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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돈을 어디다 감추고 꺼내 쓰시나요?

<인연 칼럼>“나의 걸망 안에는 돈은 없고, 관음경(觀音經)만 있을 뿐이다”

이법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6/23 [15:14]

가난한 나에게 돈이 많다고 고해중생들에 입소문이 난 것은 솔직히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전 재산은 해묵은 불경 책과 기외 헌책들과 외출할 때 등에 메는 걸망이 전 재산일 뿐, 그 외에 거액의 돈과 황금은 없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녀신도들에게 돈을 보시하라고 간청하지 않았다. 내가 돈을 “조금만 달라”고 바짝 졸라대는 대상은 우주의 여신이요, 불교에서는 대성자모(大聖慈母)로 통하는 관음보살님 뿐이다. 70년도 말에 인연이 맺어진 “브레이크뉴스 대표 문일석씨”는 단둘이 있을 때면 정색을 하고 이렇게 물어온다. “스님은 돈을 어디다 감추고 꺼내 쓰시나요? 혹시 황금으로 만들어 어느 바위 밑에 숨겨놓은 것 아닌가요? 제발 저한테만 귀뜸 해주세요.” 그리고는 호탕하게 웃는다. 그는 한국에 웃음교주이다.

 

▲ 이법철     ©브레이크뉴스

문 대표의 간절한 물음에 나는 정색을 하고 손사래를 치면서 나의 걸망을 기르키며 “저 속에 몇 푼 있을거요. 큰돈은….” 하다가 나는 웃으며 “문 대표가 내개 대접을 잘하면 알려주겠소. 솔직히 말이요“ 하고 화제를 쓱 바꾸고 해인사 주지를 역임한 대선사인 홍봉주 대사의 조끼 이야기를 해준다.

 

홍봉주 대사는 36세에 해인사 주지를 역임하였고, 선원납자이며, 해인사에서 선출한 중앙종회의원을 하면서 조계종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분이다. 그는 청정한 비구승으로 나는 보증한다. 나이로서는 나에게는 대선배인데, 나하고 오랜 친교를 맺어 단둘이서 막걸리를 마시며 기울어져 가는 사직(社稷)같은 조계종을 깊이 걱정하곤 하였다. 홍봉주 대사는 키가 1m84정도가 되는 장사타입의 거구이나 마음이 천성이 착한 분이었다. 누구하고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고, 언제나 다정하고 온순한 분이었다.

 

봉주대사는 특이한 면이 있었다. 겨울이나 봄이나 여름, 가을에도 속옷인 조끼를 벗지 않았다. 빨래를 하는 사람이 “때에 절어있어 냄새나는 조끼를 벗어달라”고 하면 돌연 정색을 하고 “이건 안됩니다”고 단호하게 말해 해인사에 괴소문이 났다.

 

봉주대사의 조끼 안에는 거액이 담긴 예금통장이 3∼4개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 돈은 해인사주지 때 월급과 공금횡령한 것과 총무원장과 각 본사주지들에게서 여비조로 받은 거액이 통장에 들어있다는 소문이 해인사와 전국에 퍼졌다. 해인사에 빨래하는 여보살도 은근히 조끼를 벗어주지 않는 것을 원망하며 투덜대고, 부목처사(負木處士)들도 원망하고 투덜대기를 “봉주대사의 조끼만 얻는다면, 고달픈 부목처사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되는 데….” 하고 장탄식을 토했다. 어느 날 봉주대사가 자비심으로 조끼를 벗어 보시해주기를 학수고대했다.

 

나도 봉주대사와 둘이서 밤늦게 막걸리를 마실 때, 봉주대사에게 은근히 이렇게 말했다. “형님, 그 조끼를 벗고 목욕을 하시지요.“ 그러면 그는 화들짝 놀라며 ”안되지. 조끼는 벗으면 안되는 거야.“ 그 때 나도 조끼 속에 거액이 담겼다는 의심이 들었다. 나는 은근히 기회를 노리다가 번번이 먼저 코를 골았다.

 

불교의 제행무상으로 홍봉주대사가 그토록 보안을 지켜오던 조끼가 마침내 벗겨졌다.

 

봉주대사가 깊은 병이 들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똑똑하고 영특한 상좌 아무개에게 조끼를 벗기우고 만 것이다. 소문에 상좌는 로또 복권같은 돈벼락을 받는 것을 상상하며 때절은 조끼를 뒤져 보았을 때, 저금통장은 없었다고 상 죄는 실토했다. 조끼 속에는 빛바랜 봉주대사의 어머니의 사진이 한 장 있었다는 것이다. 봉주대사는 마침내 어머니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열반에 들었다. 그것을 직접 확인한 나는 봉주대사를 의심한 것에 관음보살전에 참회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내가 걸망을 매고 다니다보니 봉주대사의 조끼처럼 괴소문이 났다. 걸망 안에는 거액의 통장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소문을 근거하는 이야기는 모(某) 재벌회장부인이 나의 후원회장을 했고, 영친왕비가 돌봐 주었고, 한국 최고의 여성 톱스타가 돌봐 주었고 등등 그녀들이 보시한 돈이 모두 통장에 담겨 걸망 속에 넣고 돌아다니는 법철 스님이라는 괴소문이다.

 

사실 나에게 신기하고 기이한 일이 있었다. 내가 관음보살께 “돈을 조금 주셨으면….”하고 간절히 기도를 하니 신비하고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찰 없는 관음보살이 신통력을 보인 것인가. 관음살님이 인연있는 여성들에 꿈속에 부탁을 했는 지? 앞서 언급한 여성들이 현실의 내눈 앞에 “ 나 좀 봅시다” 하고 나타났다. 부산대학병원 간호사들, 서울대 병원 간호사들이 40여 명이 월급에서 1만원씩 떼어 내게 송금을 해주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대 병원 특실에서 근무한다는 미인 간호사는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들의 남은 먹을거리를 몽땅 배달해주었다. 부산대병원의 전주출신 간호사 제남희((諸南希)씨는 내게 돈을 주며 이렇게 조건을 달았다. “스님, 주지를 하지 마세요. 부처님처럼 수행하셔서 도를 깨달으시면, 제일 먼저 우리에게 설법을 부탁드려요.” 그녀는 불교를 피화구복(避禍求福)으로 믿는 불자가 아니었다.

 

조계사 신도들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무슨 마술(魔術)이야?” 나를 보려고 몰려 들었다. 이때 고임종정스님이 내게 이렇게 법문으로 깨우쳐 주었다. “자네 관음보살님께 돈을 달라고 졸라대는 기도를 하니까. 여성들이 돈 가지고 몰려오는 게야. 이제부터 기도의 주제를 바꾸게.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기도를 하시게. 여자들이 몰려들면 언제인가 자네에게 구설수가 발생한다네.“ 나는 깨닫고 즉시 관음보살님 전에 ”돈좀 주십사“ 하는 기도를 끝냈다.

 

그리고 나는 관음보살님 전에 기도의 주제를 바꿔 대한민국의 번영과 국민의 번영과 서민 복지사회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예비역 장성들이 내게 ”지도 법사를 해주시요“하고 요청이 왔고, 1960∼70∼80대의 애국 할머니들이 나타나 내게 지지성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어느 할머니는 나를 껴안고 귓가에 이렇게 속삭여주었다. ” 예수 믿고 구원 받아야지“ 어쨌든 지도의 주제를 바꾸니 젊은 여성들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신기하고 묘(妙)한 일이었다.

 

참새같이 말이 많은 인간의 일부는 지지여성들의 후원으로 이법철스님의 통장에는 거액이 들어온 지 오래이고 예금통장에 넣어 해묵은 걸망에 담거나, 황금으로 바꿔 어느 산 바위 밑에 숨겨두고 꺼내 쓴다는 괴소문은 쉬지 않았다.

 

결론과 제언

 

내가 돈이 많고 황금으로 바꿔 어느 바위 밑에 숨겨놓고 꺼내 쓴다는 것은 내공이 깊지 못한 허황한 분석이다. 진짜 내가 큰돈이 있다면, 영리한 여성이 눈치 채고 나를 사랑으로 체포하여 돈을 빼앗았을 것이다. 많이 배운 여성이나 못 배운 여성이나 남자에게서 나는 돈 냄새를 눈치 채는 것은 여성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깨닫고 보니 과거에 나를 도와주었던 여성들은 우주의 여신인 관음보살 전에 “돈을 주십사”기도를 하니 관음보살이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여성 불자들을 보낸 것이라 이해한다.

 

나는 요즘 관음전에 하는 기도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태어난 고향에 가서 죽는 게 소원이다” 괌음보살 님은 반드시 응답해주시리 믿는다. 고백하건대 나의 걸망 안에는 돈은 없고, 관음경(觀音經)만 있을 뿐이다. 독자 여러분도 불교의 여신 관음경을 읽고, 관음보살에 기도하시어 기이한 응답을 받아보기를 권장한다. bubchul@hotmail.com

 

필자/이법철.  스님. 시인. 불교신문 전 주필. 이법철의 논단 대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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