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계열사 직원에 ‘불량김치·와인’ 등 강매했다

공정위, 과징금 21.8억원 부과 결정

서정용 환경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19/06/22 [10:30]

  

▲ 공정위는 불량김치와 와인을 계열사 직원들에게 강매한 태광그룹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서정용 환경전문 기자

 

태광그룹이 총수일가 소유의 회사에서 김치·와인을 대량구매 하도록 전 계열사에 지시 해오다 공정위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태광」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8억 원을 부과하고 동일인,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조사 결과, 기업집단「태광」의 이호진 前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아래, 모든 계열사를 동원하여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생산한 김치를 고가(19만 원/10kg)에 무려 512톤, 95.5억 원어치를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46억 원)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총수일가 소유회사인 휘슬링락CC(티시스)가 생산한 김치를 고가에 구매토록 했다.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다.

 

2013년 5월 휘슬링락CC가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되어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의 실적까지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하였다.티시스는 SI, 부동산관리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주력기업인 태광산업 주식 11.22%를 보유하는 등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에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는 동일인 이호진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3년 12월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하여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휘슬링락CC는 2014년 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하여 김치를 대량 생산하였다.

 

한편, 휘슬링락CC는 김치제조·판매와 관련한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제36조), 영업등록(제37조), 설비위생인증(제48조) 등을 준수하지 않아 춘천시로부터 과태료 및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실무책임자는 형사고발되어 재판진행중이다.

 

김기유는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이 설치되자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원/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하여 구매를 지시하였다.임직원 수를 기초로 판촉수요까지 합하여 각 계열사에 구매량을 할당하고, 각 계열사는 부서별로 다시 할당하였다.

 

한편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하여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였다.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치는 10kg 단위로 포장되어 임직원 주소로 택배 배송되었다.또한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을 구축하여,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하였다.임직원들에게 김치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19만점)를 제공한 후 임직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소를 취합하여 휘슬링락CC에 제공했고, 김치를 모두 배송하고 나면 김치포인트 19만점을 일괄 차감하였다.

 

김치구매 포인트 상당의 금원은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하여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하였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하였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 기간(2014년 상반기~ 2016년 상반기) 동안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톤, 거래금액으로는 95.5억 원에 달했다.특히,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로 판매된 것이었다.

 

배추김치 씨제이 비비고김치 약 6,500원/kg, 대상 깔끔시원 김장김치 약 6,100원/kg, 알타리무김치) 씨제이 비비고총각김치 약 7,600원/kg, 한울 총각김치 약 7,200원/kg,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43.4%~56.2%)은 ‘16~‘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2~14.4배에 달함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을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구매토록 했다. 메르뱅은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다.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하였다.

 

더 나아가 2014년 8월에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설, 추석)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하였다.이에 각 계열사는 일사불란하게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하여 임직원 등에게 지급하였다.세광패션과 같은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여 와인을 구매하였다.

 

이 과정에서 태광의 모든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각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이 사건 와인거래는 중단되었다.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기간(2014년 7월~2016년 9월) 동안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한다.기업집단「태광」소속 모든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 원에 달한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5억 원*이며 이는 대부분 이호진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되었다.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7.5억원*이며 동일인의 처 등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되었다.

 

기업집단「태광」소속 모든 계열사들은 2016년 9월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되기 전까지 구매물량을 대폭 증가시켜오고 있었다. 거래객체인 티시스(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 가 상당하였다.

 

메르뱅의 경우 2008년 설립시 자본금이 1억원에 불과하였으나 2017년 7월 상증세법상 평가방식에 따른 지분가치가 무려 55억원에 달하였다.이러한 부당이익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행위주체인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1호(김치거래), 제4호(와인거래)가 적용되었다.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는 티시스(김치거래 제외), 메르뱅(와인거래 제외), 티알엔, 태광산업, 대한화섬, 세광패션, 흥국화재해상보험, 흥국생명보험,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티브로드, 티브로드동대문방송, 티브로드노원방송,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 티캐스트, 이채널, 한국케이블텔레콤이다.

 

행위객체인 티시스와 메르뱅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3항이, 사익편취 행위 지시·관여자인 이호진에 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4항이 적용되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와 이호진(동일인)에 대하여 향후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시정명령과 총 과징금 21.8억 원(잠정) 부과를 결정했다.

 

또한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법인과 이호진(동일인), 김기유(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각각 고발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하여 이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2013년 8월)된 이후 최초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제23조의2 ① 4호)을 적용하여 제재하였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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