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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칼럼]지방선거 이후 강해지는 지방권력, 견제는 누가?①

이성관 기자 | 기사입력 2018/06/20 [10:52]

 

▲ 이성관 기자 (C)경기브레이크뉴스

[경기브레이크뉴스 이성관 기자]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더 큰 이유는 지방권력이 강화될 개헌이 곧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여야의 갈등으로 개헌안이 끝내 표류한다 해도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기치 하에 지방정부와 의회는 점차 권한이 신장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는 민주당의 숙원이기도 하고 그 방향성에 대해선 자유한국당도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시의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정당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위원들은 대부분 이를 환영하고 있고, 중앙 정치권에서도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one-point 개헌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가장 큰 것도 지방 분권 체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분권이라는 듣기 좋은 말에 얼마만큼 준비되어 있을까?

 

현실적으로 지역언론사 기자는 수많은 지역행사에 참석하는 게 가장 큰 업무인 경우가 많다. 취재차 행사에 가면 다들 한 번씩은 본 사람들이고, 참석자의 대부분은 서로 아는 사이이다. 심지어 악수를 청하는 이도 늘 정해져 있다. 인간관계로 맺어진 지역의 기득권은 이미 공고하고 서로 알음알음 챙겨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눈감아 주는 약간의 부정도 많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얼마든지 통용되는 사회이고, ‘형님’, ‘동생’소리가 어색하지 않은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마치 영화 ‘이끼’에 나온 공동체처럼 서로 다 아는 부정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곳이 ‘지방’이다.

이는 공권력도 마찬가지이다. 규모가 특별히 크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주고 일이 괜스레 커지는 것을 누구도 원치 않는다. 예를 들면, 작년 12월 주택재개발 지역에서 보상과 처우에 항의하던 50대가 밤사이 추위를 이기지 못해 가스와 수도가 끊어진 집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현장에는 주택재개발조합원들과 유족, 경찰, 그리고 사망자와 함께 시위하던 지인들이 함께 있었다. 본 기자는 당시 재개발 문제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갈등을 취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고를 취재원에게 제보 받아 현장에 갈 수 있었지만 다른 언론들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경찰은 현장에 기자가 출입하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겼고, 어떻게 알고 왔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게다가 일의 정황을 묻자 왜 자신에게 묻느냐고 반문했고, 또 사인(死因) 등 사건에 관련한 정보를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 경찰은 자신의 신분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기자의 질문을 피했다.

 

반면, 경찰은 조합 측에서 나온 인사들과는 계속 이야기를 하며 무언가 조율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는데 유족들과도 접촉했다. 기사를 위한 진술은 함께 시위를 하고 있던 주민들에게만 들을 수 있었다.

 

또 이런 일도 있다.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업체가 건물관리자를 새로 임명했는데 그가 관련 서류를 살펴보다 불투명한 회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갑자기 자신들이 임명한 관리자를 모함하고 관리직을 내려놓도록 입주자들에게 서명을 받는 등의 일을 벌였다. 이 관리업체 측은 모자란 서명을 채우기 위해 서류를 위조했고 법정에서 위조했다는 인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 관리업체는 그대로 오피스텔을 관리하고 있고, 투명한 회계를 요구한 관리자는 관리직에서 물러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관리업체는 한 오피스텔 당 연 수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일어나는 잡수입을 회계처리 없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를 문제 삼는 사람도, 수사하는 사람도, 고발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유는 역시 알음알음 다 연이 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피해자 역시 지역사회의 특성상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이를 기사화했지만 그 어떤 수사기관에서도 인지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언제나 피해자 측의 증명이 없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밖에도 따지고 들면 채용청탁이라고 할 수 있는 일도, 인사전횡이라고 볼 수 있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중앙에서 일어났다면 대대적으로 수사가 들어오고, 언론에서도 난리가 났을만한 일들이 지방이라는 이름아래 수면 아래로 감춰진다.

 

지역 언론이 지방선거 이후 새로 들어오게 될 권력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불을 보듯 뻔하다. 소위 권력과 언론의 ‘허니문 기간’이 지역에서는 임기 말까지 계속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향후 이어질 칼럼을 통해 밝혀나가겠지만 분명히 밝혀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기자 개개인이나 특정 언론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언론이라면 누구든 자유롭지 않고 본지도 상당부분 해당되는 구조상의 문제이다.


원본 기사 보기:경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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