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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시대 현장을 빛낸 위민(爲民)행정 달인들

요란한 구호행정 사라지고 마음 녹여주는 시구((詩句) 같은 구호 일품

정라곤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9/01/18 [15:34]

 

▲ ‘서울의 門’ 동대문구청 현관위에 붙은 시구((詩句) 같이 아름답고 따뜻한 표어     © 브레이크뉴스

 

신문기사를 보다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이다. 필자가 중앙행정기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직속 과장으로 모셨던 분인데 품성이 훌륭하였고, 지방자치 등에 대해서도 식견이 탁월한 유능한 분이었다. 특히 당시 내무부에 근무했던 공직자라면 서예가 한학자 집안의 송하철·송하진 형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두 형제는 행정고시 출신에다가 내무부 간부를 거쳐 간 지방행정의 달인들이다.

 

그 당시에 필자는 송하철(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과장과는 한 사무실에서는 함께 근무하지 않았어도 내력을 잘 알고 있던 터에, 송 과장이 지방으로 영전해 가고난 뒤에 전북도청 경제통상국장으로 근무하다 내무부 과장으로 온 송하진 지사와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인연을 가졌다. 그는 품성이 워낙 좋아 지방행정의 큰 일꾼으로 커가기를 기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민선 전주시장 두 번에다가 전북도지사에 재선했으니 경력으로는 4선의 중후한 자치단체장이 돼 위민행정의 선봉에 서게 됐으니 내 마음도 따라 기뻤다.

 

그런데 지난 6.13선거 전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시민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설날을 맞이해 희망의 메시지를 발송한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 돼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18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혐의를 벗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송하진 지사는 무죄를 받았다 해도 순간 실수를 반성하고 지방선거에서 70%넘는 지지로 당선된 만큼 앞으로 더욱 도정에 매진해 그야말로 도민을 위해 충직·봉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 브레이크뉴스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필자가 중앙행정기관 근무 당시 호남인 동료들과의 인연이 많았다. 당시 내무부가 전국구여서 최소한 고향 시장·군수 이상의 야망을 가진 젊은 공직자의 모임 터라 전국 출신이 많았음에도 함께 근무해 깊은 인연을 가졌거나 품성이 훌륭하다고 느꼈던 분들은 하나같이 전남·북출신이었다.

 

그 면면을 들어보면,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최인기 전 의원, 고인이 된 김흥래 전 행자부차관, 환경부장관을 지낸 이만의 전 장관,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장과 행자부차관을 지낸 조영택 전 의원, 독립기념관장(차관급)을 지낸 김주현 관장,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 등이다. 이들은 호남인으로서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 행정자치부 시절 사무관에서 과장, 국장, 차관보, 차관 등을 지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곁에서 지켜보고 느낀바로는 업무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격적인 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공직자로 같은 시기에 한 부처에서 호남인들이 동시에 근무했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중앙행정기관에서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호남지역 시도청과 시군에서 근무했던 유능한 공직자들도 더러 알고 있다. 필자가 도서(島嶼)업무 총괄지원 서기관 시절에는 전국 401개 유인도시 지원차 섬 현장에 자주 나갔는데 신안군 섬으로 출장 갔을 때 함께 동행했던 부군수 김종식(현 목포시장)도 그런 사례다. 고향이 전남 완도인 그는 그 후 민선 완도군수 3번을 지냈고 현직 목포시장이니니 민선단체장만 4번을 경험하고 있는 유능한 인사다.

 

그처럼 지방행정에 몸담고 박식했던 공직자를 알고 지내면서 내게는 유달리 호남인들이 많았던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할 정도다. 한때 지방행정 분야에서 동향인들끼리 선의 경쟁하면서 내로라했던 그분들은 공직을 떠나있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내무부 한 시대를 풍미했고, 현재에도 몇몇은 민선 자치시대의 참 일꾼이 돼 일선 현장을 잘 이끌어가고 있으니 필자의 기분마저 덩달아 좋다.

 

그런데 며칠 전 언론에 민선시대에서 한 자리에서 4선 이상을 한 단체장이 실렸는데, 서울시 구청장들의 이야기였다. 그들 중에는 성장현 용산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등 면면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앞서 말한 행정고시 등 전문공직자들이 아니라 자치시대가 거듭됨에 따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상과 실제와 결합된 값진 경험을 몸소 체득해 실천적 지방자치를 맛본 민선 구청장들이다.

 

이들 4선 이상의 서울 구청장들은 지역주민들에게는 잘 알려져 지방자치의 샛별로 인정받으며 구정을 이끌고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4선 구청장이 되기 전까지 서울시의회 의원 또는 구의원을 지냈으니 지방자치의 산증인으로서 자치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중후한 현직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장현 용산구청장만 해도 1991년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 용산구의회에 진출해 두 번의 의정활동을 했던 인물이고,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역시 서울시의원을 거쳐 민선 2기 구청장과 민선 5,6,7기 구청장을 연임하면서 갈수록 구민 마음을 얻고 능력을 발휘하니 특별한 케이스다.

 

성 구청장은 전남 순천 출신이 고향이고, 유덕열 구청장은 전남 나주 출신이니 이들 또한 호남인이다. 필자가 내무부와 행정자치부에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겪은 내무행정의 본질, 자치행정의 특성화에 배어있다고 손치더라도 내무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대단하다는 공통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터에 언급했던 쟁쟁한 호남인들의 아성이 지금도 남아있음은 존경할만하다.              

 
전국 지방행정구역 광역단체인 18개 시·도 가운데 종전에도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시도가 행정안전부(내무부·행정자치부) 소속하에 두었고,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도 행정구역 체계상 서울특별시는 여전히 국무총리실이 상급 감독기관으로 있어 필자가 오랫동안 서울시민으로 살았어도 서울시정에 관해서는 관심 밖이었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행정 사정을 잘 모르고 소위 ‘행정 달인’이라 소문난 구청장과 자치시대의 유명 인사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언론을 통해서 얻는 지식은 객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성 용산구청장이나 유 동대문구청장 등이 4선 민선 구청장으로서의 지방자치행정의 내외적 활약상에 관심이 없었지만 어떤 일로 자료를 뒤지다보니 이뤄낸 성과들이 대단했고 더더욱 이들이 호남인들이라니 묘한 생각이 든다. 앞서 이야기해온 내무부 출신 고위공직자 군들에 비견할 만했고, 지방자치시대의 실제적 주인인 주민을 하늘과 같이 알고 민심을 따르며 주민들과 동행하는 구청장들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요즘 지방화시대. 자치분권시대에 특색있는 구정행정으로 구민들의 인기를 얻는바, 성장현 구청장은 지방자치시대가 낳은 행운아이기도 하다. 기초의원에서 구청장 선거를 9번이나 치렀으니 그만하면 ‘선거9단’이라 불러줄만한데, 그에 힘입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으니 전국 기초단체장 중에서도 리더격이다.

미군이 주둔하던 용산기지가 용산지역의 보고(寶庫)가 되면서 국제적 규모의 공원으로 거듭날 일도 가슴 벅찬데 용산이 천지개벽 중에 있다. 그러니 성 구청장이 보란 듯 내세운 ‘세계의 중심, 이제는 용산시대’라는 캐치 플레이즈도 그저 보여주는 식이 아닌 것이다. 아직도 일부 구청이나 지자체에서는 단체장의 성과 알리기에 바쁜데 품격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 모 구청 현관 옆에 걸린 ‘구정 성과’ 자랑일색의 현판     © 브레이크뉴스



그에 비해 조용하면서도 행정의 내실을 다지며 구민들이 실제적으로 살기 편한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가서는 또 하나 지역은 ‘서울의 문’, 동대문구이다. 여기 수장(首長), 아니 머슴인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도 호남인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필자가 안 사실이지만 유 청장은 ‘2018년 최고구청장 지방자치 CEO대상’을 수상한바 있는 구민들의 성실한 심부름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대문구청은 2017년도 민원서비스평가에서 전국최우수기관 인증을 받은 민원행정 모범기관으로 2018년 민원행정에서도 겹경사를 맞았다. 바로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제9회 민원공무원의 날 행사’에서 ‘국민행복민원실’ 평가와 ‘원스톱민원창구 운영’ 두 분야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특히 국민행복민원실 운영 실적 평가와 관련해 수상하게 된 것은 서울시 전체 구청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사실 자치행정에서 근간은 주민복지와 지역개발에 있지만 도시행정에서는 지역개발이 어느 정도는 진척됐으니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살아가는 민원서비스다. 주민이 바라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이다보니 행여 행정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한 일로 고충민원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주민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 자치시대에 그 보다 중차대한 가치는 아마ㅜ 없을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주민들에게 질 좋은 행정 서비스와 민원서비스에 매달리고 있지만 단체장의 철저한 위민정신과 업무적 의욕, 세심한 살핌이 없으면 현상유지는 할 수 있어도 전국 최고의 평판은 듣지 못할 것이다. 

 

대개의 자치단체장이 실적을 자랑하기가 바쁜데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2018년 최고구청장 지방자치 CEO대상’을 수상했으면서도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보도들은 한결같이 주민의 공으로 치켜세우고 있으니 업무적으로는 유능하고 대인관계에서는 겸손한 편이다. 이렇게 까지 잘 할까? 관심이 간다. 동대문구청 현관 위에 걸린 ‘같이 걸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처럼 우리 삶에 따스한 것은 없다’는 시구같은 현판을 보아서도 구정의 높은 품격을 알 수가 있다. 

 

▲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 브레이크뉴스


필자는 경상도 동해안에서 자라나 면사무소와 동사무소, 구청, 경북도청을 거쳐 1979년도에 내무부에 근무하면서 숱하게 업무능력과 품성을 갖춘 유능한 행정가를 보아왔다. 그 가운데 인정하며 따랐던 분들은 거의가 호남 출신들이고, 중앙행정기관에서 많이 담당했던 업무들이 섬 개발지원, 지방자치 등에서 호남지역과 연계가 많았다. 기라성 같은 인맥 숲 속의 호남인들이 과거와 현재에서 지방자치 현장을 누비면서 금자탑을 쌓아왔다. 강산이 바뀌는 세월이 흐른 현재에도 그 사람들의 열정 덕분에 지방행정 기반이 이렇게 닦여진 게 아니가 하고 혼자서 생각해보기도 한다.

 

▲ 정라곤 칼럼니스트·시인     © 브레이크뉴스


어느 분야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려면 시간적, 투자적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유능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육성하는데 약 100억원 비용이 들어가고 시간도 십수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방자치의 역량있는 인재 양성도 마찬가지다. 내무부를 거쳐 간 역량 있는 숱한 지방행정 전문가들도 그러했겠지만 현직에 있는 민선 단체장들도 마찬가지 경우다.

 

문제는 서울의 역량있는 3,4선 구청장들이 임기가 끝나면 특별히 정계에 뛰어들지 않는 한 현직을 마감하게 되는데 지방자치 행정에서 뼈가 굶은 필자의 의견으로 볼 때에 큰 아쉬움이다. 그만한 능력을 갖춘 자치행정 대가들이 60대 후반에서 그 경륜을 바탕으로 할 일이 많고 구민의 큰 사랑을 받았으니 더욱 정진할 만도 한데 말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같은 경우는 그간 20년 넘게 자치현장을 밟으며 숱한 능력을 증명한 유능한 인사로 내리 3선이니 이번이 자치행정의 마지막 봉사기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구민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자치현장을 통해 체험한 노하우를 그대로 끝나기는 아쉽지 않을까. 나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언론보도를 보고 뒤늦게 안 서울 구청장들의 면면, 그 중 빼어난 호남인들의 자치현장 활약상은 앞서 언급한 내무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방행정의 대가들과 더불어 박수 받을 만하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 칼럼니스트, 시인, 전 내무부․행정자치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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