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에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 무슨 말인가?

진보 진영에 속한 지식인, 시민,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황흥룡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10/07 [11:15]

▲ 황흥룡     ©브레이크뉴스

왜 진보 진영에 사람이 없단 말인가? 진보 진영에 속한 지식인, 시민,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이런 기준으로 하면 진보 진영에도 사람들이 많다. 늘, 최소한, 국민의 50% 내외는 된다.

 

진보 진영에 사람이 없다는 말은, 진보의 가치와 신념을 현장에서 체화시켜 본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진보의 가치와 지식은 대개는 연구실, 강의실, 책, 공론의 장 등에서만 구현된다. 자영업자의 공간, 기업의 공장, 지자체, 정부 기관 현장은 연구실이나 강의실과는 전혀 다르다.


심지어 '광장'과도 다르다.

 

강의실이나 광장은 논리적이고 웅변적인 사람이 승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게, 공장, 지자체란 공간은 실사구시의 영역이다.

 

그곳은 지식과 실무, 신념과 응용,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곳이다. 진보의 가치와 신념은 이런 방식으로 인간, 세계, 역사와 만나야 한다.

 

아니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진보의 비전은 현장에서 시민 혹은 이웃과 만나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이를 못 따라간다.

 

여전히 대다수 진보 학자와 이론가들은 자신의 게토에서, 홈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결국 현장과 유리된 진공 속 진보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진보 진영이 막상 정권을 잡게 되면 현장을 알고, 현장을 핸들링 할 수 있는 일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이 반복된다.

 

그래서 부득이 소위 현장 경험이나 감각이 있다고 여겨지는, 중도와 심지어 보수측 사람을 발탁해서 쓰게 된다.

그 결과, 머리는 진보인데, 손과 발은 보수인, 기현상이 나타난다.

 

역대로 진보 정권이 집권 후 얼마 못가 보수화되거나, 정책이 혼선을 빗고 엇박자를 내는 이유다.

 

이때쯤 되면 평생을 이론과 더불어 살아온 적통 진보들이 예의 날선 비판(난)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한다. (진보) 정부가 정체성을 상실했고, 지지층을 배신했으며, 그놈이 그놈이란 것이다.

 

다 맞는 말이다.


역대로, 진보 정권이 보수화되었고, 진보의 신념과 이상을 저버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정권만의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진보 진영 전체가 함께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다.

즉 진보의 문제는 늘 떠들고 지적질하는 데만 능숙했지, 현장을 실제로 운영하고 변혁시켜본 '살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 게을렀다는, 그런 성찰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진보 인사들이 정녕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갈고 닦은 지식을 갖고 현장으로 나와야 한다.

 

밀폐된-게토화된 공간에서 혼자의 언어와 문법으로 떠드는 대신, 거리와 광장에서 시민들과 대화하며 그들을 설득하고, 규칙와 통계로 가득한 경제학 대신 현장에서 기업을 키워보고(쉽지 않을 것이다),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기 전에, 노사 갈등의 현장과 이해가 맞서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공청회에서 멱살을 잡혀가며 중재에 성공해본 경험을 계속 축적해가며 정치적 역량을 키워가는, 그런 진보 인사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이렇게 진보가 진보의 이념과 보수적인 현장을 융합하는 실사구시형의 일꾼들을 키워낼 때라야, 진정으로 진보의 미래가 있다고 하겠다. heungyong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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