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취재수첩> 군주민수(君舟民水)

"강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이학수 기자 | 기사입력 2018/03/13 [14:38]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라는 뜻이다. 지난 2016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 해의 사자성어였다. 이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자였던 순자(荀子)의 말을 모은 ‘순자’ 왕제(王制)편에 담긴 글에 기원을 두고 있다.

 

강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내재적 의미이다. 임금은 백성이 세우지만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이 그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올바른 정치 지도자가 생각해야 할 도리를 일깨워 주는 말 일게다.

 

이는 비단 정치지도자 한 명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치 집권세력이나 정당, 조직의 리더, 작게는 어떤 소모임의 장까지도 그 의미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다들 자기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이다. 선거는 이기기 위해 한다는 것은 일편 맞다. 하지만 이기는 것이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치단체 수장으로서 주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누가 더 잘 담보할 수 있는지가 지방선거의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하고, 선거운동의 과정도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후보자는 시민들이 바라는 바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자신의 정책에 담아야하고 선거 과정에서 이를 알려 선택을 받아야 한다. 비방전으로 흘러서는 안되는 이유다. 자칫 시민들이 배를 뒤집어 엎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가까운 예가 4년전 지방선거에서의 전략공천 사례이다. 이용섭 후보와 강운태 후보가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르면서 안철수 대표 최 측근으로 분류되던 윤장현 후보를, 그것도 연휴를 앞둔 전날 심야에 전략공천 후보로 전격 발표했다. 광주시민들의 선택권을 빼앗아 가는, 정치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여기에 당시 국회의원 5명이 전략공천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부당함과 부정함에 편승한 것이다. 이에 시민들을 이들을 ‘광주 신5적’이라 명명하고 지금까지도 이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강물이 거대한 파도도 바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년 뒤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시민들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국민의당 창당과 녹색바람 앞에 민주당은 광주·전남에서 단 1석을 얻는데 그쳤다.

 

또 다시 중앙당이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각 후보들도 자신의 정책으로 승부하지 않고 네거티브로 상대를 깍아 내려 어부지리를 고대한다면 배가 뒤집히는 역풍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위대한 촛불혁명을 가져온 시민들은 다시 기회를 주고 있다. 시민들은 거대한 물의 흐름이다.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해서는 안 된다. 군주민수를 작금의 지역 상황으로 변형시킨다면 백주민수(伯舟民水) 정도로 바꿀 수 있겠다. 시장은 배요, 시민은 강물이다.

 

*필자/이학수. 브레이크뉴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전남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