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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박근혜 옥중 정치 가능할까?

‘박근혜 석방론’ 한국당을 도로 친박당으로 되돌리는 퇴행적 정치 행태

서지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2/09 [21:41]

▲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  ©김상문 기자

 

오는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박근혜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요 후보들이 박근혜 석방을 외치며 해묵은 친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더니, 이번엔 박 전 대통령 쪽에서 몇몇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면서 옥중정치를 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유영하 변호사의 전언이 사실인지 몰라도 박 전 대통령의 생각은 황교안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지금 상황을 보면 자유한국당 당권후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외면 한 사람들이다. 누가 면회를 가고 안 가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서 감옥으로 갈 때도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면서 숨어 지내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박근혜 석방 운운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다. 아무리 권력이 탐이나 전 대통령을 빌미로 당권 혹은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에 아연실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인지는 몰라도 자유한국당이 다시 박근혜 수렁에 빠져드는 형국인데,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개탄스러운 정치 행태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최근 박 전 대통령 석방론을 제일 먼저 꺼내든 이는 홍준표 전 대표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석방을 위한 국민 저항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는 박근혜 탄핵 당했을 당시 춘향인줄 알았더니 향단이더라라고 했던 사람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법에도 눈물이 있다.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무게를 실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박근혜를 극복해야 보수정치가 부활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일정 부분 선 긋기를 하고 있다. 세 후보 모두 어떤 형태로든 박근혜 문제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죽은 듯이 숨어 있던 사람들이 권력 앞에서는 그렇게 안면몰수를 할 수 있을까.

 

홍준표·황교안씨의 박근혜 석방론은 자유한국당을 도로 친박당으로 되돌리는 퇴행적 정치 행태다. 당내에서 상당한 세를 형성하고 있는 친박 세력의 표를 의식한 이런 언행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섣부른 사면·복권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되풀이해선 안 될 전철에 해당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 절차는 정치적 잣대에 흔들려선 안 된다. 박 전 대통령 쪽의 유영하 변호사가 방송에 나와 박 전 대통령 의사를 전달하며 주요 후보들에 대해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기 짝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옥중에서 측근을 통해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옥중정치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으로 탄핵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다시 정치에 개입하려는 건 한국 정치의 불행일 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당 대표 후보들은 철 지난 박근혜 마케팅에 기댈 게 아니라, 당원과 국민에게 보수 혁신방안을 소신껏 제시하고 떳떳하게 경쟁해야 한다. 지금처럼 친박 세력의 눈치나 보며 박근혜 감싸기로 돌아가면 또다시 국민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 서지홍     ©브레이크뉴스

이제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지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분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정치의 한가운데 불러들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황교안 전 총리의 면회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입을 빌려 지난 7일 공개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밑에서 법무장관·총리를 지낸 그는 친박의 지지에 힘입어 자유한국당 당대표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황교안을 친박에서 파문했다는 것은 황교안에게 좋은 소식처럼 들리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이 굳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두 가지다. 대통령 권한대행 때 탄핵으로 감옥에 가 있는 박근혜에게 전직 예우를 하지 않은 죄, 수인번호도 모르는 죄, 친박 파문이라는 박근혜의 옥중정치는 먹힐까? 무엇보다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대신 밀어줄 사람이 없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을 출당한 사람이다.

 

가뜩이나 북미정상회담에 공교롭게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날인 27일에 겹쳐져 이건 무언가 김정은과 교감이 있지 않나 하는 의아심도 갖게 하지만 그것은 가정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 자유한국당 당권 후보들은 표 때문에 잠시 박근혜 동정론을 펴지만, 경선이 끝나면 가차 없이 박근혜를 버릴 사람들이다. 황교안이 당권을 쥘 때도 그렇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다음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

박근혜라는 짐을 지고 갈 이유가 없다. 친박에 의한 친박 청산, 그가 내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포석이다. 그가 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안됐지만, 박근혜의 마지막 수도 실패할 것 같다.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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