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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현명한 선택 "남북대화 활용-평화협정·북미수교"

"미국의 전략은 남북대화가 잘 진행돼 핵 문제에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면 좋을 것"

이계홍 본지 주필 | 기사입력 2018/01/12 [18:21]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

 

다음은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뒤 며칠 사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어 내놓은 대 북한 관련 발언이다.

 

“남북대화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성공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1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후 열린 각료회의 발언)

“북한과 전쟁은 없다. 나는 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평화가 지속할 것이다” (10일 백악관 기자회견)

“우리는 확실히 북한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지금 좋은 대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좋은 기운(energy)도 많이 볼 수 있어 매우 좋다”(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기자회견)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내가 관계를 맺는 데 사람들이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월스리트저널과의 인터뷰)

"나는 늘 (김정은과의)대화를 믿는다. 틀림없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전혀 문제없다"(캠프데이비드에서 “당장이라도 김정은과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도무지 헷갈린다. “나한테 핵 버튼이 있고 김정은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내 핵 버튼은 작동도 한다”(2일 트윗)고 으름장 놓던 그가 이렇게 180도 태도를 바꾸다니....

 

국내 보수주의자의 눈으로 보면 그는 극과 극을 달린다. ‘화염과 분노’ ‘강력한 핵버튼‘ ’미치광이‘ ’나쁜 녀석‘ ’키작은 뚱보‘ ’로켓맨‘이라고 김정은을 한껏 조롱하다가 갑자기 10년 지기 친구 대하듯 태도가 바뀌니 맨정신이냐고 따질 만도 하다. 국내의 이른바 김정은 참수론자, 전쟁불사론자들은 한때 트럼프의 강경론에 환호작약 했었다.

 

그런데 요즘 그들은 멘붕에 빠진 둣하다. 나와 같은 대화론자도 놀랄 지경인데, 냉전 반북 대결 반공으로 밥 벌어먹은 세력은 어떨까. 화석처럼 굳어버린 두뇌는 오직 70년 체제를 유지해온 남북대결, 동서분열, 지역패권, 색깔논쟁인데, 그중 가장 강력한 축인 남북대결을 트럼프가 남북대화로 틀어버렸으니 황당하지 않았을까.

 

박근혜 탄핵 때도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자칭 보수세력은 성조기를 들고 나와 흔들며 ‘미국이여 영원하라’고 외쳤는데, 그런 함성도 무위로 돌아간 듯 트럼프가 외면하고 돌아서 버리니, 한 마디로 배신자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자유한국당은 물론 보수언론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측가능한 것을 외면하고 3,40년 전의 관점에 머물러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는지 모른다. 도도한 국제질서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옛 추억의 틀에 갇히려고만 하니 이런 오류가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보다 먼저 변화하고 앞서가는데 그들을 따르겠는가. 그래서 변화를 선도하진 못할망정 순응하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계홍 본지 주필.  ©브레이크뉴스

현대사에서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없다. 영토를 확장하던 제국주의 시대가 아닌 지금은 외교로 난제를 해결한다. 외교란 대립과 갈등과 이해를 조정해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힘을 바탕으로 협상을 할 수는 있어도 참수작전, 침공작전 따위로 해결하는 방식은 중세기에나 가능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북한은 예측불가의 집단(유엔가입 국가)이다. 그래서 힘으로 하면 힘으로 제압하고, 대화로 나서면 대화로 대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뜻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의 보수세력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노선만을 믿고 기뻐했을 것이다. 시원하게 북의 머리에 폭탄을 퍼부어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 그러나 트럼프는 무턱대고 북한을 쳐부실 지도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북한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을 사람도 아니리라.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지도자일 뿐이다. 우리 보수세력이 그의 힘을 빌어 손 안대고 코 푼다는 것은 냉엄한 국제질서 아래에서는 해당이 안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전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남북대화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겠다”고 진정성있게 설득한 것이 주효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점을 인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제재하고, 안보를 위협하면 군사행동도 불사한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본원칙을 확인해준 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남북대화가 잘 진행돼 핵 문제에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그 이후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것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트럼프 미대통령에게 미국이 남북대화를 지켜보면서 북한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 준비할 시간을 주었고, 북한에게도 기회를 주었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를 원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북미수교란 반드시 남한이라는 정거장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 시 말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노선을 자제시키도록 한 문재인 정권을 북한은 고마워해야 한다. 남북 대결적 보수정권, 즉 김정일 참수작전과 흡수통일을 부르짖는 보수정권이었다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같은 회군이 가능했겠는가. 함께 덩달아 칼춤을 추었을 것이다.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되는 이유다.

 

그것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응답해야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대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싶다면 그들의 99절은 물론 향후 3-4년 이상 남북대화를 이어가면서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중지와 핵무기 동결, 종국에는 폐기를 지향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바이다. 핵을 이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핵이 없는 세상, 평화가 강물처럼 넘실거리는 한반도, 그래서 남북이 서로 내왕하고 번영하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 지금과 같은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도 우리가 운전대를 굳건히 잡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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