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연극이 끝난 후 발견한 것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와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나성재 문화전문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2/07 [10:06]

"오! 인생이여~~ 삶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니 그 짧은 순간을 이해하지 못하겠네
혹 어떤 이는 자신이 고관, 누구는 검사라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황제라고 한다네.
하지만 그 자신이 인간 인간인 것은 잊고 살지 잠시 동안 행복했었다고 믿을 뿐
너의 눈에 비치는 피곤과 가슴속에 품었던 꿈은 어디 꿈은 어디
그러한 네 인생이 두렵구나!"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홀스또메르”에 나오는 “오, 인생이여”가 마지막 피날레 울려 퍼진다. 열 여섯 명이 부르는 비장한 합창과 함께 전체 조명이 꺼졌다. 밝은 빛과 뜨거운 박수가 무대에 내려앉았다. 이렇게 우리의 연극 “생(生)과 사(死)”는 막을 내렸다.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무대 “생(生)과 사(死)” 한 장면.     ©브레이크뉴스

▲ 생과 사, 감정연기를 하고 있는 필자(오른쪽).  ©브레이크뉴스

▲연극 “생(生)과 사(死)” 리허설.    ©브레이크뉴스

▲연극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브레이크뉴스

연극 전날 총 리허설이 정오부터 저녁6시까지 이어졌다. 합창을 할 때는 온 몸의 근육과 세포들이 함께했다. 연기 연습 할 때는 감정에 푹 빠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감정은 그냥 올라오지 않았다. 상상력과 온갖 근육과 세포들이 서로 만나 쥐어 짜내야 비로서 진실함이 올라왔다.


어둠이 내려 앉을 때쯤 집에 돌아왔다. 평소와 다른 길고 혹독한 연습 시간이었다. 몸은 천천히 가라 앉았다. 마음에서는 의심이 빠르게 올라왔다. “내 몸이 못 버틸 것 같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끝나고 나면 앓아 눕고야 말겠어! 대충 대충해 버릴까?” 이런 생각들이 순간 나를 지배했다. “여보 무슨 취미 생활을 죽자사자해!”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아내의 핀잔이 달콤한 유혹처럼 느껴진다.


나는 내 마음 속에 세워진 벽에 부딪혔다. 의심이 안 일어난다면 끝까지 밀어 붙인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나는 황량한 그 벽 위에 올라섰다. 사나운 의심과 불안이 나를 주저앉으라고 몰아 붙인다. 생각이 교차한다. 적당히 타협도 하고 싶다. 아내의 말처럼.
           
공연 당일 공연장에 도착했다. 무대에 오르기까지 8시간이 남았다. 다시 연습이 시작되자 고갈된 에너지와 함께 의심이 또 다시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무대에 올라와 있는 순간은 에너지로 꽉 차게 된다. 동료 연기자들의 격려가 끊임 없이 이어진다. 대사를 응용한 재치 있는 말과 독특한 말투를 흉내 내면서 전체 에너지가 올라간다. 초콜릿, 과일 그리고 삶은 달걀을 서로 챙겨준다. 더 좋은 연극을 위해, 더 좋은 우리 자신이 되기 위해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이 전달 된다.
        
다시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선생님이 최악의 무대라고 혹평을 한다. 대사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소품을 챙기지 못하고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고 있었다. 선생님 말 한마디로 다시 정신줄이 팽팽해진다. 선생님은 찬사와 혹평을 번갈아 보내며 우리를 조이고 기름칠 했다. 능숙한 조련사처럼 선생님은 마지막 결승선까지 때로는 긴장감으로 때로는 자부심으로 우리 연극팀을 끝까지 인도했다.
 
        
나 혼자 있는 시간에는 조용히 내게 힘을 주는 음악을 반복해서 들었다. 마음의 평정과 삶의 설렘을 상기시켜주는 노래를 들으며 내면을 에너지로 꽉 채웠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굳게 세워 놓은 벽을 뛰어 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그 벽에 가려져 있던 내가 생각했던 나보다 더 큰 나가 있음 발견했다. 의심을 뛰어넘자 내 안의 큰 힘이 다가왔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이 정해놓은 한계와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장벽을 뛰어 넘어야한다. 이것이 진정한 성장이다. 이 장벽을 뛰어 넘도록 도와 주는 것은 같은 꿈을 함께한 동료, 이끌어주는 멘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 내면의 힘을 믿는 것이다. 사람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을 해야한다. 그래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길 테니 말이다. sjn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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