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냉전해체 위해 동분서주 모습 우리에겐 행운이자 기회

북미 두 정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소기 완성품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6/13 [11:25]

 

▲이계홍 본지 주필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4개항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끝났다. 국내 일부의 언론과 미국의 일부 언론이 미북정상회담 선언문에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가 빠졌다고 벌써부터 회담 실패라고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그럴 것이라고 벌써부터 예상했다. 미 정계의 이단아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은 어떻게든 까고 보자는 미 주류언론의 속성상 그러리라고 내다보았다. 트럼프는 기존 미국정치의 견고한 기득권의 벽을 부수고, 특히 이들과 함께 카르텔을 형성한 주류언론의 저지를 뚫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다.

 

그는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면서 국민과의 소통으로 대통령의 꿈을 이루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빚진 것이 없다. 빚진 것이 없으니 틀에 박힌 기득권 정치와 언론에 거침없이 자기 발언을 쏟아낸다. 그들의 논리가 위선과 허구라고 맞받아친다.

 

대한민국 사정도 마찬가지다. 보수정권의 부패무능에 저항한 촛불민심으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즉 민심의 뒷받침으로 정권을 잡은 것이다. 그는 기성정치와 이를 뒷받침해온 일부 주류 언론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래서그는 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색깔론으로 몰렸고, 지금도 보수야당 대표로부터 종북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남북회담을 잘했다는 국민적 지지가 80%대에 이르고, 문 대통령 지지는 75%를 오르내리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기성 정치권이나 주류언론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다. 점잖은 품성이기 망정이지, 만약 트럼프 만큼 저돌적이고 도발적이었다면 그는 벌써 패대기 당했을지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한 것을 보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그런 과정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끝났다. 한미 주류 언론들은 cvid가 빠졌다고 앙꼬없는 찐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따지고 보자. 북미는 70년 적대국가다. 엊그제만 해도 서로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전쟁일보전까지 갔던 나라다. 그것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극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그것만 가지고도 성공적인 회담이다. 남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첫 출발선에 섰다면 신뢰가 중요하다. 험난한 길을 가는데 서로 불신하고 비난하고 의심하면 목적지에 제대로 도달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도 만나서 서로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차적으로 성공한 회담이다.

 

북미 두 정부가 선 이래 처음 만난 자리에서 소기의 완성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핵은 25년동안 버물러온 악의 축이다. 비판자들에게 물어보자. 25년동안 피터지게 싸운 두 사람이 만나서 단 몇 시간만에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진정성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프로세스라는 절차와 과정이 있다. 그것이 정상적인 신중한 처신이다.

 

두 정상은 새 역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선언문에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글자가 새겨지지 않았다 할지라도,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한 이상, 앞으로의 과정을 지켜보라고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곧 실무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상은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문구에 도장을 찍고, 실무선에서 디테일을 담아나가면 된다. 지금은 비핵화 과정의 출발선에 섰으며, 따라서 cvid를 실무회담에서 이루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유연하고 진정성있는 태도다.

 

북한이 cvid가 안들어갔으니 또 어느 순간 틀어버릴 것이라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니 상호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도발적이고 회담을 먼저 파기하는 상습범이라고 말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상대적이다. 내 못된 행동은 감추고 상대방의 나쁜 점만 부각시키지는 않았는가, 겁박하는안보정치로 통치기제의 도구로 삼아오지 않았나도 돌아보아야 한다.

 

북핵에 관한 한 미국이 파국으로 몰고간 경우도 있다. 금융제재는 물론 핵위협 군사훈련 등 강압과 우격다짐이 있었다. 그렇게 긴장을 강화하면 미 군산복합체가 무기를 팔아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거래에 두 정권은 물론 한미 네오콘들이 이문을 챙긴다.

 

북한 역시 피해의식 때문에 과도하게 반응한 경우도 있었고, 너죽고 나죽자는 막가파식 도발을 한 경우도 많았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다. 그들은 트럼프를 만난 것을 천재일우의 기회로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 협력은 두말할 것없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착실히 이행하는 일이다.

 

필자는 미국이 북의 비핵화를 받은 조건으로 북에 한미연합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밝힌 데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북은 비핵화하면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생존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해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화답했다고 본다. 비용이 많이 들고, 전쟁연습(war game)으로 상대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비핵화에 대한 응답이었다고 본다.

 

주한미군 감축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군은 언젠가는 떠나가야 한다. 어디까지나 외국군대이기 때문에 냉전해체 이후를 내다보아야 할 것이다. 외국군대가 남의 나라에 자국군대처럼 주둔해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북에 대해 비핵화를 안심하고 단행하라는 주문으로 본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가게 되니 편안한 마음으로 비핵화를 단행하라는 의사표시라는 것이다. 평화유지군으로 남도록 하는 문제는 차후의 문제다. 여러 경로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북한도 미군이 평화유지군으로 한반도에 남아있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유의 과장과 건들거리는 모습 뒤에 숨은 진실한 면을 보았다. 오찬장에서 기자들을 향해 이보셔들, 기왕이면 멋있게 찍어주시오라고 농담하는가 하면, 기자회견 중 기자의 질문에 불쾌하다는 듯 정면으로 반격하는 모습(우리나라 같으면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1시간 20분동안 진행된 열띤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잠을 제대로 못잤으니 잠 좀 자겠다”, 김정은에 대한 인물평에 대해서 좋은 성격을 가졌고, 똑똑한 협상가이며, 영리하다고 외교적 레토릭을 뛰어넘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단히’ ‘’ ‘정말’ ‘원더풀따위 언어를 사용해 기존 정치인들의 점잖은 외교적 수사, 절제되고 딱딱한 언어가 아니라 시장바닥에서 흔히 듣는 어휘구사여서 친근감이 갔다. 이런 것들도 워싱턴 정가에선 변종이자 이단아로 몰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그의 뒤에 숨겨진 진실을 놓치는지 모르겠다.

 

그는 철두철미 장사꾼의 논리지만, 그 배경엔 전쟁혐오가 있다. 군사무기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먹거리를 찾아다니고, 국방예산 등 불필요한 비대해진 예산을 줄이고, 강대국의 이름으로 강압적인 협정도 있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냥 넘겨준 불합리한 무역계약 등을 재정비하는 사람이다. 물론 거기에 우리의 수혜도 있을 수 있고, 또 손실도 있을 것이다. 냉철한 계산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가 세련되지 못하고, 장사꾼 스타일로 미 정가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한반도 냉전을 해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행운이자 기회이다. 기회는 한 순간에 사라지는 마성을 지녔다. 이것을 잘 붙들어 한반도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북도 마찬가지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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