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7일 '미국이 한일갈등에 관여할 생각이냐'는 질의에 "동맹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미국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할 생각"이라며 중재 방침을 밝혔다.
미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및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연쇄 회동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이슈에 대해 논의했고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날 방한시 동일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일 말하겠다"고 즉답을 피했었다. 또 앞서 일본 방문중이던 지난 12일 NHK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중재 요청에 "내가 중재할 예정은 없다"고 쐐기를 박았었다.
이같은 그의 발언 변화는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중 봉쇄를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한미일 동맹 전략에 심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한일 갈등 격화에 대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건드리지 말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현종 2차장도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갈등상황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우리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고 스틸웰 차관보는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스틸웰 차관보는 '호르무즈 해협 민간선박 호위와 관련해 한국 도움이 필요하느냐'는 질의에 "오늘 오후 만남에서 알아볼 생각"이라며 사실상 한국의 동참을 희망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또 카운터파트인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만난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은 스틸웰 차관보의 호르무즈 호위 지원 요청에 "자위대를 파병할 순 없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미국과 이란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분위기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트위터에서 "중국은 석유의 91%를 그 해협에서 얻고, 일본은 62%, 많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면 왜 우리는 다른 나라들 선로를 보상 없이 (오랫동안) 보호하고 있는가. 이들 모든 국가는 항상 위험한 여정이었던 곳에서 자국 선박을 보호해야 한다"며 한국, 일본 등에 호르무즈 호위 참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