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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육교사 죽음은 학부모+언론+사회가 죽인 건 아닐까?

김포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살을 보고 어린이집 운영 제도를 되돌아본다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0/16 [16:53]

 

▲ 이계홍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사고가 터질 줄 알았다. 일방적으로 보육교사가 매도되는 세상에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언젠가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성깔난 갑질 맘들 때문에, 언론매체의 일방적 매도 때문에, 국가가 보육교사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풍토에서 일선 보육교사들이 견디다 못해 극단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해오던 터다.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김포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지난 13일 새벽 3시쯤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마당에서 김포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 A(37·)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한 김포경찰서가 엘리베이터 CCTV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A씨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 13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시신 옆에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몇날 며칠 얼마나 속앓이하며 떨었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가 치민다.

 

A씨는 인천 김포지역의 맘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에 자신의 신상이 공개되고 아동을 학대했다는 항의를 받은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글의 작성자는 11일 인천의 견학 행사장에서 "교사가 아이를 밀쳐 넘어졌는데도 일으켜세우지 않았다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그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었다고 썼다. 이 내용이 인천 김포 지역 인터넷 맘 카페에 퍼지면서 해당교사 실명, 사진이 공개되고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올랐다. 아동의 이모가 어린이집으로 찾아가 항의하는 중 원장과 부원장, A교사가 사죄했는데도 물잔을 해당교사에게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따져보자. 아이들끼리 다투다 할퀸 자국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CCTV를 보자며 달려가 항의한 엄마들이 있다. 유독 울고 불고 밥도 안먹고 똥오줌 안가리고 떼쓰는 아동이 있다. 이때 순간적으로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생길 수 있다.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기르면서 겪었을 경험들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니 참아야 할 것이지만, 품성넓은 교사라도 참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자도 약점많은 인간이다.

 

그런데 아이를 쥐어박았다는 것이 드러나면 언론부터 학대 운운, 난리 법석을 떤다. 언론이 부채질하니 학부모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학부모가 억울함을 호소하면 언론이 또 요란하게 뒷북을 쳐준다. 이때 국가는 뒤로 물러서고,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나쁜 교사는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마녀사냥하듯 무조건 몰아붙이는 풍토에선 보육교사들이 설 자리는 없다.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뒤 학부모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받은 A교사가 예비신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A교사의 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씌어있었다고 한다.

 

-*(어린이 이름)야 넘어졌을 때 선생님이 못일으켜서 미안해.

(아이)이모님의 원망 안고 가겠습니다.

선생님들과 원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해주세요.

엄마 미안해.

*(약혼자로 보임)이 미안해.

 

*야 그때 일으켜 세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떠난 그에게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마녀사냥으로 마구 두둘겨 패면서 분풀이한 우리가 그녀 죽음의 공범이다. 마음 착하고 여린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우리가 어쩌면 공동정범일지도 모른다.

 

지금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가 국민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래서 보육교사의 죽음도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사립 유치원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보육교사 죽음이 묻혀서는 안되는 이유는, 그것이 안고있는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권이 너무도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대안을 생각해보자.

 

첫째, ‘갑질 맘들의 폭력성이다. 특히 맘 카페는 임계점을 넘었다고들 한다. 익명성의 뒷전에서 인신공격적인 폭로와 근거도 희박한 내용을 가지고 험담과 악담들이 나오고 있다부당한 것을 캐내는 경찰관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소문을 확대재생산하면서 갈등을 유발하고, 일부 거친 학부모는 어린이집에 찾아가 항의까지 한다.

 

이번의 경우, 진상규명이 안난 상태에서 신상을 털어 A교사를 비난했다. 물론 남의 자식이 당했다면 내 자식도 언젠가 당하지 않을까 하는 공동 위기의식으로 폭발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제대로 내용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고통을 주고, 당사자는 괴로운 나머지 끝내 목숨을 버렸다면 맘 카페의 역기능을 심각하게 되돌아볼 때가 되었다.

 

둘째, 어린이집 보육비는 100% 국가가 지급한다. 그래서 학부모가 더 당당하다는 얘기가 있다. 나라에서 100% 지원받는 어린이집에서는 당연히 내 자식 100%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인식. 이로인해 집에서 놀면서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가가 아이를 다 알아서 해준다는 인식은 때로 엄마의 도덕적 해이를 안겨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보육비의 10% 정도는 학부모 부담으로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내 자식 키우는 데는 직접 내 돈이 들어간다는 인식이 보편화돼야 애정과 관심도가 높아지고, 소속감과 연대감이 증폭되며, 교사 귀한 줄도 알게 될 것이다. 엄마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방편도 될 수 있다.

 

셋째, 언론의 보도태도다. 어린이집에서 사고가 났다 하면 무조건 보육교사부터 두둘겨 패는 비판부터 한다. 보육교사는 나쁘고 학부모는 피해자라는 등식이다. 참 쉬운 관점이다. 심층적으로 보려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교육 담당 기자들이 어린이집 체험을 며칠씩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통제불능의 아이들이 떼쓰고 울고불고, 밥도 먹지 않고 버티고, 똥오줌 가리지 못하는 현장을 지켜보기를 바란다. 교사도 인간이다. 어질고 자애로운 교사일지라도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때 해당 어린이를 한 대 쥐어박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인간적일지 모른다. 서로 역지사지의 눈으로 볼 필요가 있다. 기자들의 어린이집 체험은 균형감있는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넷째 정부의 안이한 태도다. 사고가 나면 보육교사에게 먼저 책임을 돌리고, 그들은 뒤로 빠진다. 그러면서 감독권 강화의 칼을 뽑아든다. 국민의 세금을 관리하는 것이 칼만 뽑아들면 해결되는가. 교사들은 대개 대학 유아교육과를 나온 젊은 선생님들이다. 그래서 다소 서투를 수 있다. 감독권만이 능사가 아니라 교사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억울한 면이 있으면 출구를 열어주고, 교사 처우와 복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들에게 '무한 리필'의 사명감과 책임감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 역시 수고하는 그들에게 '무한 리필'의 위로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맘 카페에 대한 자율 규제를 견인해야 한다. 맘 카페의 역기능은 여러차례 거론되었다. 신성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맘 카페일수록 성숙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에 대한 교육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맘 카페가 해야 할 일은 많을 것이다.

 

내 자식 귀하다는 이유 하나로 밑도끝도 없이 상대방 인격을 밟는 것은 폭력이다. 자살한 그 보육교사도 누군가의 애틋한 자식이다. 내 자식 귀한만큼 그도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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