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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단

서지홍 고문 | 기사입력 2019/02/19 [16:39]

▲ 서지홍 본지 고문

악마가 악행을 저지를 때, 그는 자신의 행동을 악행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악행이라고 의식 못할까? 대개는 자신의 행동이 악행임을 인식하는 것 같다. 그 악행 때문에 남들이 괴로워하는 걸 즐기는 듯 심술궂은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다.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행위만 보더라도 악마는 자신이 악마임을 잘 아는 것 같다.

 

자신이 악마임을 안다 함은, 자신이 본성상 악을 행하는 자임을 아는 걸 뜻하니, 스스로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알 게 분명하다. 요즘 정치를 보면 또 다른 악마의 얼굴을 보게 된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나라를 새롭게 바꾸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으나 반대하는 세력과 따라오지 않는 국민 사이에 방황하다가 서서히 악마의 길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갑자기 튀어나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가. 그것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역사에 기록하겠다는 의지로 시작됐으나, 여기도 여야의 정치적 견해가 달라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서 불을 지르면 상대 쪽에서는 오기가 생겨 악마의 본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악마의 길로 가는 상황으로 바뀐다.

 

5·18 유공자명단 공개 여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5·18 유공자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설 의원은 15일 "유공자라 함은 나라에 공을 세운 분들로 자랑스럽고 당당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공개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관계법안을 만들어 여야 공히 이 문제에서 명백한 유공자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실현된다면 유공자 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원천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전향적인 제안이다. 독립유공자와 달리 5·18 유공자 명단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법원 판결 등에 따라 공개가 차단돼 왔다. 이 때문에 '야권 정치인을 포함해 무자격자가 부정한 수단으로 유공자 자격을 얻어 특혜를 받고 있다' '유공자 자녀들이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아 무더기 합격되고 있다' '자녀 수업료 면제, 가스·전기료 감면, 국내선 항공기 요금 반값 등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린다.'는 등의 소문이 확산돼 왔다.

 

민주화 운동으로 총칼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나 부상을 입은 사람과도 동등한 혜택을 받는 정치인이 있다면 걸러내야 한다. 특히 5·18 당시 광주 근처도 가보지 않은 정치인, 또는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 무더기로 유공자 명단에 들어 있다면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 인물들과 5·18 유공자 측은 분개하지만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소문을 잠재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소문이 근거 없는 '괴담'임을 입증하려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유공자들이 합당한 심사를 거쳐 정당하게 유공자로 인정됐는지를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 유공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유공자에 대한 각종 예우에는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명단 공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명단 공개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이 납세자의 알 권리를 봉쇄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5·18 유공자를 계속 곤혹스럽게 할 뿐이다. 5.18 유공자와 다른 민주화 운동을 연계해서 유공자를 집어넣었다면 이 또한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유공자란 얼마나 성스럽고 위대한 공이 있는 사람인가. 몇 가지 혜택을 입으려고 억지로 명단을 집어넣은 사람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밝혀 유공자의 명예를 지켜줘야 할 것이다. 악행인줄 알면서 슬며시 숟가락 얹었다면 그냥 슬며시 숟가락 내려놓는 것이 정당하지 않는가. 억지로 뀌어 맞춰 혜택을 받아야 갰다면 솔직히 5.18 때 어디서 뭐했는지 솔직히 밝히고 유공자가 되어야 한다는 정당성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군인들 총칼에 목숨을 잃은 광주의 유공자들은, 또 명령에 복종하는 군인들의 희생에 숟가락 얹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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