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시인의 <농담>은 왜 '농담'인가?

민윤기 시인 | 기사입력 2018/08/10 [14:35]

▲ 민윤기 시인.     ©브레이크뉴스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도 쇼에게 신문기자가 물었다.
“선생님이 평생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입니까?”
버나드 쇼의 답변.
“현금출납부올시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용수로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사도라 덩컨이 미국을 방문한 극작가 버나드 쇼를 만났다.
“선생님, 저랑 결혼하면 선생님의 두뇌와 나의 외모를 닮은 아이를 낳을 텐데, 저랑 결혼해주셔요.”


추남에 가까운 버나드 쇼의 멋진 응수. 
“나의 외모와 당신의 두뇌를 닮은 아이를 낳으면 어쩌시려구.”

 

이런 수준의 고급 유머를 구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see 잡지를 만드는 인연으로 적지 않은 시인들을 만나고 있는데, 시인들에게 좀 부족한 게 ‘유머 감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박한 세상이다. 우리 사회는 모두가 으르렁거리는 ‘적’들로 둘러싸여 있는 듯하다. 실없는 농담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알 맞는 적당한 유머를 하며 살았음 좋겠다. 농담은 윤활유 같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시인이 한두 명 끼면 분위기 깨진다고 말하는 까칠한 언론계 후배도 있다.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늘 부족하게 느끼는 점도 '유머'다.  (존경하는 오탁번, 천양희 시인은 예외다).

 

우리나라 시인들은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겁고 심각하다. 마치 도덕이나 윤리선생님을 만나는 느낌이다. 가끔은 조금 헐겁고, 빈틈이 많고, 우스꽝스럽고, 가볍고, 어리버리한 시들을 읽고 싶다. 아마 농담은 고래를 춤추게 할 거다. 그런 뜻에서 요즈음 젊은이들이 참 좋아하는 이문재 시인의 시 「농담」을 소개한다. (그렇다고 내용에 농담이 나오는 시는 아니다.)

 

진지한 주제를 농담처럼 하는 장치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시기 바란다. 이문재 시인은 왜 제목을 농담으로 붙였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는 시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시「농담」전문. 시집「제국호텔」(문학동네,2017)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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