에 경도(傾倒) 내지 종속되어 있는 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이 점을 의식해서라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다시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섯째,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중국을 군사적 적국으로 보지만, 문 정권은 그렇지 않다는 현격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오히려 미·일을 심리적, 정서적 적국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북한은 통일해야 할 같은 피를 나눈 동족으로, 중국은 항일독립운동 활동과 은신처를 제공해 준 항일 혈맹국가로 생각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일본은 북한과의 민족 공조를 이루어 일제강점기에 대한 군사 외교적 보복의 타겟으로 삼고 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 죽창가, 거북선의 등장과 더불어 이순신의 칼의 노래가 시작된 의미도 여기에 있다. 바로 문 정권은 우리의 주적(主敵)인 북한을 뒤로하고, 주적을 북한으로부터 일본으로 서서히 돌리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을 미국의 패권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지소미아를 폐기하겠다는 문 정권 핵심 세력들의 인식과 속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터무니없이 높게 제시하고 나온 미국의 과도한 태도를 오히려 이들은 반미감정을 들끓게 만들 수 있는 좋은 호재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곱째, 문 정권은 지금 경제문제와 통일문제에 있어서 미·일보다는 북·중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출 비중도 미·일 두 나라를 다 합쳐봐야 대()중국 수출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여덟째, ·일이 반중, 반북한 정책을 지향한다면 문 정권은 친중, 친북 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일 삼각안보체제가 미·일의 국가전략으로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한국의 국가전략으로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점에서 미·일과 한국은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일 삼각 안보 축은 결국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봉쇄전략에 찬성할 수 없고 결국 지소미아를 종료시키는 것이 크게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을 와해시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중국에 대한 군사적, 국가적 이해관계가 미국과 확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문 정권의 보다 구체적인 생각은 대()중국 3()정책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하여 첫째,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둘째,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참여하지 않으며, 셋째, ··일 삼각 안보동맹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3불 원칙을 문재인 정부는 천명했다.

 

아홉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지금 한국인들의 정서에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 여운은 과연 미국이 한국의 군사동맹국인가 아니면 안보장사꾼인가 하는 시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미국은 지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보호자가 아니라 약탈자, 장사꾼이라는 시각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는 지금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뇌사상태를 겪고 있다면서 유럽국들은 더 이상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할 수 없다고 비난했겠는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거부적 인식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이런 와중에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금 50억 불을 강요하는 것은 이제 한미동맹의 본원적 가치(자유를 위한 동맹)보다는 상업적 이익에 의해 한미동맹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갖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지난 12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최근 한국 정부는 더 낼 능력이 있고 더 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미국의 태도속에 자국 이익 외에 한국이란 동맹국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글로벌 호구라 할지라도 기회는 이때다식으로 이렇게까지 막 뜯어 먹겠다는 미국의 약탈적 외교압력은 동맹국에 대한 근본적 예의가 아니다. 여기에 방위비 분담금 몇 푼 더 받아내겠다고 주한미군철수 운운하는 겁 주기식 압력성 외교는 한심하기까지 하다. ‘어쩌다 미국이란 동맹국이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라는 생각까지 갖게 만든다.

 

열 번째, 지소미아 문제는 북·미 관계 상황과 미·중 관계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이다. 북한과 중국이 이에 대한 어떤 내밀한 입장을 문 정권에 전달하고 있고 이들 국가와 어떤 소통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종료 철회 또는 종료 완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지금 미국은 지소미아 파괴를 막기 위해 모든 군사,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왜 지소미아 직접 당사국인 일본은 가만있는데 미국이 난리를 치는 것일까? 결론은 지소미아는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이 이탈한다는 것은 그 전략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는 곧 미·중패권경쟁에서 미국에게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결과로 한반도, 동북아, 일본으로부터 미군 철수와 더불어 미국의 퇴각을 예고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미국이 밀려난다면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은 무너질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외교적으로 무능하더라도 미국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그 역효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철의 동맹, 피의 동맹이라 불리어진 한미혈맹은 지금 더 이상 약해져서는 안 된다. 이는 한미 양국 모두에게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은 한 가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의 동맹국 관리는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미국의 영향력도 급속히 약해지고 있고, 미국에 대한 인식도 과거 혈맹이란 시각에서 점점 멀어져 보통국가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이란 세 가지 조건을 공유해야 한다. 첫째, 공통의 위협과 공통의 적을 공유해야 한다. 둘째, 공통의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셋째, 공통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공유한 나라를 우리는 동맹국이라 말한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어떤 수준의 동맹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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