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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정상회담 특집 2] '백두산 등반'이 의미한 남북 동행

백두산 동반 등반은 '같이 걷기' 제안

황인욱 기자 | 기사입력 2018/09/20 [17:22]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브레이크뉴스 황인욱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20일 백두산 장군봉 등반에 이어, 천지 산책을 동행했다. 두 정상 부부의 백두산 동반 등반은 ‘9월 평양공동 선언’이 보여주는 같이 걷기 제안과 닮아 있다.

 

남북정상회담 3일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은 전날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백두산 일정을 수행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6시 39분 백화원 영빈관을 떠나 북측 군의 호위를 받으며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고, 오전 7시27분 공군 2호기를 타고 출발해 오전 8시20분에 삼지연 공항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김 위원장 부부가 삼지연 공항에서 문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고, 공식·특별수행원도 백두산 방문에 동행했다.

 

이어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오전 9시 33분께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도착했다. 장군봉에서 두 정상 부부는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봤으면 좋겠다. 분단 이후 남쪽에선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김정숙 여사도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다”고 말해, 한반도의 평화로운 공존을 기원했다.

 

▲ 평양방문 3일째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의 안내를 받으며 20일 화창한 날씨 속에 백두산 천지를 방문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알려져 있듯 백두산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김 씨 일가에게 뜻 깊은 장소로 여겨진다. ‘백두혈통’이라는 말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가계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의 언론을 비롯해 북한 주민들에게 백두산은 김 씨 일가와 짝지어져 ‘혁명의 성산’이라 불린다.

 

이를 반영하듯 김 위원장은 정치적인 고민이 있을 때면 늘 백두산을 찾았다. 지난 2013년 12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기 직전과 2014년 11월 김정일 위원장의 3주기 탈상을 앞둔 시점에 김 위원장이 최측근 인사들을 대동하고 백두산을 찾은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백두산 등반을 문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한 것은 눈여겨 볼 점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후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입장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장소로 초대한 건 백두산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조선노동당사에서 남측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북측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동석 하에 첫 번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남북 정상이 조선노동당사에서 회담한 것도 최초의 일이지만 ‘북한 권력의 심장부’인 조선노동당사가 국내 언론에 공개된 것 자체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내보여주기’는 기존에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가지고 있던 불신을 해소시키고 정상회담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비롯한 주요한 의제들의 구체적인 결과들을 도출해낼 둘째 날 회담에 앞서 조선노동당사에서 회담을 진행함으로써 신뢰라는 포석을 깔아놓았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문를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러한 포석 위에 19일 있던 2번째 정상회담에서 ‘9월 평양공동 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가 이뤄졌다.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완전한 비핵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적으로 폐기를 명시한 9월 평양공동 선언과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확보된 상태에서 두 정상이 선언문에 서명해 한반도 정세의 큰 파급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9월 평양공동 선언에서 반복해서 나오는 말은 ‘적대관계 해소’와 ‘함께’이다. 선언문 6항에서는 김 위원의 서울 방문도 명시돼 있다. 이는 9월 평양공동 선언이 남북의 ‘동행하기’를 키워드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아울러 9월 평양공동 선언과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가 이뤄지고 두 정상의 기자회견 직후 속보로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반 제안이 알려졌다.

 

이는 9월 평양공동 선언의 연장선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고 동행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땐 데칼코마니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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