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연구가 조성관 “하루키에서 하야오까지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 출간

하루키의 재즈카페에서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까지...천재 5인과 함께 떠나는 도쿄 예술기행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19/06/25 [16:43]

▲천재 연구가  조성관의 새책.     ©브레이크뉴스

문화기행 작가이자 천재 연구가인 조성관의 새 책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 이 시리즈는 오스트리아 빈을 시작으로 프라하, 런던, 뉴욕을 거쳐 페테르부르크, 파리, 독일까지 천재들이 태어나고 활동한 장소를 직접 탐사하며 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는 문화 예술 기행서.

 

이 책에서는 도쿄가 낳은 다섯 명의 천재가 소개된다.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애니메이션의 황제 미야자키 하야오, 그리고 토요타 자동차 창립자인 토요다 기이치로. 이들 다섯 명의 천재들이 흔적을 남긴 곳, 생가와 작업실, 단골 카페, 대작이 탄생한 집, 기념관, 묘지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의 삶과 사랑, 성취와 업적, 그리고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천재들의 진짜 삶과 예술 이야기가 도쿄의 낭만적인 풍광과 어우러져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천재는 ‘오타쿠’다?!=이들의 천재성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계기로 꽃피게 되었을까? 저자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좋은 것을 가져다 배우는 ‘이이토코토리’ 정신, 마니아를 뛰어넘어 좋아하는 한 분야에 빠져드는 ‘오타쿠’, 목숨걸고 일한다는 뜻의 ‘잇쇼겐메이’, 장인정신을 뜻하는 ‘모노즈쿠리’ 등이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루키와 하야오는 오타쿠였고 토요다 기이치로는 잇쇼겐메이와 모노즈쿠리의 전형.
“천재들은 다분히 오타쿠 기질이 많은 사람이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천재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이미 록과 재즈와 클래식에 관한 한 오타쿠 수준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에 빠져 살던 오타쿠였다.”

 

▲책 집필을 위해 일본 도쿄 현지취에 나선  조성관 작가.     ©브레이크뉴스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 천재들이 사랑한 도쿄

 

도쿄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강력한 에도 막부를 건설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후 일본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도쿄는 20세기에 두 번의 참화, 1923년의 관동대지진과 1945년 도쿄대공습을 겪으며 옛 건축물 등이 많이 파괴되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천재들을 기리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나쓰메 소세키의 생가에는 현재 식당이 들어서 있지만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교사로 근무했던 중학교와 하숙집 터에도 기념비와 푯말이 그를 기린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 말기에 군국주의 조짐이 나타나자 일본의 그릇된 행동을 일관되게 비판한 양심적 지성이었다. 그는 독일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며 “세계대전이야말로 인류 미래에 대한 죄악”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탄생시킨 집, 소세키가 즐겨찾던 도고 온천, 소세키 산방 기념관의 소세키 서재와 공원묘지 등을 찾아간다.

 

▲무라카미 하루키=작가로서뿐 아니라 마라톤 마니아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소설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팬덤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작품을 탐독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작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따라하고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이름하여, ‘무라카미안(Murakamian)’ 또는 ‘하루키스트(Harukist)’라 부른다. 이들은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를 답사하며 그 소감을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며 연대감을 심화한다.” 비틀즈와 재즈에 탐닉했던 청소년 시절 이야기부터 재즈카페 주인이 되고 이어 소설가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보는 동시에 그가 다닌 와세다 대학, 그가 운영한 재즈카페, 단골 재즈바 등을 순례한다.

 

▲구로사와 아키라=영화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편에서는 그가 다닌 중학교를 비롯해 관동대지진 당시 책을 사러 갔던 마루젠 서점(간발의 차이로 화를 면한다), 그가 일했던 도호 스튜디오, 결혼식을 올린 메이지 신궁, 그리고 가마쿠라의 묘지 등을 찾아간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해 세계의 영화인들이 찬사를 보내는 감독이다. “세계 영화계는 아키라에게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1982년 영국의 영화 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는 세계 평론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아키라를 세계의 10대 영화감독에 선정했다. 아키라는 오손 웰스, 존 포드, 잉그마르 베르히만, 페데리코 펠리니 등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 같은 해 베니스 영화제는 <라쇼몽>을 역대 그랑프리 중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저자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가장 특별한 천재”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일찌감치 인생의 방향이 정해진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다. 누구나 겪는 젊은 시절의 방황도 그는 비교적 짧게 지나간 편이다. 만화에 재능을 드러낸 이후 그는 오로지 한 우물만을 팠다. 재능이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마침내 천재적 능력으로 꽃을 피운 사람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손으로 꼽기조차 힘들 만큼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만화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의 디즈니에 맞서 애니메이션 제국을 일군 이가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다. 그가 다닌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아리 방,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지브리 스튜디오, 지브리 미술관, 그리고 기기묘묘한 니테레의 태양광 시계까지 하야오가 거쳐간 장소들을 탐방한다.

 

▲토요다 기이치로=일본은 자동차 강국이다. 그 중심에 토요타 자동차가 있다. 토요타 자동차를 설립한 개척자, 토요다 기이치로. 아버지 사키치가 세운 토요타 방직을 거쳐, 모두가 무모한 사업이라며 회의적이었던 자동차 사업에 진출해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이가 바로 기이치로다. 지금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토요타 방식’을 배운다. ≪토요타 방식≫의 저자는 “그들은 돈 버는 것 이상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기이치로의 생가, 그가 다닌 도쿄대,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차 본사 사옥, 나고야에 있는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등을 돌아본다.

 

▲ 조성관. 그는 천재 연구가, 문화기행 작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인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프라하, 런던, 뉴욕, 페테르부르크, 파리, 그리고 독일편까지 펴냈다. 그 외에도 ≪풍요와 기회의 나라 캐나다 기행≫, ≪실물로 만나는 우리들의 역사≫, ≪한국 엘리트들은 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나≫ 등이 있다.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로 2010년 체코 정부로부터 공훈 메달을 수상했다.   ©브레이크뉴스

 

본문 중의 주요 내용

 

○…오카이도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쓰야마동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학교 측은 교정 뒤편에 옛 메이코칸 건물을 그대로 옮겨놓고 보존하고 있었다. 그곳 교사의 안내로 메이코칸 안으로 들어가 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교직원들이 졸업생들과 찍은 사진이었다. 스물여덟 살 초임교사 소세키가 보였다. 콧수임을 기른, 자신감이 넘치는 미남이다. 120년도 더 된 흑백사진에서 소세키는 군계일학처럼 빛났다. 안내 교사가 생각지도 못한 설명을 곁들였다. “이 사람이 도련님의 모델입니다.” 두 번째 줄 맨 끝에 앉아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도련님의 모델이 동료 교사였다는 사실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나는 소설 속에서 도련님의 언행을 떠올려보려 애를 썼다.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의 얼굴인가. ― 32쪽

 

러일전쟁의 향방이 불투명하던 어느 여름날 센다기 자택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온다. 고양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고양이는 순식간에 가족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아내는, 개와 달리 사람을 무조건 떠받들지 않는 도도함에 반해버렸다. 아내가 고양이를 예뻐하면서 웃음이 많아졌고 집안 분위기가 밝아졌다. 그는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고양이를 관찰하면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집 밖에서는 온통 러일전쟁뿐이었지만 집 안에서는 온통 고양이뿐이었다. ― 35쪽

 

○…하루키 부부는 결혼 직후부터 대학을 졸업하면 재즈카페를 차리기로 합의를 봤던 것 같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고, 여기에 은행과 친구들에게 빚을 얻어 가게를 차릴 정도의 자본금을 만들었다. 하루키는 1974년 고쿠분지 역 남쪽 출구의 빌딩 지하에 재즈카페 ‘피터 캣’을 열었다. ‘피터’는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이름이었다. ― 86쪽

 

○…깔끔하고 한적한 주택가. 일본 집들이 대체로 작은 편인데, 이 동네는 그렇지도 않았다. 한눈에도 고급주택들이다. 주택의 주차장에 벤츠나 BMW가 한두 대씩 주차되어 있다. 지나다니는 행인도 거의 없는 골목길에 치과병원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고, 드물게 교회도 보였다.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도무지 이런 곳에 영화촬영소가 있을 것 같지 않다. 5분쯤 걸었을까. 동행자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도로가 갑자기 푹 꺼지듯 내리막 급경사다. 내리막길 아래로 공장 단지 같은 건물들이 보였다. ‘Toho Studio’ 간판이 보였다. 다리의 뻐근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 154쪽

 

○…공로상 순서가 되었다. 미국 영화계의 거물인 감독 겸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가 시상대 무대에 섰다. 아카데미 영화제 공로상 수상자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스필버그와 루카스는 상기된 얼굴이 역력했다. 마치 스승의 날에 스승을 영접하는 학생 대표들처럼 들떠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하얀색 봉투를 열어 거기에 적힌 이름을 불렀다. “구로사와 아키라!” ― 174쪽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 방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방은 옛날 그대로다.” 방은 정말 작았다. 4평 정도나 될까. 다다미가 깔려 있는 방 한가운데에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다. 한쪽 벽면 책장에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장비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반대편 벽면에 곰돌이 푸 그림이 붙어 있다. 창문에는 ‘兒童文化硏究會’를 종이에 인쇄해 바깥에서 읽을 수 있게 붙여놓았다. 60년 전 이 방을 들락거린 한 청년이 환영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하야오가 이 동아리 멤버일 때는 벽면에 어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붙어 있었을까. ― 198쪽

 

○…1층에서 최고의 인기를 끄는 곳은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보여주는 기계 장비다. 대상은 <이웃집 토토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고양이 버스’를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의 만화가 18장씩 있다. ‘고양이 버스’의 그림이 조금씩 다르게 18장이 원을 따라 배치되었다. 기계가 돌면 ‘고양이 버스’가 움직인다. <이웃집 토토로>에서처럼 하늘을 난다. 행동하는 모습대로 그린 만화 원화 18장이 1초 안에 돌아갈 때 만화는 동화가 된다는 원리를 직접 확인하게 된다. 관람객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리를 뜰 줄 모른다. ― 226쪽

 

○…기이치로의 할아버지 이키치가 살았고, 이곳에서 그는 사키치를 비롯한 3남 1녀를 낳았다. 집을 물려받은 장남 사키치 역시 이 집에서 장남 기이치로를 보았다. 에도 시대부터 계산하면 최소 170년도 넘은 집이다. 에도 후기 양식으로 목제로 지어진 집은 너무 낡아 그대로는 유지 관리가 어렵자 1990년에 원래 그대로 복원했다. ― 249쪽

 

지은이  조성관 작가 소개


천재 연구가, 문화기행 작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인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프라하, 런던, 뉴욕, 페테르부르크, 파리, 그리고 독일편까지 펴냈다. 그 외에도 ≪풍요와 기회의 나라 캐나다 기행≫, ≪실물로 만나는 우리들의 역사≫, ≪한국 엘리트들은 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나≫ 등이 있다.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로 2010년 체코 정부로부터 공훈 메달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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