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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파동'…언론사 내부문제가 아니라 사회변동의 여파

9일 기자성명 “부끄러움을 끊어 낼 국장단의 결단을 요구합니다” 호소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9/10 [16:58]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파동의 진원지는 조국사태였다.    ©청와대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지난 6일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9일에도 성명을 발표했다. 6일, 기자들은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는 <한겨레>의 보도 참사다. A국장과 국장단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직에서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9일,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끊어 낼 국장단의 결단을 요구합니다”고 호소했다. 두 성명에 편집국 상층부 교체 요구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두 성명의 성격은  대동소이(大同小異) 하다. 이를 ‘한겨레신문 사태’라고 한다면 이 사태가 종료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 6일자 첫 성명은 평기자들이 낸 성명이었고, 9일자는 중간기자들이 낸 성명이다. 이 내홍은 정치적 외압(外押) 현상이 아닌, 내부 문제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일만이 남아 있는 셈이다.

 

9일자 성명은 한겨레신문 기자 가운데 중간층 기자라 할수 있는 공채 19~22기(김규남 김미나 김선식 김세미 김완 김일우 김지숙(19기) 김지훈 김효실 박태우 백소아 변지민 송채경화 신소윤 이승준 이유진 장수경 정주용 정환봉 최우리 최하얀 <이상 19~22기>)들의 성명이다.

 

기자들은  “부끄러움을 끊어 낼 국장단의 결단을 요구합니다” 제하의 성명에서 “우리는 현재 편집회의 구성원이 바뀌지 않는 이상 변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장단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후배들이 요구한 국장단 전원 사퇴까지 배제하지 않는 쇄신안을 빠른 시간 안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내용이 핵심처럼 보여진다.

 

성명내기에 참가한 기자들은 “후배들에게 취재 현장에서 함께하는 선배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왔다. 취재 방향을 상의하고 만날 사람을 추린 뒤 작은 팩트들을 모아 의미 있는 기사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자 배움의 과정이었다. 공들여 취재한 내용을 발제하고도 출고 기사에서 제외되면 선배들은 팀장이나 부장과 의견 다투기도 했다. 때론 반영됐고, 때론 그렇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건강한 소통의 과정이었다”면서 “현장 취재 기자와 국장단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자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껏 우리가 겪어 온 <한겨레>에서는 그 이견이 적절한 과정을 거쳐 수렴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편집회의가 열리는 7층 회의실과 그 밖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괴리는 커져 갔다. 때로는 과거 선배들처럼 강하게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지만 자주 한계에 부딪혔다. 좌절 앞에서 우리들은 체념이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 그렇게 <한겨레>의 현장 취재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그 책임은 분명 우리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후배들의 성명 이후 나온 일부 선배들의 반응이다. ‘과거에도 인사검증 TF 꾸려진 사례가 별로 없었다’ ‘각 부서에서 관련 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 역량으로 극복해야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정부에서 매번 인사검증 TF를 꾸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인사 검증에 대한 긴장감이 크게 달랐던 것은 분명하다. 각 부서에서 관련 발제나 개인 역량이 부족한 것은 반성한다. 다만 부서와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국장단과 회사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 전제하고 “현재 <한겨레>의 문제가 특정 국면에서 보도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 구조화된 문제라는 점에서 이후 대책은 뒤늦게 인사검증 TF를 꾸린다거나 앞으로 잘 하겠다는 다짐으로 해결될 수 없다. 분명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자들은 “▲우리는 현재 편집회의 구성원이 바뀌지 않는 이상 변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장단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후배들이 요구한 국장단 전원 사퇴까지 배제하지 않는 쇄신안을 빠른 시간 안에 공개하라. ▲현장 의견이 편집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묵살되거나 반대 내용으로 바뀌어 지시가 내려오는 사례를 숱하게 목격했다. 다시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할 수 없다. 편집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 ▲보도의 시작은 취재다. 특히 인사 검증을 비롯한 권력 감시 보도 국면에는 먼저 취재해야 보도가치를 판단하고 쓰는 것도, 쓰지 않는 것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취재에는 많은 역량이 투여된다. 이후 권력 감시가 필요한 계기가 있을 경우 집중적인 취재를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 공개하라”는 등 3개항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한겨레신문 사태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이 파동(波動)은 언론사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변동이 가져다 준 파장(波長)의 하나라는 인식이다. 근년, 언론환경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인터넷 시대가 종이신문 시장을 쓰니마처럼 할퀴고 갔다. 종이신문의 시대를 저물게 하고 있다. 종이신문을 읽는 독자가 거의 없다. 그러하니 종이신문의 판매로 얻는 이익이 형편없게 됐다. 생존을 위한 활로모색이 절실하다. 한겨레신문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종이신문들이 겪는 고통이다. 이번 한겨레신문 내부의 파동은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의 대변화가 안겨준 후유증의 하나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필자는 본지 지난 9월6일자 “한겨레신문 내홍(內訌)...왜 한겨레신문은 요동치나?” 제하의 글에서 “신문산업도 경영을 잘 해야 존재한다. 언론매체의 생존은 매체가 판매나 광고수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신문 외적수입에 의한 생존이 있다. 미국 언론의 경우, 이미 투자회사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5-6개 투자회사들이 수 백개씩의 언론사를 사들여 소유하고 있는 실정. 한국 언론 상황은 건설사들이 언론사를 매집하는 경향이 농후해졌다. 일례로 전남북의 경우, 이미 20여 개 사가 넘는 일간신문들이 건설사가 소유-운영하고 있다. 지금 한국 언론이 겪고 있는 언론위기는 경영자금의 빈곤이나 태부족에서 오는 현상의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겨레신문의 평기자 중간계층의 기자들이 성명을 낸 촉발계기는 조국 법무장관 취재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 중심에 신문경영의 비밀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이 신문의 상층부 기자도 평기자-중간 기자를 거쳐서 올라왔을 것. 아래 기자들은 편집국 상층부의 교체를 요구하지만, 실제로 상층부 간부들은 ‘신문의 생존’을 위해 고민하고 있고, 또한 고민해왔을 것. 상층부가 교체된다 해도 그 고민, 경영상의 고민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 한겨레신문 상층부가 정부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의미는 정부가 주는 광고, 즉 자본의 유입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한겨레>의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고 자탄했다. 허나, 이 신문이 정상으로 가는 길은 자본의 유입에 달려있다. 신문 외적인 수입이 대규모로 늘지 않는 한, 언론생존을 위해서 자본의 눈치 보기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주는 재화나 정부가 주는 재화나, 재화는 동일한 재화이다.

 

한겨레신문 기자들의 내부진통의 원인은 그 어떤 신문사든지 지니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대변동이 가져다 준 시대적 아픔이어서 그렇다.

 

한겨레신문은 알다시피 한때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매체이다. 또는 문재인 정부의 노선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비쳐져왔다. 신문사 내부의 상호 위로가 필요한 시대이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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