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는 웃음과 행복 상징 "마스카라 축제가 있다"

<필리핀 현지르포>‘늘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 바칼로드市 축제를 다녀와서(1)

손경찬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2/07 [13:33]

일의 형세가 완전히 뒤바뀜을 의미하는 ‘반전(反轉)’이라는 말을 평소 실감하지 못했는데 지난 10월 말 필리핀 바콜로드시에서 펼쳐진 「마스까라  페스티벌 2018」(MASSKARA FESTIVAL 2018)을 보고서 필자가 느꼈다.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 잘 돼가던 일을 완전히 망치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이 실의에 빠져 있던 중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지역의 ‘희망’을 일궈냈으니 반전이 아니고 무엇이겠으랴!

 

필리핀의 마스까라 페스티벌이 꼭 그렇다. 사탕수수 흉작과 대형 인명사고로 실의와 침체에 빠져있던 도시를 구해내고, 어깨가 처진 시민을 위로하기 위해 ‘웃음’을 창안해 낸 시민축제가 크게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이제는 필리핀 최고의 지역축제가 됐고, 세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축제로 자리잡았으니 완전 대박인 셈이다. 

 

▲▲필리핀 최대축제인 <마스까라 페스티벌 2018> 장면.  ©브레이크뉴스

▲축제구경 나온 관람객들이 바콜로드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마스까라 페스티벌 참가팀들의 공연 장면을 배경으로 한 필자   ©브레이크뉴스


 

매년 10월초부터 10월 말까지 3주간에 걸쳐 필리핀의 네그로스섬 바콜로드 시에서는 마스까라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올해로 30여년 째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축제, 마스카라 페스티벌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함으로써 훌륭하게 극복한 축제였으니 필리핀사람들의 긍정적인 성격도 함께 녹아든 유명 축제이다.

 

바콜로드시가 소재하고 있는 서(西)네그로스주 일대는 필리핀 최대의 사탕수수 밭이 있는 설탕산업의 중심지이다. 1970년 후반부터 사탕수수 가격이 떨어져 섬 전체 주민생활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중 1979년 사탕수수를 싣고 가던 MV 돈후안 선박이 침몰돼 선원, 주민 등 700명이 사망하는 등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1980년 사탕수수 가격의 폭락으로 바콜로드 시의 경제위기가 닥쳐왔으니 엄청난 시련이었다.

 

평소 긍정적인 성격의 필리핀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거듭된 재앙으로 시민들은 웃음기를 잃었고, 먹고살기조차 각박했다. 이 때 바콜로드시 예술협회가 나서서 ‘늘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는 기원에서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자는 제안으로 가면축제가 벌어졌는데 이것이 마스까라 페스티벌의 시작이 됐던 것이다.

 

지금은 필리핀 최대의 지역축제로 자리잡았지만 시작 초기 한때는 석유파동과 태풍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상인, 주민단체들이 나서서 시청과 시의회를 설득했다. 이 행사에 관심이 많던 당시 바콜로드시 에벨리오 R. 레오나르디아 관광청장(현 바콜로드시 시장)이 시민들과 합심해 이 행사를 살려내고 명성을 떨쳤던 것이다.

 

어려움이 닥쳐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웃음을 주자고 시작한 마스까라 페스티벌이 이제는 필리핀 국가를 벗어나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고 있다. 그 성공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역예술인들의 단합된 힘과 주민들과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섬나라 사탕수수의 고장인 필리핀 바콜로드시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대구시 서구청과 자매도시 결연을 맺어 문화·예술, 관광 등분야에서 우호증진을 하고 있는 터에, 바콜로드시와 지역예술단체가 이 행사를 세계적인 행사로 굳건히 뿌리내리기 위한 세계도시의 문화예술단체와 의 교류와 홍보활동에 나섰다. 그 조치의 일환으로 바콜로드시장의 초청으로 대구에서는 대구예총 김종성 회장과 정책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필자가 세계적 행사에 참관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되어 우리일행은 대구공항에서 밤 비행기로 타고 4시간 반이 걸리는 필리핀 세부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 정도 걸려 바콜로드 실라이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이른 시간에 현지에 도착하는지라 걱정이 많았는데 도착하고 보니 바콜로드 시직원 3명이 우리 일행을 마중 나와 있어서 안도했다.

 

곧장 우리가 머물 호텔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아침 일찍 거리를 나왔는데 축제로 거리가 인산인해다. 이 지역뿐 아니라 필리핀 전역과 외국관광객들로 이른 아침부터 바콜로드 도심의 거리는 붐볐는데 발 디딜 틈이 없고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다. 얼마만큼 이 페스티벌이 인기가 있는지 필자는 실감했다.

 

▲▲바콜로도市의 마스까라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대통령의 인사 장면. ©브레이크뉴스

▲마스까라 페스티벌에서 <북청사자놀음> 공연팀과 함께 (중앙이 필자). ©브레이크뉴스

▲▲마스까라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아이돌이 공연하는 장면.    ©브레이크뉴스

 

우리일행은 시청 안내자들과 함께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축제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인파 틈을 비집고 축제장으로 갔다. 벌써 축제팀들의 여러 가지 묘기가 펼쳐지고 있다. 축제기간 중에는 매일 행사가 벌어지는데 예선을 거쳐 뽑힌 15개 팀 가량이 본선에서 기량을 펼치며 경쟁하니 참가팀들의 현란한 공연이 더욱 멋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팀당 참가자수가 100~200명 정도인 참가팀에서는 10분 정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묘기를 뽐낸다. 지금 거리에서 공연시합을 하고 있는 팀들은 본선부대에 올라온 팀들이니 상당 수준의 묘기를 보인다. 참가자들의 나이를 보니 10대 청소년부터 50대 중장년으로 보이는 참가자들도 있다. 이들은 축제 몇 달 전부터 팀웍을 이뤄 공연과 퍼레이드 연습에 몰입한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마스까라 퀸 미인대회, 거리댄스대회, 푸드 페스티발 등 페스티벌 종목에 흥미를 가지면서 참가자만큼이나 가면과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댄스팀 뒤를 따라가면서 춤추고 있다. 공연 참가자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일체가 되니 축제의 맛과 흥이 더 나게 마련이다.

 

어느 축제든 간에 축제공연자뿐 만아니라 시민과 관람객들이 함께 어울려야 신바람 나는 축제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어우러져 바콜로드 시내 2㎞를 춤추면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서, 필자는 문득 1년전 일본 시즈오카 시에서 개최된 <월드컵 인 시즈오카 2017> 축제가 생각났다.

 

시즈오카 축제가 주최측인 시민조직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이 우러나온 시민친화적․관람객중심적인 축제였는데, 거리축제의 진수(眞髓)로 소문나 있다. 그처럼 바콜로드의 마스까라 축제도 시민중심․관객중심이었으니 유명축제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지닌 대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낮에 거리행진을 하며 참가팀들이 온갖 묘기를 보여주는 것도 볼만하지만 야간축제도 볼거리가 많다. 야간행사시에는 도로를 막고서 퍼레이드차량으로 개조한 차량위에 악기들을 올려놓고 또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도 특이하다. 그 위에서 참가 공연자들이 춤을 추면서 퍼레이드를 하면 많은 관람객들이 차량 뒤를 분위기를 즐기며 함께 춤추며 흥겨워하는 모습은 공연자와 관람자들의 완전 일체감을 이룬다. 필자는 세계 여러나라의 축제장에 가보았지만 여기 축제행사에서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함께 즐기는 축제다보니 그 규모나 모여든 사람들의 숫자에 필자는 새삼 놀랐다. 

 

거리 퍼레이드가 끝나고 우리일행은 시민광장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만찬을 곁들인 2부순서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행사였다. 한국행사로 북청사자놀음, 안동탈춤, 아이돌 그룹 ‘라이언 파이브’(Lion Five)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한국인을 좋아하는 에벨리오 R. 레오나르디아 바콜로드시장이 직접 참관하고 공연팀들을 격려해주었다.

 

특히 관람객들이 다섯 청년들,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라이언 파이브 젊은 아이돌의 춤사위가 벌어질 때마다 관객들이 함께 따라 하기도 하고, 춤이 끝날 때 보내는 박수와 환호성은 격렬했다. 어울려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모습은 필리핀에서도 여전하니 이 모습을 본 필자는 한국인으로 자긍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한국의 아이돌(라이언 파이브)이 열광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세계탈문화 예술연맹 필리핀 총회 기념 행사장에서(왼쪽 두 번째가 필자, 일곱 번째 바콜로드시장)     ©브레이크뉴스

 

이날 무대에서는 또 다른 행사가 있었다. 세계탈문화 예술연맹이 지난해 10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한 2017세계탈문화예술연맹 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일곱 번째인 2019 총회 예정 개최지가 필리핀 바콜로드시로 결정된 쾌거를 축하하기 위한 간단한 의식이었다. 바콜로드 시장이 그 내용을 알렸고 축제장에 참가한 관람객들과 주민들은 함성을 올렸다.

 

세계적인 웃음 축제를 보기 위해 새벽 일찍 바콜로드시에 도착하고서 잠자거나 충분한 휴식시간 없이 강행군한 마스까라 페스티발에서의 축제 경험은 필자를 더욱 들뜨게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내일 피날레의 날에 또 어떤 좋은 일들이 전개될까 기대하면서 필리핀 섬나라에서의 첫날밤을 보낸다. (2편에서 계속 연재)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시인. 수필가. 대구예총 정책기획단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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