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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신 질서” 구상과 외통수에 걸린 김정은과 시진핑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의 승자는?

권오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2/21 [11:19]

 2013년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시진핑은 “군사굴기”(軍事崛起)라는 군사대국화와 “일대일로”( 一帶一路)라는 중국판 “마샬플랜”을 주창하며 경제적, 군사적 팽창정책을 “중국몽”(中國夢)의 구현이라면서 중국의 대국화를 향한 기치를 올렸다. 시진핑은 2016년 1월에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를 설립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질서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중동에 이르는 육상과 해상 “신 실크로드” 구상을 공개적으로 공표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아시아의 금융과 시장을 장악하고 이와 더불어 군사적인 대국화를 병행하면서 향후 중국 중심의 다자간 동맹체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이는 분명 멀게는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이후, 가깝게는 1990년 동구권의 붕괴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아시아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헤게모니를 빼앗겠다는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에 대해 그 동안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관망하는 듯 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뚜렷한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7년 1월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감행된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급인 화성 14형과 15형의 시험발사 도발은 미국에게 꽃놀이패를 제공했다.

 

물론 북핵 문제는 미국에게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핫 이슈”였다. 그래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을 주시하면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와 ICBM의 대기권 재 진입 성공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그러나 2017년 11월 29일에 발사했던 화성 15형이 대기권 재 진입은 물론 핵탄두 소형화에도 실패하고, 북한정권이 당분간 더 이상 보여줄 카드가 없어지자,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에게 비핵화를 요구하며, UN-북한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북한정권이 가장 원하는 것은 “체제보장”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북 간의 대등한 평화조약을 통해서 담보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대등한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필수인 것이 핵탄두 ICBM의 성공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이 경우라면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면서, 군사적으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화성 15형 실패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싶어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다시 말해 과거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서처럼 폭격기에 핵폭탄을 장착하고 투하할 수 있는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로 타국을 공격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수준을 파악한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모두 공개하고서도 사면초가에 몰린 김정은은 2018년 1월 1일 자신의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전격적인 남북 간의 대화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의 친 여동생 김여정이 참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표면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파상공세를 잠시나마 유보시키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다. 남과 북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 미국이 그 어떤 군사적 카드를 쓰지는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8년 2월 18일(현지시간) 미국 CBS의 시사보도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 대화와 관련해서 중요한 언급을 했다. 즉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에게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이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는 북한이 준비가 된다면 바로 자신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대화를 요청할 것이기 때문에 “귀 기울이고 있다”라고도 했다.

 

틸러슨의 이런 언급을 국내 언론들은 비핵화를 위한 미북 간 탐색과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틸러슨이 동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대화하라고 설득하기 위해 당근을 쓰지 않고 있다. 우리는 커다란(가혹한) 채찍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고 부연했던 사실을 보면,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그 어떤 것이든, 수용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당근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대화를 위해 “제재 완화”를 할 의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틸러슨은 또한 “중국도 북한이 자국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중간의 공조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서 김정은을 가리켜 “우리가 이것(북핵 해결)을 외교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고까지 말했다. 틸러슨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이미 북한에게 비핵화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북한정권의 답을, 즉 백기투항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권오중 박사.    ©브레이크뉴스

당근을 쓰지 않고 커다란(가혹한) 채찍을 쓴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엠바고)까지도 포함하는 고강도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된다. 지난 2월 1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 내에 포괄적 해상차단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등 북한정권이 한국과 적극적인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전까지 파상공세를 지속할 것임이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북측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전 방위 제재를 피해 공해 상에서 선박 간 불법적 행위에 대한 의혹이 있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포괄적 해상차단 조치를 실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차단은 무기나 석탄·석유 등 불법 금수품목 운송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 상에서 저지하는 조치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북한 선박뿐 아니라 이들과 밀거래한 중국·대만 등 제3국 선박들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해상봉쇄라는 카드를 꺼내든다면, 북한정권에게 주어진 선택의 시간이 더욱 가까워 질 수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미국의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우리의 공동 목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북한 핵무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최대한의 압박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해진다. 이제까지 위기의 순간마다 북한정권에게 탈출구 역할을 해주었던 남북대화가 이번에는 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현재로서 더 이상 보여줄 카드가 없는 북한정권에게 미국의 파상공세는 평창 동계올림픽이후에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미국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미-북 평화조약을 체결하려고 하지만, 입장은 북한과 전혀 다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조약을 맺으려고 한다. 즉,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백기투항을 받겠다는 것인데, 이는 1951년, 일본과 미국을 대표로하는 연합국들과의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유사한 조약을 의미한다. 즉 미-북 간 불가침 조약과 더불어 양국 간의 경제적 협력 외에 군사적 협력, 더 나아가서는 북한도 일본처럼 미국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해야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약을 김정은과 북한정권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북한 영토 내에 개입하기 시작한다면, 평화조약을 통해 보장받은 “체제유지”를 내부적으로 담보하기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의 평화조약이 단지 형식적인 “체제보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북 평화조약이 체결될 경우, 북한에게는 화성 15형 실패 이전까지 세 가지 옵션이 존재했었다: 1. 대등한 조약, 2. 핵동결과 개방을 전제로 하는 조약, 3. 비핵화와 완전 개방을 전제로 하는 조약이다. 그러나 화성 15형 실패 이후에는 오직 3번째 옵션, 즉 백기투항 외에는 그 어떤 옵션도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핵탄두 소형화와 ICBM의 성공을 위한 시간을 벌기위해 남북대화와 교류를 최대한 길게 끌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우리 기자들에게 “스포츠보다 정치가 우선”이라고 했던 장웅 북한 IOC위원이 2월 20일 베이징에서 2021년 동계 아시안게임 공동개최까지 가능하다고 언급 했는데, 이는 핵탄두 ICBM을 완성하기 위해 최소 3년이상 시간을 끌어야 한다는 북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에게 완전한 외통수에 걸린 김정은의 생사를 건 위험한 도박이 성공하거나 또한 2021년까지 유지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 현재 북한정권은 미국에게 비핵화 백기투항외엔 다른 선택이 없어 보인다.

 

사면초가에 빠진 또 하나의 국가는 중국이다.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형 실패 이전까지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여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김정은 참수까지 포함하는 중국의 역할론에 부담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예상대로 북한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사회주의 형제국가이자 군사적 동맹관계인 북한을 컨트롤하지 못하면서, 중국이 야심차게 주창하는 “일대일로”와 “군사굴기”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북한과의 군사적 동맹관계로 인하여 북한이 침공 당했을 경우에 자동으로 참전해야 되고, 그렇게 되면 미국과의 전면전을 불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전면전을 원치 않는 미국에게도 독자적인 북폭은 더 큰 전쟁으로의 확전에 대한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미국이 독자적인 북폭을 하려면 중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중국이 이에 동의한다면 북한을 자신의 영향권에서 미국의 영향권으로 아무 대가 없이 넘기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에, 중국은 이에 절대로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북 평화조약을 방관해도 북한이 중국과 미국 사이의 중립지대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비핵화를 통한 미-북 평화조약이 실현된다면, 중국과 미국의 완충지역이 압록강까지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게 이 또한 원하는 그림이 절대로 아니다.

 

북핵 문제는 표면적으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급한 목표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팽창과 대국화를 경계하는 국가들, 즉 일본, 인도, 호주 및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팽창에 대한 대응책으로 등장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단지 아시아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제적 차원의 중국 봉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과거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소련에 대한 봉쇄정책 당시처럼 (NATO, 바그다드 조약기구, SEATO, 한반도 전략핵 배치) 중국을 팽창방향을 포위하는 다자간 안보동맹기구로 보완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아시아의 다자간 동맹기구를 새롭게 재편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휴전체제를 폐기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둘째는 일본의 개헌이다. 우선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려면, 휴전체제의 국제법적 당사자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동의가 필요한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6.25참전 16개국들이다. 그래서 벤쿠버 외교장관회담(2018.1.16)이 왜 뜬금없이 이 시기에 처음으로 개최되었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북한이 미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면, 북한은 이어서 6.25참전 16개국들과 집단적 평화조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더 확대하여 중국과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트럼프 정부가 구상하는 동아시아의 “신 질서”이다. 그리고 평화체제 속에서 중국을 배제한 나머지 국가들과 일본이 포함된 다자간 동맹기구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트럼프가 구상하는 아시아의 “신 질서”는 동아시아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재편하고,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대일로”와 “군사굴기”를 통해 팽창하려는 중국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 트럼프의 “신 질서” 구상의 완성일 것이라 예상된다.

 

시진핑이 야심차게 “중국몽”을 주창했지만, “중국몽”은 출발하자마자 북핵이란 암초를 만나 좌초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이 가장 원하는 해결책은 북한의 핵 동결, 즉 핵폭탄 보유만은 인정해 주고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중국이 북한을 그나마 영향권에 묶어 둘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3일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의 싱크탱크인 중국 카네기 칭화국제정책센터의 자오퉁 연구원이 “중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의도와 그에 따른 위협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고, 중국 지도부는 북한을 군사력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시점이 지났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 역시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정부관계자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본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러한 본심을 섣불리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만약에 북한이 중국에게 굴복한다면,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UN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의 평화조약을 통해 그들이 소망하는 진정한 자주국가 노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를 거부할 수도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8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틸러슨이 방미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외원과의 회동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압박”에 양국 간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틸러슨-양제츠 회동에 대해 “북한의 불법 무기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압박을 지속한다는 트럼프-시진핑의 합의를 재확인했다”라고 밝히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중국의 다짐을 끌어냈다. 중국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미국이 현재까지 만들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결단에 따라 언제든 대북제재의 대오에서 이탈하여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중국에게는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일대일로”와 “군사굴기”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북 평화조약을 통해 기존의 “휴전체제”라는 동아시아의 질서를 재편한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하지만 대등한 조약이냐, 백기투항 조약이냐의 문제에서 상반된 입장이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이 되더라도, 중국은 얻을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 통제력 부족을 명분으로 계속해서 북한을 압박하면서, 중국을 외통수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느끼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가지고 시진핑의 “일대일로”와 “군사굴기”를 시작부터 봉쇄하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파키스탄이나, 심지어는 이스라엘에게 까지 접근하는 것은 미국의 “신 질서” 구상과 전혀 무관치 않다. 김정은은 생사를 건 도박을 하고 있지만, 시진핑은 두 눈 다 뜨고 미국에게 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가장 괴로운 사람은 시진핑일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가 추구하는 “신 질서”의 종착점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중국의 팽창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이제 동아시아 체제 재편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과연 승자는 누가될지 흥미진진해진다.

 

*필자/권오중 (diakonie3951@gmail.com).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Philipps- Universitä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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