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술책을 따로 쓰면 융통성이 상실된다!

[고전연구가 고전소통]신하들에게 법이 없으면 혼란이 일어난다!

이정랑 중국 고전 연구가 | 기사입력 2019/07/22 [07:32]

▲ 이정랑     ©브레이크뉴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신불해의 술책을 사용하고 상앙의 법을 집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 법과 술책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두 가지를 합쳐 공조체제를 이뤄야만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

 

신불해(申不害)의 말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모든 관리들이 업무를 수행하며 자기 직책에 충실하면 그만일 뿐, 결코 월권행위를 하면 안 되며, 자기 권한 밖의 일은 알아도 섣불리 언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어떤 관리라도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것만이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리가 자기 권한 밖의 일을 알면서도 언급하지 않는 건 옳은 행위라고 할 수 없다. 통치자는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나라의 모든 일에 다 관여할 수 없다. 그는 모든 이의 눈과 귀를 통해 실정을 살펴야만 누구보다 밝은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관리가 자기 권한 밖의 일을 언급하면 안 된다는 신불해의 말을 따른다면 군주는 무엇에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

 

다음엔 상앙(商鞅)의 법을 살펴보자. 그에게는 전공(戰功)에 관한 일정한 규정이 있었다. 적의 목 하나를 베면 관직을 한 등급 올려주고 50석의 양식을 녹봉으로 주었고, 적의 목 둘을 베면 관직을 두 등급 올려주고 100석의 양식을 녹봉으로 주었다. 관직의 승급과 적을 죽인 공을 서로 대응시킨 것이다. 그런데 만약 관직을 높여준답시고 적의 목을 벤 이를 의사나 장인이 되게 하면 환자의 치료나 가옥의 건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의사는 약을 제조해야 하고 장인은 손재주를 발휘해야 하는데 적을 죽인 이에게 의사나 장인의 일을 맡기면 그들의 능력과는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살펴보자. 관리가 되는 것은 지혜와 재능에 의지하며 적의 목을 베는 것은 용기와 힘에 의지한다. 용기와 힘을 사용해 지혜와 재능이 필요한 관리직에 종사하는 건, 곧 적의 목을 벤 이를 의사나 장인이 되게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원활히 일이 이뤄지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법과 술책을 따로 사용하면 둘 다 융통성을 잃고 만다. 하려는 일이 법이나 술책에 부합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통치자의 총체적인 이익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자칫 사람들로 하여금 이치에 어긋난 일을 범하게 할 수도 있다. 통치자는 반드시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이 열흘 이상 먹지 않으면 죽게 되며 엄동설한에 옷을 입지 않아도 죽게 된다. 음식과 옷은 생존의 필수품이니 어느 것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신불해의 술책과 상앙의 법도 역시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술책은 통치자가 장악하며, 사람의 재능에 따라 관직을 주고 명분에 따라 실적을 추궁하며 생사여탈의 대권을 갖고 여러 신하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법은 국가의 법령으로써 상을 주고 벌을 내려 백성들의 마음에 그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자는 상을 얻고 법을 어지럽히는 자는 벌을 받을 것이다. 법은 모든 사람들의 행동의 준칙이다.

 

통치자에게 술책이 없으면 신하들이 그의 눈을 가리고 신하들에게 법이 없으면 혼란이 일어난다. 따라서 법과 술책은 모두 통치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로서 그 중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j6439@naver.com

 

*필자 : 이정랑, 언론인. 중국 고전 연구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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