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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정배 의원, 잊혀진 신세된 민주평화당 "파격적 변화"

“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개혁선도 정당으로 우뚝 서야” 주장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7/17 [17:56]

 

▲ 천정배 의원.   ©브레이크뉴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광주 서구을) 하면 원칙이 투철한 개혁의원으로 통한다. 5선 중진이지만 신인 같은 의기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그를 인터뷰한 16일에도 그는 개혁입법연대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국회 개혁적 의원 157명은 보수 야당의 횡포를 미연에 막고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개혁입법을 마련하는 데 절묘한 수치인데 더불어민주당의 어정쩡한 봉합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 상임위를 배정받은 천 의원은 DJ의 상속자인 민주평화당이 앞으로 대북한 문제에 관한 한 현 집권세력보다 더 적극적인 대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개혁입법연대의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말했는데....

 

걱정했던대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수뇌부는 기존의 관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촛불혁명의 입법적 완성을 위해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제어할 의지와 배짱이 없었던 것이다. 매우 안타깝다.

 

천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에 대한 논평을 내놓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개혁입법에 관한 한, 자유한국당과도 일종의 대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자유한국당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면 다행이겠지만, 개혁입법 자체가 무산되거나, 된다 하더라도 극히 미온적으로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법사위원장을 내주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더 나아가 단순히 국회 입법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이 대연정식으로 흘러 개혁을 후퇴시키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최근 경제정책 등에서 나타난 일련의 보수화가 문재인 정부의 개혁 후퇴에 맞닿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개혁입법연대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정부 1년여 동안 안타깝게도 개혁입법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이렇게 가면 국회 임기가 2년 동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것은 촛불국민혁명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지난 재보궐 선거 결과 국민들께서 개혁세력에게 157석을 만들어주셨다. 이 숫자가 굉장히 중요한 숫자"라며 "157명의 의원이 개혁입법연대를 만들어 국회의 하반기 상임위 원구성과 국회의장단을 뽑는 원구성을 제대로 하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모든 개혁입법을 완벽하게 이뤄낼 수 있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157명이라는 의원 숫자를 통한 개혁입법 연대를 포기함으로써 각 상임위 구성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일일이 상임위별 소속 분포를 열거했다. 그가 소속한 외통위는 물론 야당이 가져간 법사위와 이밖에 정보위, 행안위, 국방위 등 개혁과제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임위가 과반수 개혁 위원을 채우지 못해 개혁입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저항을 받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주요 개혁과제를 구제척으로 지적한다면?

법사위를 보자. 검찰·경찰개혁법을 비롯한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이 있을 것이다. 정보위는 국정원 개혁, 국방위는 기무사 개혁, 이밖에 각 상임위별 재벌개혁, 세제개혁, 공정거래법 개정, 주택임대차 및 하도급 개선 등 민생경제법 개혁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개혁 법안들을 157명의 의원들이 연대하면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는데 민주당의 의지 결여로 수포로 돌아갔다.  민주평화당은 DJ정신을 상속받은 정당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DJ정신의 바탕인 남북문제에 뚜렷한 발언이 없다.

 

 

-남북 문제에 대한 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문제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북미 정상회담의 환경을 만들어준 역할은잘한 일이라고 본다. 이 문제는 일관된 신념의 문제일 것이다. 끈질기고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쟁이 날 것처럼 공포감이 한반도 상공을 쪄누르고 있었는데, 또 어느새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금방 평화가 정착될 것처럼 분위기가 들떠 있었다. 그러나 둘 다 아니라고 본다. 감정의 문제를 냉철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 북미간의 줄다리기가 진행되자 실망의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단숨에 해결되는 것은 없다. 긴 호흡으로 갈 필요가 있다.

 

천 의원은 북한 비핵화에 따르는 북의 권력과 체제를 여하히 보장해주느냐는 문제가 걸려있다면서 구체적 방식과 절차, 상호 이해의 냉철한 관점, 미래 세대에게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후손들의 생명의 안전과 번영에 기여한다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내심을 갖고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남북 문제는 남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온만큼 균형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윈윈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외교역량이 높아서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상호 평화 번영의 길로 가자고 나선 이상 협력해야 할 것이다. 큰 틀에서 중국의 쌍중단 쌍병행은 맞다고 본다.

 

그는 또 이해당사국들이 북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이 완전하게 북의 체제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북한의 권력기반이 위태로우면 위험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 북한을 붕괴와 압박과 위협의 방법으로, 군사경쟁의 방식으로, 또는 경제적 봉쇄로 고립시킨다는 전략은 비현실적이다. 실질적으로 핵능력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손들고 나오겠는가. 대안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며,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 통일을 강조하는 시대가 아니다. 두 개의 특수한 주권국가가 존재하고, 그 가운데서 평화를 유지하고 공동 번영의 길을 찾으면 된다.

 

▲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광주 서구을) 하면 원칙이 투철한 개혁의원으로 통한다. 5선 중진이지만 신인 같은 의기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6.13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해 민주평화당의 존재감이 사라진 느낌이다.

 

어떤 대중가요의 제목처럼 우리는 잊혀진 신세가 되었다. 버림받은 것보다 더 비참한 것이 잊혀진 신세라고 한다. 자성 이상의 그 무엇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잊혀진 신세가 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근본적 원인은 모든 의원의 지역구가 호남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좋은 의미든 아니든 호남당이라는 지역당 프레임에 묶여버렸다. 비호남에서 그런 틀 안에 가두고 묶었지만, 우리 내부의 패배주의도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사례를 설명했다.

 

주지하다시피 예전 민주당은 호남에 기반을 둔 개혁정당이었다. 부산에서도 어디서도 개혁적 정당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대구는 말할 것 없고, 부산 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나서면 떨어진다. 호남당이라는 이유로 유권자들이 배척했기 때문이다. 이런 고립의 공포가 해당 지역 출마자에게 영향을 주고, 해당 지역 민주당도 타격을 받았다. 이런 고립의 포비아(공포감)가 알게모르게 호남 자체에도 형성되었다.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당하면 어쩌나 하는 패배주의가 만연했다. 스스로를 가둔 셈이 되었다.

 

지난 20대 총선 때, 국민의 당 돌풍이 일었다. 정당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이는 안철수와 함께 간 결과물이었다. 안철수로 인해 전국정당으로 인식된 효과를 본 것이다.

 

천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선 것을 지난 총선 무렵 광주 유권자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 DJ 주도의 민주당이 영남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면서 민주당이 명실상부하게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호남의 절대적 표로 영남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전국정당화한 것이다.

 

민주당에 영남 출신 젊은 대통령이 탄생해서 제 민주세력이 총집결할 기회를 맞았던 것이다.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절회의 기회였고, 그래서 민주당=호남당=DJ당이라는 지역당 꼬리표를 떼고 명실공히 개혁 전국정당이 되리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분당이 되었나. 그는 분당을 필요로 하는 세력들 때문이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부산에서 노무현과 함께 한 사람들, 즉 낙선자든 아니든, 고생했던 사람들이든 아니든 노무현 대통령을 믿고 부산 유권자들에게 새롭게 호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우리도 힘이 세졌으니 개혁적 인물들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시민들도 그 말 맞다고 공감을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호남당 아닌가, 하는 거부감을 내보였다. 아무리 실력있고, 정신이 살아있는 개혁적 인사라도 이 한마디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호남당 아닌 당을 만들자고 해서 뛰쳐나간 것이 열린우리당이다. 그 지역의 현실적 정치적 고려로 분당이 되었고, 내 자신의 개혁적 전국정당 이상주의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그래서 광주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렇다면 민주평화당의 발전 방향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평화 드라이브가 강력해서 평화당이 호남에서도 존재감이 없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외부 탓만 할 게 아니다. 위기 돌파는 획기적 파격적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획기적 파격적 변화는 무엇인가.

선명한 개혁 정당이다. 민주당보다 더한 개혁적 아젠다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태도의 진정성과 치열성, 그리고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다. 이 문제의 디테일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의될 것이다.

 

평화당의 전당대회는 85열린다. khlee0543@na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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