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명박의 입장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MB,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위해 입장 발표문을 냈다고?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18/01/18 [09:01]

▲ 지난해 11월1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 강연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때의 모습.     © 김상문 기자

 

 

어린시절, 농촌에 살았다. 농촌살이는 나름대로 정취가 있다. 삶의 철학도 제공한다.  추수하는 가을이면 벼농사 짓고 수집한 짚단이 있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면 방안의 온도를 높이려 아궁이에 짚불을 땐다. 이땐, 어김없이 굴뚝으로 연기가 올라온다. 그래서 만들어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속담도 있다. 아궁이의 짚불이 연기의 원인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가에 중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리-부패 혐의로 탄핵 당한 이후 수감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여러 비리-부패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그런데 지난 17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입장발표'라는 걸 했다. 일종의 연기(煙氣)다.

 

MB는 입장 발표문에서 “국민 여러분, 저는 매우 송구스럽고 참담스러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나라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으로서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국정수행에 임했습니다. 퇴임 후 지난 5년 동안 4대강 살리기와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등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만,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끼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공직자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입니다.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면서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달라'란 것이 오늘의 제 입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말미에선 “자 끝으로 평창올림픽을 어렵게 유치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총 단합해서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우리의 국격을 다시 한 번 높일 수 있는 그런 좋은 계기가 되길 성원합니다”고 덧붙였다.

 

이 발표문을 읽어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비는 게 아닌, 검찰수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담았다. 그가 이런 입장 발표문을 낭독한 것은 무언가의 압박조짐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찰이 내미는 칼끝이 자신의 목전에까지 다달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MB는 입장발표문에서 검찰이 MB정권 때 그의 밑에서 일했던 공직자들을 비리로 구속하는 것을 “역사뒤집기와 보복정치”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말도 사용했다.  MB가 야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보수궤멸'이다.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의 목적이 보수궤멸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대로라면 보수궤멸의 주체로 인식돼야 한다.

 

MB는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달라”고 요망했다. 다시 말하면 검찰이 부른다면 검찰의 포토라인 선상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MB의 검찰수사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그가 검찰이 불려가 수사를 받는다면 구속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다수이다.

 

아궁이에 짚불을 때면 반드시 굴뚝에선 연기가 나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MB는 대통령 재임 시 부패-비리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MB 입장발표문이 함의하는 속내는 검찰이 자신을 압박하고 있고, 검찰의 수사를 위한 소환이 임박했음의 조급함이 담겨 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그런 입장 발표문을 낸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말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라고. 스스로 야무지게 말했다.

 

MB, 그가 예측한대로, 그 예측이 틀리지 않다면, 그는 가까운 시일 내 검찰에 불려가 자신이 지은 죄업(罪業)이 무언지를 확인 받게 될 것이다. “아닌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